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석탄 화력 등 90만 개 일자리 감소 가능성…'정의로운 전환' 모호한 정책만

[스페셜 리포트]
‘탄소 중립의 그늘’…노동 시장 고용 충격 불가피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저탄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산업 전환에 따라 노동 시장이 큰 고용 충격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석탄 화력 발전 관련 종사자 90만여 명은 직간접적인 고용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20년 12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와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대 정책 방향에 탄소 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을 짰다.

탄소 중립의 핵심은 개인·기업·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 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세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후·환경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주요 국가의 탄소 중립 선언이 가속화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역시 탄소 중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며 세계의 흐름과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 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의 장밋빛 전망에는 그림자가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탄소 중립의 그늘’…노동 시장 고용 충격 불가피
탄소 중립에 90만 명 일자리 잃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저탄소 정책 추진으로 내연기관 자동와 석탄 화력 발전 관련 종사자 90만여 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력의 신산업 이동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조 조정 위기에 직면한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 구조 변화로 노동 전환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으로 내연기관차와 석탄 화력 발전을 꼽는다.

내연차에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일러짐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한국 완성차 기업의 12만6000여 명과 협력사 9000여 곳의 22만여 명이 고용 충격에 노출된다. 특히 2030년까지 출시되는 신차 중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비율이 3분의 1로 낮아지면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 등 내연차 전용 부품 생산 협력사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연차 정비와 판매 영업, 주유 운송·주유소 분야 등에서도 일자리를 잃는 인원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자동차 정비와 판매 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28만여 명, 주유 운송·주유소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26만여 명 수준이다.

석탄 화력 발전은 탄소 중립으로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다. 58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운영 중인 발전 공기업 5곳과 민간 기업 1곳의 노동자는 5600여 명이다. 또한 원료 운반과 보조 설비 운전 등을 담당하는 협력사 종사자는 약 8000명이다.
‘탄소 중립의 그늘’…노동 시장 고용 충격 불가피
정부는 58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 중 28기를 2034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기업과 민간 기업은 다소 고용 충격이 덜할 수 있지만 원료 운반과 저장·설비 등을 맡는 협력사는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구준모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계획대로 석탄 화력 발전소의 숫자가 줄어들면 1만여 명 이상의 노동자와 그 가족, 지역 공동체 등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산업 전환에 따른 굴뚝 산업 종사자도 갈 곳을 잃는다. 이 현상은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재에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내연차와 석탄 화력 발전, 굴뚝 산업 종사자 등을 합하면 2050년께 일자리 90만 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