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전직원 가상 공간 ‘메타폴리스’에서 근무…사무실 없애자 채용 무대도 넓어져
[비즈니스 포커스] “메타폴리스 접속 후 4층 회의실 L3에서 진행하려고 하는데, 오후 2시 30분에 접속하면 로비에 나가 있을 게요. 이 주소로 로그인해 주세요.”2월 21일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과 만나기로 한 날, 기자에게 e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회사의 주소 대신 적힌 것은 이 회사의 메타버스 협업 툴인 ‘메타폴리스’ 설치 주소였다.
링크를 설치하자 ‘메타폴리스’란 건물 이미지가 생겨났다. 사전에 등록된 아이디로 로그인하자 기자만의 아바타가 생겼다. 영상 캠과 오디오를 입력하자 아바타의 얼굴이 실제 기자의 얼굴로 바뀌었다. 아바타지만 곧 기자 이름과 직함을 단 가상 공간의 ‘나’였다.
기자의 아바타는 곧 3차원(D) 건물 앞에 있었다. 게임과 같은 그래픽에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로비에서 직방 관계자와 만났다. 아바타지만 화상 채팅을 하듯이 얼굴이 보였고 목소리도 들렸다. “안녕하세요.” 메타버스상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직방 사무실로 올라갔다. 4층에는 직방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가상 공간이지만 직방 직원들이 실제 일하는 사무실이었다. 가상의 사무실, 메타폴리스
직방이 새로운 시도로 업무 공간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전 직원 360여 명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출근 중이다.
직방은 지난해 2월 1일부터 오프라인 출근을 전면 폐지하고 원격 근무(클라우드 워킹)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근무가 자연스레 시작되면서 원격 근무로 시스템을 전환한 것이다.
직방은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원격 근무 툴을 조금만 더 몰입감 있게 만든다면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꼽히는 소통 부족과 생산성 저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무실처럼 모여 일하는 근무 환경을 온라인상에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직방은 온라인 업무 집중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툴을 고민했다.
회사는 곧 가상 공간 안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협업 툴인 ‘메타폴리스(Metapolis)’가 지난해 7월 탄생했다. 메타폴리스의 특징은 3D 게임처럼 생긴 가상 공간에 아바타를 만들어 접속한다는 것이다. 아바타로 로그인하면 회사 건물 앞에 서게 된다. 방향키를 조작해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층수를 눌러 자신의 책상을 찾아가야 한다. 가상 공간이지만 출근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책상에 앉으면 팀원들의 얼굴을 화상 회의하듯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 시선이 마주 닿으면 화상이 연결된다.
자리에서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공유할 수도 있다. 구글 미트의 프레젠테이션 기능처럼 자신이 보고 있는 문서를 가까이 있는 직원들, 즉 아바타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공유된 화면을 다 같이 살펴보면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오피스 곳곳에 배치된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할 수도 있다. 메타폴리스에서는 회의실 개수도 정해져 있고 사이즈도 각각 다르다. 8인실, 16인실 같은 개념으로 나뉘어 있는데 8인실 룸은 8인의 아바타가 들어갔을 때 최적의 환경으로 회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회사들과 똑같이 회의 참석 인원을 파악하고 인원수에 맞는 회의실을 찾아야 하고 사용 전 미리 예약해야 한다.
회사는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본사로 쓰던 사무실도 폐쇄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클라우드 워킹을 기본 체제로 삼을 방침이다. 대표와 임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메타폴리스로 출근한다. 즉 직방의 직원들은 오프라인 근무지가 집이든, 카페든, 바다 건너 제주도가 됐든 전혀 무관하다. 온라인상에 연결만 돼 있으면 메타버스 오피스에 출근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는 비대면 근무 환경 구축에 집중했고 다양한 협업 툴을 도입했다. 직방은 메타폴리스 외에도 텔레그램·구글·슬랙 등 다양한 협업 툴을 활용해 일하고 있다. 화상 회의부터 소소한 대화까지 온라인에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진다. 업무 관련 데이터도 모두 디지털화해 아카이빙 중이다. 업무 공유에 드는 리소스를 덜어내 언제 어디서나 근무하는 클라우드 워킹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공간에서 해방되면서 리크루팅에도 혁명이 찾아왔다. 출근해야 할 본사 건물이 없다 보니 채용의 무대가 넓어졌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용산·수서역 등 주요 역사에 채용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직방에 입사하면 귀향할 필요 없이 고향에서 그대로 거주하며 명절을 보내고 일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어 해외 인재 유치에도 장벽이 사라졌다.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직방은 해외 거주 직원이 늘어났다. 여선웅 직방 부사장은 “기술로 공간을 혁신한다는 큰 목표를 이루려면 정보기술(IT)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직방에 입사하면 본사와 가까운 거주지나 교통편을 알아볼 필요 없이 직방의 메타폴리스에 접속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직방은 올해 상반기 내에 메타폴리스를 공식 서비스로 론칭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분양 가능한 상업용 가상 부동산
또한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답게 가상 공간이지만 ‘분양’의 개념을 가져왔다. 직방은 현재 메타폴리스라는 가상 공간에 30층짜리 건물을 1동 지은 상태다. 이 건물 4층, 5층이 직방 오피스다. 직방이 쓰지 않는 나머지 층은 다른 업체에 ‘분양’할 수 있다. 비어 있는 층은 ‘공실’인 셈이다. 1개 층에는 최대 30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즉 300명의 아바타가 동시 접속할 수 있다. 만약 500~600명 규모의 기업이 메타폴리스를 쓰게 되면 2개 층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 건물과 같이 각각의 층들은 입주한 기업들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오프라인 공간처럼 물성을 부여해야 메타버스에서도 비슷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베타 버전에선 직방 외 2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건물 1층 로비에서 모든 입주사들이 만날 수 있다. 가령 4층의 직방 직원 아바타와 27층에 입주한 A사 직원 아바타가 로비에서 마주칠 수 있다.
