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젠 보유 에피스 지분 매입…바이오시밀러 넘어 신약 개발 가속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한다.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전량 사들이기로 하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상장 자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인수를 계기로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는 삼성 바이오 사업의 미래 준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원료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은 물론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빠른 의사 결정 가능해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월 28일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를 23억 달러(약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고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1주)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100% 확보하면서 삼성 바이오 사업의 미래 준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 강화는 물론 바이오 신약 개발 가능성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인수를 통해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CDMO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바이오젠과의 협업을 통해 쌓아 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개발·임상·허가·상업화에 걸친 연구·개발(R&D) 능력도 내재화가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부가 가치가 가장 높은 신약 개발을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3종과 항암제 2종 등 총 5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4개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3상 진행 단계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1년 100억 달러에서 2030년 220억 달러로 연간 8% 이상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력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연간 11% 정도 커지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 양수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다”며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등 신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된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인 4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4공장은 오는 10월 부분 가동, 내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 3곳과 총 5개 제품의 선 수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 모달(multi modal)’ 형태의 5공장도 올해 안에 착공할 계획이다. 인천시 송도 11공구에 현재 사용 중인 부지(27만㎡)보다 규모가 큰 35만㎡의 제2캠퍼스 추가 부지 계약도 연내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CMO) 능력 1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매년 실적 신기록 이어 가
합작 청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반도체 신화’ 이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사업 등을 바탕으로 매년 실적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 69건을 기록했다. 특히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위탁 증액 계약을 통한 물량 확대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1~3공장은 풀 가동에 가까운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2개 분기 연속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세를 지속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7년 첫 흑자 달성 후 4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하며 연평균 영업익 증가율(CAGR) 6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3배 이상 증가하며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36%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3%, 2020년 25%에 이어 지난해 34%를 기록하며 2년 만에 3배가까이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호실적 행진의 비결은 존 림 사장의 혁신적이고 과감한 수주 전략 덕분이다. 존 림 사장은 2020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생산 설비의 효율화를 단행하는 한편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전사적 수주 역량을 강화했다.

존 림 사장은 세계 최대 생산 능력과 생산 속도 등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경쟁력을 앞세워 로슈·MSD 등 글로벌 빅파마와 잇달아 CMO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위탁 생산 누적 수주 금액은 75억 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그는 최근 열린 2022년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배정되는 ‘메인 트랙’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주요 성과와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처음으로 메인 트랙 배정을 받은 이후 올해까지 한국 기업 최초로 6년 연속 발표를 진행하며 글로벌 투자자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존 림 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생산 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3대 성장 축을 확장해 세계 최고 CMO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항체 의약품 중심의 현 사업 포트폴리오를 mRNA, pDNA, 바이럴벡터 등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세포 치료제와 차세대 백신 CMO로 본격화하는 한편 미국 보스턴과 중국·유럽 등 글로벌 핵심 지역의 거점 마련을 통해 고객과의 접근성을 높여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