美 인플레이션율 1분기 정점 가능성 높아…불확실성 완화 시기가 위험 자산에 기회 될 것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지난해 가계·기업의 약진에 정부·중앙은행의 정책 자극이 가세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6%에 준하는 빠른 회복을 보여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재정 자극은 약화되고 통화 정책은 정상화 일로에 있다. 올해가 민간 부문의 힘에 의해 자생적으로 회복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회복 여지는 충분하다. 선진국 취업자 수 증가가 임금 상승을 동반하면서 가처분 소득이 레벨업되는 구간이다. 소비도 따라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은 소매업 재고가 판매량 대비 현저히 낮아 이들의 적정 재고 확보 노력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쇼티지(품귀 현상) 이후 설비 투자의 장기화도 가세한다. 세계 경제가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당장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해 빨라지는 통화 정책 정상화에 좋은 그림이 가려지는 모양새다.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강한 부양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성격 때문이다. 공급이 한정된 가운데 수요가 급팽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복 과정에서 원자재·중간재,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데 있다. 공급이 늘어도 모자랄 판에 공급이 줄어들면서 공급발 물가 압력이 더해졌고 지금의 인플레이션 오버 슈팅으로 귀결됐다.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성장률 전망이 낮아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상황과는 다르다. 필립스 곡선은 누워 있고 중앙은행이 그때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해 장기간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언제 누그러질지가 인플레이션 전망의 핵심이자 경기 변곡점을 만드는 핵심 요인일 것이다.
공급 측 물가 압력의 핵심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임금 상승, 상품 가격 상승, 운임 급등으로 요약된다. 공급망 교란은 아시아 지역 생산 차질 완화로 정점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상품 가격 상승은 단기적·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 미국·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동반 증산으로 수급을 맞추는 그림일 가능성이 높다. 임금 상승 폭이 크지만 기업들의 저항이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수개월 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임은 컨테이너선 인도가 이뤄지는 올 하반기가 하향 안정화 시점일 것이다. 즉,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킨 공급 측 요인이 하나둘씩 완화되며 올해 2~3월 인플레이션율의 정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고공 행진에 따라 악화됐던 소비 심리도 이때를 기점으로 점차 호전되면서 경기 개선을 시사할 것이다. 남은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다. 만약 최근 인플레이션의 고공 행진과 함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한다면 Fed는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는 긴축의 칼을 빼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물가 압력이 집중되는 초반부 금리 인상의 화력을 집중하는 그림이다. 추가로 생각할 것은 금리 인상 초반부터 대차대조표 축소가 병행된다는 점이다.
본원통화의 축소라는 부작용은 있지만 실상은 장·단기 금리 차를 유지하면서 금리 인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통화 정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다. 본원통화가 축소되더라도 대출이 늘어난다면 시중 유동성의 위축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위험 자산 관점에서 진짜 위험은 2018년처럼 금리 인상이 임계치에 근접하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그림이 나왔을 때다. 지금은 이로부터 비롯되는 위험에 대한 정지 작업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Fed는 긴축도 불사할 것이지만 전망대로 2분기 중 물가 압력이 둔화되기 시작한다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물가 궤적과 Fed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 공포의 수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위험 자산의 변동성은 몇 개월간 불가피할 것이지만 두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경기와 위험 자산 가격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재개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1 하반기 거시경제·금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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