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팔로워가 사랑하는 문장 수집가의 인생 문장 365
[서평]
호다 코트비·제인 로렌치니 지음 | 양소하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68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제시한 정점 35만 명에 근접한 상황에서 좀처럼 누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학급의 설렘도, 캠퍼스의 낭만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평범한 일상의 많은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마스크와 가림막, 화상 전화 프로그램으로 기존에 누리던 생활의 대부분을 타협해야 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모두가 어느 정도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답답하고 모니터 사이로 마주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삭막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사태는 일상의 무료함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의 만남도 멀어지게 만들었고 심지어 생계까지 위협하며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답답함·무력함·외로움과 같은 비슷한 감정의 폭발을 경험했을 것이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 주는 말 한마디가 아닐까.
유명 방송인이자 기자 그리고 200만 팔로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명언 수집러’ 호다 코트비는 좋은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하루에 하나씩 모아 온 문장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켰다. 부정적 감정에 빠져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면, 힘겨워하는 가족·친구·연인을 위한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가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모은 365개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은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365쪽이나 되는 페이지 속 어딘가에 위로의 역할을 하거나 적어도 잠시나마 마음을 토닥일 문장 하나 또는 이야기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메시지에 단긴 놀라운 힘
삶에 관한 불안한 진실은 이 여정이 만족과 역경을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인생은 절대 예상할 수 있게 순탄히 흘러가지 않는다. 매일같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잘 될 것이다’라든지 ‘아직 늦지 않았다’라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다’와 같은 짧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말들을 통해 위로를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명언은 깊은 고통이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불씨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그저 지나가는 전단지에 쓰여 있는 평범한 문장처럼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는 메시지가 담긴 문장은 때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힘을 발휘하곤 한다.
얼마 전 폐막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 가혹한 경기가 많았다. 그중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황대헌 선수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 당해 수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당사자였던 황대헌 선수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문장으로 심경을 대신했다.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친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하면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라.” (마이클 조던)
상황을 탓하기보다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기로 한 그는 “아무도 손 못 대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고 실제로 정면 돌파 전략을 통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처럼 한마디의 말, 한 줄의 문장은 주저앉고 싶은 순간 마음을 다잡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에 필요한 명언을 찾고 조금이나마 자신을 치유할 또 하나의 기회다. 그러니 한 페이지씩 넘겨 보며 단 몇 분만이라도 가만히 멈춰 서 더는 피할 수 없는 하루의 고됨을 녹여 보는 것은 어떨까.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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