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내수 경쟁력으로 1400억원 회사채 모집에 1800억원 몰려

[마켓 인사이트]
삼양사가 개발한 생분해성 소재 '이소소르비르' 사진=삼양사 제공
삼양사가 개발한 생분해성 소재 '이소소르비르' 사진=삼양사 제공
설탕 브랜드 ‘큐원’으로 유명한 삼양사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자본 시장에서 호평을 이끌어 냈다. 올해 초 얼어붙은 공개 모집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오버부킹(수요 초과)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성장 가능성보다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불어난 차입 부담은 추가적인 신용도 개선의 걸림돌로 지적받는다.

금리 인상기에는 장기물 선호 경향

올해 초부터 회사채 발행 시장은 냉각기였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였고 시장 금리도 빠르게 치솟았다.

금리가 인상돼 자금 조달 비용이 갈수록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회사채를 발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지속적으로 시장 수요를 파악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평가 손실을 우려해 회사채 투자에 몸을 사렸다. 이러한 냉담한 반응에 회사채 발행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일이 많았다.

삼양사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용 등급은 ‘AA-’로 나쁘지 않았지만 ‘AA급(AA-~AA+)’ 이상으로 통용되는 우량 신용 등급의 가장 하단에 자리해 안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삼양사는 과감하게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2·3년 등 중·단기 만기의 회사채만 시장에서 소화되는 상황이었지만 5년과 7년으로 만기도 길게 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4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기관투자가들은 1800억원의 투자를 희망했다. 현재의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매우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보험사와 일부 공제회 등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회사채 투자를 선호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삼양사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큰 부침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견고한 재무 안정성에 끌린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만기가 긴 회사채에 투자할 때 사업 구조와 실적 안정성 등을 더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삼양사는 2011년 구 삼양사(현 삼양홀딩스)에서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식품과 화학 사업을 영위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최대 주주는 보통주 61.8%를 보유한 삼양홀딩스다. 삼양사의 식품 사업은 제당·제분·유지·전분당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화학 사업은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제조를 맡고 있다.

2016~2020년 평균 매출 비율은 식품 54%, 화학 46%다. 식품 부문을 보면 주력 제품 시장은 대부분 과점 체제다. 제당 부문에선 CJ제일제당·대한제당과 경쟁 중이고 전분당 부문에선 대상·CJ제일제당과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다. 그만큼 식품 부문의 사업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제당 사업이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음식료품의 필수 소재인 만큼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화학 부문은 삼양화성·휴비스·삼양화인테크놀로지 등 관계·공동 기업과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갖췄다. 특히 삼양패키징의 페트(PET) 용기 사업은 한국 상위권의 생산 능력과 오랜 업력에 힘입어 화학 부문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양사는 자동차·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을 전방 시장으로 두고 있어 사업 다각화 수준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삼양사의 사업 구조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선호되는 안정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위기에 강한 삼양사, 얼어붙은 투심 녹였다
설비에 지분 투자까지…재무 부담은 해결 과제

전반적인 사업이나 재무 안정성은 우수하지만 삼양사에도 고민은 있다. 커지고 있는 재무 부담이다. 삼양사는 최근 수년간 꾸준한 설비 투자와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삼양사는 2014~2017년 삼양웰푸드(가공유지)·삼양밀맥스(제분)·아셉시스글로벌·KCI 등의 M&A를 통해 사업 기반을 확충했다.

이를 통해 연매출 2조원 이상도 달성했다. 하지만 잇단 M&A와 지분 투자, 배당금 지급 등이 맞물리면서 순차입금이 증가하고 잉여 현금 흐름(FCF)이 나빠졌다.

삼양사의 순차입금은 2016년만 해도 1547억원에 그쳤다. 반면 2017년 3251억원, 2018년 426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6341억원까지 불어났다. 70%대를 유지하던 부채 비율도 95%를 웃돌게 됐다. 2016년 0.7배에 그쳤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3.1배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삼양사의 FCF는 2019년 81억원, 2020년 70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분기 124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원재료 단가 상승에 따른 재고 매입 부담으로 영업 활동 현금 흐름상 부족 자금이 발생한 영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운전 자금 부담이 완화되면 영업 현금 흐름이 정상화돼 양(+)의 FCF로 전환될 가능성은 있지만 시기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JB금융지주와 동원산업 등 보유하고 있는 지분 상품이 약 3000억원에 달하고 모회사인 삼양홀딩스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재무 여력은 충분하다”며 “투자 부담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그룹 차원의 투자 규모와 재무 정책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변동 가능성도 삼양사에 골칫거리다. 삼양사는 2017년 원당 매입 가격 상승, 2018~2019년 식품 부문 수요 감소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저하된 수익성이 계속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설탕·밀가루·전분당의 수요가 늘면서 영업 수익성이 소폭 높아졌다. 아셉틱(무균 충전 공법) 관련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자회사인 삼양패키징의 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된 것도 영업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수치로 보면 삼양사의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수익(EBIT)은 2016년에는 7.4%였다. 하지만 2017년 4.4%로 낮아진 후 2019년 3.9%를 나타냈다. 2020년과 지난해 3분기에는 각각 5.4%, 5.5%였다.

약간 오르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실제 삼양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에 비해 16.2% 증가한 2조384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6% 감소한 825억원에 그쳤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식품 부문의 자체적 사업 경쟁력에는 큰 변동이 없다”며 “주요 원재료, 해상 운임, 환율 등 원가 부담이 이 같은 영업 수익성 변동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식품 부문의 수익성이 일정 정도 저하된 모습”이라며 “화학 부문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자기기 등 전방 산업 관련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매출은 늘었지만 원재료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상승해 부문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