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도 강등…롯데제과는 회사채 시장에서 선방

[마켓 인사이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진=한국경제신문
올해 자본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통업계의 맏형 격인 롯데쇼핑은 부진한 실적 때문에 신용도가 강등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롯데제과는 냉각기에 접어든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에서 당초 계획한 물량의 세 배가 웃도는 투자 수요를 이끌어 냈다. 해외 사업의 기반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적게 받는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그룹의 계열사라도 주력 사업의 특성과 신용도에 따라 시장 안팎의 평가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 ‘AA’에서 ‘AA-’로 신용도 하락

롯데쇼핑은 명실공히 한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강자다.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뿐만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홈쇼핑·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 등 다양한 소매 유통을 영위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백화점·대형마트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여러 유통 사업을 펼치면서 각 사업 간 긍정적인 영향도 나타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서 백화점 33개점, 아울렛 22개점, 대형마트 112개점 등의 대규모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 구매·물류 역량 강화, 소비 수요 변화 대응 등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는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백화점 부문의 실적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대형마트·SSM·온라인 부문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 지난해 잠정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자 신용 평가사는 롯데쇼핑의 신용 등급 강등을 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2월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사실상 우량 신용 등급의 최하단에 위치하게 된 셈이다.

롯데쇼핑은 경쟁력 있는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2019년까지 ‘AA+’ 신용 등급을 유지해 왔다. 공기업과 은행들을 제외하면 일반 기업으로선 최고 수준의 신용 등급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의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되고 이익 창출 능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도가 낮아진 것이다.

시장에선 롯데쇼핑의 신용도 강등이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주력 사업 부문의 실적 저하가 계속되면서 신용 평가사들은 2020년 일제히 롯데쇼핑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향후 현금 흐름과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신용 평가사의 우려는 실제 지난해 실적으로 확인됐고 결국 신용 등급 하향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부터 롯데쇼핑의 신용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온·오프라인 기업의 경쟁이 거세지며 한국의 유통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소매유통업의 수익성이 저하됐다. 또 온라인 시장 대응에 실패해 이익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했다. 2019년 1.8%였던 총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수익(EBIT)은 2021년 1%로 떨어졌다.

대형마트와 SSM 부문은 구조 조정이 진행되며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부문은 지난해 연간 점유율 확대를 위해 광고 판촉비를 늘리면서 영업 적자가 2020년과 비교해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컬처웍스의 영업 적자도 롯데쇼핑의 영업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이익 창출 능력이 저하되면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8.6배(지난해 1~3분기)에 달했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중심으로 매각이나 폐점 등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점포 운영 효율성 개선과 운영 경비 절감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전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롯데온의 한국 온라인 소매 유통 시장 내 점유율 상승 여부와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한 매출 증가 여부가 향후 롯데쇼핑의 신용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에서 희비 엇갈린 롯데 계열사…쇼핑 ‘울상’·제과 ‘미소’
롯데제과, 혹한기 회사채 시장에서 ‘성공’

롯데쇼핑과는 반대로 롯데제과는 올해 초 냉각된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2월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 예측에 51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잘 갖췄다는 판단에서 보험사·자산운용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희망했다. 결국 롯데제과는 당초 계획보다 500억원 증가된 2000억원으로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렸다. 롯데제과의 신용 등급은 ‘AA’다. 강등 전 롯데쇼핑의 신용도와 같다.

빼빼로·꼬깔콘·마가렛트·몽쉘·카스타드 등으로 잘 알려진 롯데제과는 한국 1위 종합 제과 업체다.

건과 부문은 롯데제과·오리온·크라운제과·해태제과식품·농심 등 5곳이 과점 시장을 이루고 있다. 롯데제과의 시장점유율은 약 40%다. 껌 시장에선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빙과 부문은 롯데제과를 비롯한 빙그레·롯데푸드 등 상위 3곳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월드콘과 설레임 등 다수의 대형 인기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제과는 다수의 인기 제품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 제품의 상당량을 롯데쇼핑과 롯데GRS 등에 공급하고 있고 원·부재료를 롯데상사·롯데알미늄·롯데푸드 등에서 조달해 계열사와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 디저트·자체 브랜드(PB) 상품 등 대체재의 성장,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대로 영업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장수 인기 제품들의 높은 고객 충성도와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제품 경쟁력이 우수한 편이다.

롯데제과는 최근 해외 영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8년 3.8%에서 2019년 4.7%으로 높아진 후 지난해 1~3분기 6%를 기록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영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지만 오히려 수익성은 좋아졌다. 이익 관리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변경하고 생산·물류 효율화, 적자 사업의 구조 조정을 단행해서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해외 사업 부문은 실적 변동성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있지만 탄력적인 판매 가격 인상, 이익 관리 중심의 영업 전략,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해 앞으로도 양호한 수익 창출 능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선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기관투자가들이 보수적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제과는 신용도가 우량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인정 받아 혹한기인 회사채 시장에서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분할 이후 지속적인 해외 법인 지분 취득 관련 자금으로 2019년까지는 재무 부담이 커졌다”며 “하지만 2020년부터 안정적인 영업 현금 흐름으로 투자 부담을 충당하고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서 지난해 1~3분기 기준 순차입금을 5336억원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