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부천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 건립 추진…두산그룹은 용인에 R&D센터 조성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올해 말 완공 예정인 성남 정자동의 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R&D센터(GRC)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사진=올해 말 완공 예정인 성남 정자동의 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R&D센터(GRC)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수소·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에 공들이는 기업들의 신규 연구·개발(R&D)센터가 수도권에 속속 들어선다. 판교와 마곡 중심이던 기업의 R&D 벨트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부천에, 두산그룹은 용인에 새 R&D 둥지를 구축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말 성남에 ‘글로벌R&D센터’를 오픈한다. 포스코그룹도 수도권 신규 R&D 단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수소 등 친환경 신기술 개발 목적

SK는 최근 그룹의 친환경 사업 분야 R&D 인력과 역량을 결집시키는 연구 시설을 새로 짓기로 했다. 부천 대장신도시 내 약 9만9000㎡(3만여 평)에 친환경 기술 R&D 인력 등 3000여 명이 근무할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초 문을 연다는 목표다. 주요 그룹 중 그린 비즈니스 신기술 개발을 전담할 R&D 인프라 조성에 나선 첫 사례다.

SK는 총면적 약 19만8000㎡(6만여 평) 규모로 지을 R&D단지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온·SK E&S·SKC·SK머티리얼즈 등 총 7개사의 친환경 기술 개발 부문이 입주하게 된다.

SK그린테크노캠퍼스에서 중점 연구할 기술 분야는 크게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환경 솔루션으로 나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부문은 배터리(2차전지, 2차전지 소재, 차세대 전지)와 수소 관련 기술을 주로 다룬다. 환경 솔루션 부문은 배터리 재활용,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에너지 솔루션 등을 포함한다. 기타 나노 소재 등 친환경 기반 기술, 저전력 반도체 소재 등 미래 유망 친환경 기술 연구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을 통해 “그린 사업 전략을 택한 관계사들이 결집해 전략을 실현할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이에 따라 CEO들의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R&D 거점 구축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SK는 그린테크노캠퍼스가 문을 열면 급증하는 그린 기술 개발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관계사들의 기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최적 배치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준 SK그린연구소추진단장은 “각지에 분산된 그룹의 친환경 R&D 역량을 모으는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바탕으로 넷 제로 달성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용인에 그룹 첨단기술R&D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수소 기술 등 그룹 R&D 역량을 한데 모아 기술 개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신설되는 R&D센터에는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에서 수소 비즈니스 밸류 체인 구축 등을 담당하고 있는 각 분야 R&D 부문이 모인다. 수도권에 분산돼 있는 수소 기술 R&D 시설을 한자리에 설치해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용인시와 협업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며 “신설되는 R&D센터는 수소 기술은 물론 그룹의 성장 동력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마곡 넘어 용인·부천으로 뻗어 가는 R&D 벨트
수도권 R&D센터 구축 붐 지속 전망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첨단 기술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글로벌R&D센터(GRC)를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GRC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4의 5에 총면적 약 17만5800㎡(약 5만3000평) 크기의 한 개 동으로 조성된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로 2019년 착공해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5000여 명의 R&D 인력을 상주시켜 그룹의 첨단 기술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GRC 완공을 앞두고 새로운 선종과 신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스마트십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전기 추진선 분야의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메탄올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운반선·추진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첨단 기술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이 GRC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그룹 미래기술연구단지 건립을 추진한다. 포스코는 최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 신성장 사업을 위한 R&D 컨트롤 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을 개원했다. 기존 철강 중심의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달리 인공지능(AI), 2차전지 소재, 수소·저탄소 에너지 분야 등의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추진하는 곳이다.

포스코는 향후 미래기술연구원을 미래기술연구단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AI 모델 설계 등을 통해 제조 공정 등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양·음극재, 리튬 소재 분야 등의 R&D에도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수소·CCUS 기술 개발을 추진해 친환경 철강 공정을 앞당기고 수소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포스코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몰려 있는 판교는 물론 용인 등 수도권 전반을 대상으로 미래기술연구단지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수도권에 추가 R&D캠퍼스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R&D캠퍼스에 내년 말까지 추가 연구 동을 짓는 것은 물론 과천R&D캠퍼스나 마곡 차세대배터리연구소 인근에 연구센터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두 곳에 흩어져 있는 R&D 조직을 한곳에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수도권 R&D센터 구축·확장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연구 인력들은 기업 R&D센터가 서울 등 수도권을 벗어나면 입사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보 교류는 물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에 대규모 연구 단지 등을 조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