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한 ‘시대 분위기’ 맞춰 과거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경영 전략]
‘왜 우리만 달라져야 하나’ 하소연하는 리더에게[김한솔의 경영 전략]
‘밀레니얼 세대와의 갈등’이라는 얘기를 들은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는 또 다른 세대 얘기가 많다. 바로 ‘Z세대’의 등장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 둘을 묶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요즘 것들’이라는 표현도 유행하는 듯하다.

그리고 많은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기성세대 리더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이다.

책들을 펼쳐보면 온통 요즘 세대의 직원들을 이해하고 기존과 달라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들뿐이다. ‘당연히 해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화를 강요당하는 기성세대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왜 우리만 맞춰 줘야 하냐. 요즘 직원들이 기존 흐름에 맞춰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위아래에서 치이는 중간자로서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충에 ‘공감’해 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해 줄 게 없다.

과거엔 해 보지도 않았던 ‘코칭’을 수시로 해야 하고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해 주고 구성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등의 행동 변화는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자.‘상시 피드백’ 강조하는 요즘 세상변해야 하는 게 당위인 첫째 이유는 ‘시대’가 이미 그렇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대 간의 생각 차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적 흐름이다.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 성적표에서 ‘수·우·미·양·가’가 사라진 지 오래다.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시험을 치르고 ‘등수’라는 것을 받는다. 수능 시험의 점수 줄 세우기도 예전처럼 심하지 않다. 이게 맞고 예전 방식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게 ‘시대 분위기’라는 의미다.

치열한 경쟁으로 순위가 바로 나오는 스포츠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최근 끝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선수가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김보름 선수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왕따’ 논란에 휩싸여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억울함을 벗고 다시 경기에 나섰고 같은 종목에서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는 성적이 낮아졌다고,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김 선수는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서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기쁨의 눈물인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고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선수에겐 ‘우승’ 혹은 ‘메달’이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의 응원이 더 소중했다는 것이다.

이를 조직 관점에서 보자면 ‘결과’보다 ‘피드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요즘 많은 기업들은 ‘상시 피드백’을 강조한다.

과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연초에 목표 면담, 중간 점검 면담, 연말 성과 면담 정도를 하는 게 기본이었다. 물론 1년에 3번 주어진 면담을 다 채우는 리더도 흔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매달 혹은 수시로 코칭 피드백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리더는 바쁘더라도 또는 어색하고 힘들더라도 ‘자주’ 피드백을 줘야 한다.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는 잘했다는 인정을, 아쉬운 결과가 나왔을 때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주는 등의 행동 변화는 ‘요즘 것들’을 위해서가 아닌 ‘변한 세상’에서 필요한 리더십인 셈이다.

동계올림픽에서 나온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배추보이’로 알려진 스노보드 이상호 선수의 인터뷰였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그는 8강전에서 0.01초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 선수는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자는 제 개인적인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후련하다”고 말했다.
구성원이 일하게 만드는 힘 가져야왜 아쉬움이 없을까. 하지만 남을 이겨서 더 높은 곳에 올라야만 기쁜 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만족감과 충족을 느끼는 요즘 시대의 가치관이 잘 나타난 게 아닐까.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엔 1등을 하지 못하면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습니다’라는 등의 중계 방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랬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2위를 하더라도 혹은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해 주는 게 당연해졌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1등을 뽑는다는 것 자체의 의미도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최근에는 1등부터 줄 세우는 ‘상대 평가’를 버리고 ‘절대 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때 리더가 할 일은 각자 역할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개개인의 업무 역량에 맞는 도전적 목표를 갖도록 이끌고 목표 달성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등이 ‘지금 세상’에 필요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평가하는 사람이 아닌 조력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지금의 ‘시대’가 원하는 리더다.

‘요즘 것들’에 맞춰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변했기에 리더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그래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을 위해 변해야 하는 둘째 이유를 밝힌다. 모든 리더들이 원하는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에서 원하는 성과를 달성해 내는 것이다. 그 역할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리더 개인의 업무 전문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일꾼’이라고 한다. 일꾼 중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전문가’, ‘장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들을 ‘리더’라고 하지는 않는다. 리더는 전문가와 달라야 한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것도 ‘기꺼이’…. 그래서 리더 개인의 전문성이 조금 떨어져도 ‘함께하는 힘’을 극대화해 조직의 성과를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지원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오해하지 말자. 리더 개개인의 자아를 버리고 다 맞춰 주자는 게 아니다. 구성원에게 좋은 소리만 해서 착한 리더가 되자는 것도 절대 아니다. ‘요즘 것들’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리더인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세대의 다름으로 인한 갈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나. 많은 기성세대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달라졌음’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 보길 응원한다. 그게 바로 ‘나를 위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