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금융 시장으로 본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냉전 체제 해체 30여 년 만에 ‘신냉전’ 체제가 다시 시작되며 전 세계를 긴장에 몰아넣고 있다. 잇단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커지는 공포심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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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1.6%, 수입 비율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6.4%)와 천연가스(6.7%)의 비율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콩과 옥수수 등 농산물의 주요 수출국이지만 현재 한국의 밀과 옥수수 연간 수입량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 수준이다. 이를 볼 때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1년 9월 기준으로 한국 금융회사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해외 자산은 0.4%로 미미한 수준인 만큼 금융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극히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제조업 기반의 수출 주도 경제 구조를 지닌 한국의 금융 시장은 세계 경제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에 따라 유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한국의 금융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1991년 걸프전, 2018년 미국과 이란의 대치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코스피의 상대 수익률은 부진했었다. 이번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자 한국 금융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침공 리스크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성이 높다”며 “단기적인 등락 반복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보면 지수·업종·상장지수펀드(ETF) 모두 낙폭이 컸던 부문을 위주로 반등이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정이 컸던 ‘대형주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와 함께 해외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 등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유럽보다는 미국을, 당분간 변동성이 높아진 증시 상황을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주 투자를 추천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이 대표적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던 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로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질 금리 상승과 미 달러 수준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금의 투자 메리트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국제 금 시세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