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주 제안 발송…조카의 난 2라운드
사외이사 자리 놓고 표 대결 불가피 전망
“배당성향 후퇴…주주환원 강화해야”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 주장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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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박철완 전 상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주주 제안을 발송하며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경영권 분쟁은 박 전 상무가 주주 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뒤 해임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박 전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상무가 올해 3월 주주 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내놓아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재점화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 전 상무는 회사 경영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올해도 주총에 앞서 경영 투명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 제안을 발송했다.

박 전 상무는 2월 21일 입장문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경영자로 복귀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 제안에는 사내이사 및 이달 임기가 끝나는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 2명의 후임 이사 후보 추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사내이사로 본인을 직접 추천했고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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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상무는 3월 11일 입장문을 통해 주주 제안을 하게 된 배경과 이유도 밝혔다. 그는 “회사는 창사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5만원까지 폭락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해 주총을 겪으면서 회사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고 결국 실망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주가는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상황으로 회사가 이행하지 않은 여러 가지 약속들에 기반해 주주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발표한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에 대해서도 △배당성향이 오히려 전년 대비 후퇴 △불과 0.56%의 자사주를 소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은 점 △경영진의 보상이 과도하고 보상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점 △비연관 자산이 매각되지 않은 점 △금호리조트를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전 상무가 또다시 주주 제안을 통해 경영권에 도전하면서 올해도 박 회장과 박 전 상무 간 주총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3월 25일 정기 주주 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이익 배당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을 포함한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가 발송한 주주 제안 역시 관련 안건에 함께 상정돼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의 둘째 형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식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 전 상무의 누나 박은형·은경·은혜 씨,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0%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은 박 회장의 지분 6.69%를 비롯해 장남 박 부사장이 7.17%, 장녀 박 전무가 0.9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