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아이디병원장 “성형 문턱 낮추고 국내 외국인 겨냥…코로나19 위기 뚫었죠”

[인터뷰]
박상훈 아이디병원장은 3월 14일 오후 서울 신사동 병원에서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원용 기자
박상훈 아이디병원장은 3월 14일 오후 서울 신사동 병원에서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원용 기자
최근 미용 의료의 트렌드는 다양성과 전문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물론 ‘오팔세대(5060세대·OPAL : Old People with Active Life)’까지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눈·코·가슴·윤곽·주름 리프팅 등 성형을 원하는 부위가 다양해졌고 각 부위별 전문성이 높은 의료진을 별도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박상훈 아이디병원 병원장은 일찍이 이러한 변화에 주목했다. 아이디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치과로 구성됐는데 박 원장은 각 병원별로 전문 센터를 설립해 의료진을 별도로 편성했다. 우선 양악과 윤곽을 전문으로 하는 얼굴뼈센터를 비롯해 아이디올센터(리프팅), 뷰티핏가슴센터, 모티핏센터(가슴), 로컬센터(눈·코) 등 총 5개 센터로 성형외과를 구성했다. 피부과와 치과도 각각 안티에이징센터와 idNP스킨부스터센터, 임플란트센터와 교정센터 등으로 나눠 전문성을 높였다.

박 원장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한국 성형은 남성과 중·장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미용 의료 전문 병원이 되기 위해선 높은 전문성은 물론 각 분야 의료진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병원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한때 암에 대해 관심이 컸었습니다. 당시 폐암과 관련해 찾아보던 중 여러 가지 암을 다루는 곳은 많아도 폐암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 기관을 찾는 것은 힘들었죠. 이를 미용 쪽으로 연결하다 보니 ‘성형 역시 얼굴뼈를 수술하려고 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굴뼈 전문 병원으로 개원한 이유가 됐죠. 그런데 환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다양성(원스톱 서비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선 코 성형 전문가와 이비인후과 전문 의료진을 모아 코센터를 만들었어요. 얼굴뼈 수술과 같이 하는 수술이 코거든요. 이어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눈센터·피부과센터·치과센터·리프팅센터 등을 운영했죠. 현재의 프로닥터 체제입니다.”
프로닥터 체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됩니까.
“대형 병원처럼 각 분야의 학술적 지식과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한곳에서 모아 최고의 결과를 내는 시스템입니다. 한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을 모아 놓은 집단을 프로닥터라고 보면 됩니다.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의료진이 병원에 들어오면 약 3년간 각 센터의 파트장 밑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이 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아이디병원의 프로닥터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환자가 병원보다 각 분야의 의료진을 보고 아이디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벤치마킹한 곳이 있습니까.
“2000년도 초반에 미국 뉴욕대 교환교수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뉴욕대학병원에선 각 분야의 대가를 영입해 병원을 운영했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었죠. 미국에서 제일 잘하는 수술을 전부 볼 수 있었거든요. 아이디병원의 지향점입니다.”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프로닥터 체제를 구축하면서 무수히 많은 의료진을 배출하다 보니 나온 별칭같습니다. 첫째 제자가 나온 지 벌써 11년이 됐네요. 당시 대여섯 명의 제자가 아이디병원에서 독립해 얼굴뼈 전문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의료진만 말했는데 사실 병원 운영이 원활하려면 행정 인력의 전문성도 중요합니다. 원장단(의료진)·외래(간호사 등)·마케팅·글로벌 등 총 4곳으로 조직을 나눈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직원이 입사하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돼 옆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도록 하라’입니다.”
병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환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각 시대마다 통용되는 소통 채널을 십분 활용했죠. 얼굴뼈를 수술할 때는 회복 기간이 길고 식사를 못합니다. 이 때문에 회복 기간에 컴퓨터로 채팅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2000년대 초반엔 다음 카페를 통해 환자들과 소통했어요. 해외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성형 후기 사이트에서 직접 영어로 답변을 달았습니다. 해외 환자들은 최근 자국에 돌아가서도 ‘사후 관리’를 받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현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병원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고 있죠. 또한 주요 고객 층인 2030세대와 알파세대(2010~2024년생)의 생각을 듣기 위해 메타버스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노하우가 있습니까.
“각 부서 간 협업입니다. 이를 위해 클리닉 비즈니스 유닛(CBU)을 만들었죠. 각 분야의 베테랑이 있다고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들 들어 K-콘텐츠에 반한 태국 환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무조건 한국형 성형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굴이 하얗고 서양 스타일에 가까운 것이 태국의 미인 기준인데 이 같은 문화가 반영돼야 합니다. 중국은 부티 나 보이는 얼굴형이 미인의 기준입니다. 이는 의료진이 수술을 잘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글로벌 사업부가 트렌드를 조사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죠.”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환자 비율이 낮아지지 않았습니까.
“한국 성형 시장에서 해외 환자의 비율은 꽤 높은 편입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병원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죠. 그래서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하자고요. 마케팅팀 조사 결과 외국인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 있었고 이들은 대부분 비용 문제로 병원에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격 문턱을 낮췄죠. 이러한 전략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략은 무엇입니까.
“과거엔 성형을 하면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생부터는 성형이 대중화됐습니다. 더 이상 딴 나라 얘기가 아니게 된 거죠. 리프팅 영역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업계에선 최근 한국 리프팅 수술 환자 중 40대 이상 비율이 70%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2018년 절반 정도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뛴 것이죠. 얼굴 처짐이나 주름 개선을 위해 40대 이상 연령대가 성형외과 방문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들 40대는 바로 1980년대생입니다. 다르게 해석하면 젊은층의 고객만 있었던 성형 시장에 중·장년층의 시장이 열린 셈이죠. 아이디병원은 성형이 ‘관리’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합니다. 큰 변화를 주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성형의 ‘장벽’을 낮추는 데 앞장서려고 합니다.”
Who is
박상훈 아이디병원 병원장은 30년 가까이 양악 수술을 집도한 미용 성형 1세대 베테랑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두개안면기형센터 소장, 미국 뉴욕대 성형외과 교환교수를 거쳐 2004년 아이디병원의 전신인 박상훈 성형외과를 개원한 후 양악 수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한국의 성형외과 밀집 지역인 강남 압구정·신사 주변 성형외과 의료진 중 아이디병원을 거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박 원장의 의료 노하우와 병원 운영 전략은 한국 성형외과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사역 인근에 자리한 아이디병원은 지상 16층(지하 2층) 규모의 본관과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별관을 갖췄고 총면적은 9657.49㎡(약 2921평)에 이른다. 총 30병상과 237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기실을 갖춘 미용 성형 전문 병원이다. 직원 수는 총 800여 명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마켓비즈 조사 결과 세계에서 영향력이 높은 10대 미용 병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