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캘빈 클라인·구찌 등도 등장…프라다, ‘위대한 개츠비’ 영화 의상 2000여 벌 제작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프라다②
사진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에서 미란다의 프라다 의상.
사진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에서 미란다의 프라다 의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 또한 프라다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영화 예술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인 의상은 화면 언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의상은 인물의 성격과 이미지를 형성하고 특징을 표현하며 인물의 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로렌 아이스버거가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쓴 유명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블리 블런트가 함께 출연했다. 영화 상영 후 이 소설은 30주 연속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로렌 아이스버거가 학교 졸업 후 미국의 유명한 잡지 편집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담은 것이다.
자신의 문제점 극복, 패션 달인으로 성장
처음 직장에 들어가 방황하다가 자신의 문제점을 찾고 극복하면서 훌륭한 패션 달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 영화의 합작으로 완성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때문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천사는 샤넬을 입는다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잡지사의 편집장 미란다는 프라다를 좋아했고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직장 신인 앤디는 샤넬을 많이 입었다.

이 영화에는 프라다와 샤넬 외에도 캘빈 클라인·구찌·디오르·지미추·발렌티노·베르사체·펜디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프라다의 검은색 브이넥의 드레스를 통해 우아하고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잘 나타냈다. 미란다의 웃음과 프라다의 결합을 통해 당당한 느낌을 표현했다(사진1).

비서 앤디는 샤넬의 뉴보이스캡과 파리지엔 참 장식, 화이트 진주로 세팅된 두 줄의 목걸이가 잘 어울렸고, 데이비드 로드리게스의 어깨가 노출된 보트넥의 블랙 톱과 미우미우의 티셔츠는 새로운 스타일링을 보여줬다(사진2). 블랙과 화이트의 밋밋할 수 있는 스타일에 활력을 준 액세서리는 등장인물들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두 줄로 나눠진 목걸이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이 캐주얼하고 고급스럽다. 여성 직장인의 답답한 모습이 귀여운 모습으로 변했다.
사진2:‘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디가 착용한 샤넬의  목걸이와 미우미우의 흰색셔츠.
사진2:‘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디가 착용한 샤넬의 목걸이와 미우미우의 흰색셔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패션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괴테는 “패션이란 현재의 전통이다”라고 말했다. 전통은 일종의 필수성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 수밖에 없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1920년대 미국 상류층의 물질주의와 함께 무너져 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묘사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의상 제작에 직접 참여해 2000여 벌을 만들었다.

필자는 영화 속 파티 장면에서 여성들이 입은 1920년대 의상이 너무 멋지고 잘 고증된 것을 보고 감탄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명품뿐만 아니라 문화적 아이콘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아니시 카프어 같은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돕는가 하면 미국 작가 댄 플레빈에게 이탈리아 밀라노 치에사 로사(Chiesa Rossa)의 작은 성당에 형광등 설치 조명 작업을 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프라다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의 부부 경영 체제를 이루며 날로 성장했다. 1988년에는 프레타포르테(기성복)를, 1993년에는 세컨드 브랜드인 미우미우와 프라다 남성복 컬렉션을 론칭했다. 미우미우는 10~20대 여성들을 겨냥한 브랜드로, 미우치아 프라다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가상 친구이자 미우치아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이상적 분신의 이름에서 온 이름이다. 미우미우의 디자인은 프라다보다 밝고 경쾌한 색상과 실험적인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1997년에는 언더웨어 ‘프라다 인티모’와 스포츠 브랜드인 ‘프라다 스포츠’를 론칭했다. 프라다는 1998년 프라다 패션쇼에서 최초로 정장을 입은 남성들에게 스니커즈(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를 신겨 화제를 낳았다. 남성 정장에는 당연히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공식을 깨뜨렸고 반응이 좋았다.
배우 톰 홀랜드가 들고 있는 프라다 가방 
출처: prada.com
배우 톰 홀랜드가 들고 있는 프라다 가방 출처: prada.com
프라다 부부, 사무실에서 싸우다 저녁엔 다정
미우치아의 남편 베르텔리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이 부부는 사무실에서 싸우다가도 저녁에는 다정하게 함께 식사하고 함께 퇴근하곤 했다. 베르텔리는 경영 방식에서도 독특함을 보였다. 그는 회사의 아주 작은 일에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쓰는 문구류에서부터 직원들의 식당 메뉴에 이르기까지 관여했다. 리셉셔니스트들에게는 제복을 입게 했고 낮 12시가 되면 청소부가 사무실의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워야 한다는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프라다가 뉴욕 지사를 설립했을 때는 사무실 가구는 물론 직원 식당에서 사용할 파스타와 그가 좋아하는 올리브유까지 보냈을 정도로 무서운 완벽주의자였다. 이처럼 브랜드 곳곳에 스며든 특유의 무미건조한 매력과 독특한 위트로 프라다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유행을 선도했다.
프라다 리나일론 백팩. 사진=prada.com
프라다 리나일론 백팩. 사진=prada.com
프라다 리나일론 토트백. 사진:prada.com
프라다 리나일론 토트백. 사진:prada.com
프라다는 1993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가 수여하는 액서서리 부문 상을 수상했다. 1995년과 1998년 뉴욕 VH1방송국의 패션상을 수상했고 미국판 보그가 선정한 ‘패션업계의 가장 탁월한 7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6년엔 타임지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커플’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1년 프라다 S.p.A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지분의 25.5%를 패션 그룹인 펜디와 LVMH그룹에 매각했다. 지분 매각 후에도 프라다 S.p.A는 독자적으로 프라다를 관리하고 있다.

참고 문헌 :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미디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한 의상과 영화의 관계연구(염리. 청주대 대학원 학위 논문)’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