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추진선 넘어 탄소 배출 없는 암모니아·수소·전기 추진선 상용화 박차

[스페셜 리포트] 친환경 선박 개발 속도 내는 조선업계
사진=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액화 수소 운반선의 개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사진=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액화 수소 운반선의 개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 산업은 공정 과정에서 활용하는 전력과 선박 운항에 사용하는 연료 등으로 연간 2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조선 3사는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을 넘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암모니아·수소·전기 추진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가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를 거쳐 수소차로의 최종 전환을 목표로 한다면 선박에서는 수소 시대로 나아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대체 연료로 메탄올과 암모니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에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로 메탄올 추진 친환경 선박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99%, 질소산화물(NOx) 80%, 온실가스를 25%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저장·이송할 수 있어 취급이 쉽고 바다에 배출되더라도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 추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연료 공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개념 설계 기본 인증(AIP)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항해 중 자연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 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 가스를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설비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저감해야 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IMO-2050을 충족시킬 수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분자 구조(NH₃)상 질소(N)를 포함해 유해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조선해양은 기본 인증을 계기로 암모니아 추진선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해 IMO 규제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미래 친환경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관련 분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고부가 가치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초격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활용한 차세대 전기 추진선 개발에도 나섰다. 세계 최초로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 : Vanadium Ion Battery)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와 손잡고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의 선박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에 최적화한 ESS를 설계해 적용하고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제작·공급할 계획이다. 양 사는 전기 추진선을 비롯해 전력 운송선 등 차세대 선박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물이 주성분인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와 폭발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한 열 발생도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선 등 ESS를 탑재한 선박에는 일반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적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소형화에는 용이하지만 휘발성이 높은 전해액을 사용하는 만큼 화재와 폭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조선해양은 내년 상반기까지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의 선박용 MW급 ESS 솔루션을 개발해 해상 실증과 선급 승인을 추진하고 차세대 전기 추진선과 전력 운송선의 기본 설계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 연료 추진선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바탕으로 해서다. 우선 그린 수소 생산 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르면 2025년 100MW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의 2만㎥급 수소 운반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수소 연료전지와 수소 연료 공급 시스템을 적용한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과 액화수소 탱크 등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기존 화석 연료 선박을 수소 연료 선박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저장된 수소는 수소 충전소, 수소 건설 장비 등에 활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 수소를 생산해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 개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국내외 발전사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건설 장비의 테스트 모델을 완성했다.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활용·저장(CCUS) 관련 기술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이 예상되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시장도 선점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2021’에 참가해 대형 액체 이산화탄소 운반선, 액화수소 화물 운영 시스템, 대형 암모니아 추진·운반선 등 총 6개 분야에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선급·기국(선박이 적법하게 게양 권리를 가지는 국기가 속하는 나라)의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이날 획득한 수소 운반선의 핵심 기술인 액화수소 화물 운영 시스템은 안정적인 가압 탱크를 적용해 운항 중 발생하는 수소 증발 가스를 발전용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고 재기화 시스템을 탑재해 수입 터미널이 없는 경우에도 소비처로의 수소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 수소 운반선의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CCUS 시장 규모가 지난해부터 연평균 29.2% 성장해 2026년 253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로 새로운 선종과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강점을 지닌 스마트십과 LNG 추진선, 전기 추진선 분야의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메탄올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운반선·추진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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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하는 삼성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