여 부사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DX)이 앞당겨지면서 유연한 조직 운영과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직방의 모든 서비스가 오프라인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온라인·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인 만큼 직방 스스로 디지털 전환에 앞장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l 여선웅 직방 커뮤니케이션실 총괄 부사장
“상반기 중 메타버스 오피스 공간 임대 서비스 출시”
일반 재택근무 협업 툴과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은 무엇이 다를까. 가상 사무실에 출근하면 정말 생산성이 높아질까. 여선웅 직방 커뮤니케이션실 총괄 부사장에게 업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 메타폴리스에 대해 물었다.
-메타폴리스는 어떻게 개발했나.
“비대면 근무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왜 꼭 모여서 일해야만 할까’라고 생각했다. 직방은 ‘기술로 공간의 경험을 혁신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공간이라는 게 오프라인 공간 외에도 가상 공간도 직방의 영역이라고 보고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재택근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근무할 때는 상시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사실상 소통이 단절돼 있다. 재택근무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안에서 상시 접속해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9시 반부터 6시 반까지 근무 시간 동안에는 음성과 영상으로 연결돼 있는 아바타를 통해 접속해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라기보다는 메타버스 근무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일 것 같다.”
-메타폴리스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효율성이 다른가.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에 접속한 근무 시간 동안 직원인 아바타에게 서로가 언제든지 말을 걸 수 있다. 텍스트로 주고받는 메신저와 달리 얼굴을 보고 서로 대화할 수도 있다. 또한 회의를 하거나 의사 결정할 때도 서로가 원하면 장면을 녹화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아카이빙이 훨씬 편하다. 업무 생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와 직원, 양측 모두 만족도가 높나.
“무엇보다 직원 채용에 정말 좋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이 있었다면 강남으로 1~2시간 내에 출퇴근이 가능한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으로의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그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채용할 수 있는 직원의 폭이 매우 넓어진 것이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부산과 광주에 사는 사람도, 심지어 해외에서도 지원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간을 없앤 것은 리크루팅에 크나큰 장점이 됐다.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도입 이후 서울에서 지방이나 제주도로 이사를 가거나 해외에서 채용된 이들이 많아졌다. 직원도 출퇴근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그 시간을 개인 여가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서울에서의 주거비용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이주를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동일한 월급으로 보다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아쉬운 부분은 없나.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게 꼭 일만 한다기보다는 정서적인 교류도 같이 한다. 그런 측면에선 다소 부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일하고 퇴근하면서 회식도 하고 그런 ‘퇴근의 맛’이 있는데 주거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같다 보니 퇴근하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오프라인 공간도 있다고 들었다.
“마치 공항에 있는 라운지처럼 서울 도심 곳곳에 50개 정도의 라운지를 만들었다. 66~99㎡(20~30평)의 작은 공간으로, 근무지 개념은 아니고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거나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진짜 집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라운지에서의 근무도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 편의의 공간일 뿐 사무실의 개념은 아니다. 무인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운영 비용은 크지 않은 편이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은 어렵지 않았나.
“직방은 공간을 보여주는 곳이니 이미 기존에도 직방 앱에서 3D와 가상현실(VR)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역시 어떻게 보면 같은 선상이라 우리 영역 안에 있다.”
-플랫폼 출시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가상 부동산을 임대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툴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지만 메타버스 공간을 임대해 쓴다는 개념으로 몰입감이 다르다. 현재 직방 건물은 30층짜리다. 이 공간에 20개 업체가 베타 버전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다른 사무실이 입주한 층은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앞으로 메타버스 공간에 오피스가 무한대로 생기는 개념이다.”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시장의 확대를 예상하나.
“메타버스 기반의 오피스 플랫폼 시장이 무척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 바꾸면서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준비 중이고 현재 다수의 빅테크가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직방은 비대면 근무 방식이 뉴 노멀이 될 것으로 보고 그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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