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로 등급 상향 평준화...핵심 지표 준수 여부가 기준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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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주도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확산으로 기업의 ESG 경영 체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ESG 통합(integration) 투자 전략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함께 ESG 등급도 고려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ESG 경영 체제의 내재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ESG 등급 상승에 도움이 될 만한 공시 강화, 지배 구조 제도 개편, 관행 개선 등에 애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의 확산에 따라 주주 관여 활동이 증가하고 이는 경영진 감시 활동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도적 변화도 ESG의 확산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 말부터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 1월 말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자·손회사 요건 강화, 순환 출자 규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제한적 범위 안에서 지배 구조의 외형 변화를 이미 유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재해 빈발 산업 중심으로 안전 경영의 조직화가 진행됐고 앞으로 재해의 발생과 대응의 수준이 해당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로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상장을 전제로 한 기업 주요 사업부의 물적 분할이 빈발하면서 기존 주주의 가치를 기업이 독식한다는 논란에 따라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상장을 통한 자본 시장에서의 성과와 별개로 지배 구조 측면에서 기존 주주 가치 제고의 노력도 중요하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 무엇보다 ESG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 진행에 따라 기업들의 ESG 등급 상향 평준화와 이에 따른 ESG 투자 변별력 하락이 수년 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SG 중 G 공시에 해당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2019년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거래소 상장 기업의 의무 공시를 시작으로 올해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2024년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2026년 모든 거래소 상장 기업으로 그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ESG 경영 확산, 투자 옥석 가리기
ESG 중 E·S 공시에 해당하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 의무화가 예정돼 있다. ESG 공시의 취지는 투자자들의 비재무 정보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기업으로 하여금 공시를 통해 ESG를 개선하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 공시에 따라 15개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평균 8개에서 10개로 개선됐고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등급 평균도 ‘B+’에서 ‘A’로 상승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 확대와 기업들의 ESG 평가 등급 대응 확산에 따라 ESG 평가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ESG 평가 기관들이 평가 점수를 기반으로 등급을 산정할 때 등급 간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평가 점수가 상승한다면 ESG 평가 등급도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ESG 투자 확산의 효과로 볼 수 있는 기업들에는 긍정적 변화이지만 투자자에게는 ESG 통합 투자를 위한 종목 선정에서 변별력 하락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별력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은 평가 방법론 개선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컨트로버시를 활용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나 소수 핵심 지표 비교를 통한 포지티브 스크리닝을 들 수 있다. 동일한 등급의 기업이라면 ESG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고의 빈도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평가 지표가 세분화되고 평가 방식이 복잡해질수록 개별 지표의 변별력은 떨어지게 되는데 핵심적 소수의 지표 준수 여부를 최종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1 하반기 ESG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