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한국씨티은행이 개최한 ‘제3차 기후행동 콘퍼런스’
“기후 행동은 지금 시작해야 할 것”
기후 대응은 곧 기업 경쟁력
이날 콘퍼런스의 첫 번째 세션은 마크 버티지 주한영국대사관 경제 참사관의 기조 연설로 막을 열었다. 버티지 참사관은 영국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으로 남아있는 기간 동안 넷제로 전환에 내재된 위험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 대응은 단순한 기업 브랜드 향상을 위한 과제가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도전적인 경제 상황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버티지 참사관은 “신기술은 초기 발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티핑포인트가 중요하다. 티핑포인트를 위해 사회 각 계층이 ‘지금’ 행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프랭크 리즈버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은 COP26에서 제시한 우선순위 ‘석탄’, ‘자동차’, ‘자금’, ‘산림’ 등을 되짚으며 전 세계 회원국과 파트너들에 보완책을 제시했다. 아시아는 계획 및 건설 단계에 있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리즈버만 사무총장은 토지가 부족한 한국의 경우 저수지 수면에 부유식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의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관련 분야에서도 여러 회원국의 녹색경제 성장 모델을 지원하는 활동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즈버만 사무총장은 “한국이 GGGI에 그린 뉴딜 펀드를 신설하고 한국의 리더십과 기술, 지식을 개도국과 공유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재생에너지, 중소기업 협업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녹색 일자리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설은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이 맡았다. 탄소예산(앞으로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 총량)에 따르면 지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1년 정도다. COP26 참여국 역시 1.5도 목표 재검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을 통해 과감한 정책을 약속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40% 이상 감축 및 국제 메탄서약 가입, 국제 산림복원 협력 선도 및 남북한 산림 협력 노력,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 폐지를 약속했다. 전체 COP26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1.5도 목표를 재확인하고 석탄발전에 대한 최초로 명문화된 규정을 마련했으며 2025년까지 1000억 달러 기후 재원 조성 목표 달성 촉구, 민간재원 조달의 확대, 개도국 적응을 위한 재원, 역량 배양 등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 실장은 “COP26 결과는 기후변화는 논의에 그치지 않고 기후행동 강화 방안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수송 등 부문별 기후행동을 상향시키고 국제탄소시장 참여를 위한 철저한 준비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경제, 사회구조 전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산업계 협업 필수
두 번째 세션에서는 공공부문의 기후 대응과 민관협력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 기후 위기 대응의 국제적 동향과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유 전 대사는 “그린 대세론의 핵심은 공공재로서의 탄소관리다. 생산한 제품 내에 탄소가격이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파키스탄 수력발전소 사업을 통해 발급받은 탄소배출권은 126억원의 수익을 거두었던 사례를 들었다. 유 전 대사는 “올해부터 출범하는 신정부는 지난 정부의 글로벌 약속을 이어 정책의 지속성, 탈정책화, 포용성 등을 지켜 글로벌 의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과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과제를 설명했다. 기존 NDC 및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대한 전반적 검토와 국외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고민, 규제 중심의 입법을 벗어나 인센티브 중심의 규제 변화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국정 과제를 마련하고, 미국과의 기후 동맹, 유럽과의 선택적 협력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KACCC)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대응책으로 산업계 적응역량 강화 지원을 꼽았다. 사전 계획 수립, 기후변화 영향 파악, 적응 전략 수립, 이행 및 모니터링 단계를 거쳐 정부와 산업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 마크 샴페인 WWF 인터내셔널 아태지역 환경금융 총괄담당은 WWF에서 시행하는 뱅커블 솔루션(Bankable Solution, 투자 가능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지속가능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4조 2000억 달러의 자산이 필요하나 현재 투자 수준은 1조 7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해서 만든 것이 뱅커블 솔루션이며 환경,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시에 사업적인 가치와 확장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위한 WWF의 노력이 언급됐다. 전환 위기는 곧 전환 기회
마지막 세션에서는 민간 부문의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역할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TCFD의 의무화와 각 기업들의 협력 이니셔티브를 사례로 소개하고 산업계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저탄소 경제 구조 전환 연구개발 5개년 계획 수립, 탄소중립 R&D 추진 기금 조성, 탄소중립 연구 혁신 기구 설립 등이 제안됐다.
금융권 대표로는 최만연 블랙록 자산운용 코리아 대표가 연사로 참여해 넷제로를 위한 경제 전환 동참을 격려했다. 최 대표는 “기후변화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재배치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부 부작용에 질서 있게 대응한다면 전환 위험은 전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탈탄소화 계획과 미래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다.
발레리 스미스 씨티그룹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는 씨티그룹의 넷제로 금융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씨티그룹은 자체적으로 넷제로 금융프레임워크를 마련해 포트폴리오 배출량 산출, 기후 시나리오와 전환 경로를 파악하고 이행 전략 단계에 진출했다. 사내뿐만 아니라 고객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NGO와의 협업을 꾀하는 등 프레임워크 정밀화로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기술 분야의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선진 기업 전략은 기술이 필수적인데,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 빅데이터, 연구 데이터 등의 분석이 필수다. 김 소장은 “지금처럼 기술 확보가 중요한 때가 없다. 기업과 기술이 얼마나 시너지가 있을지 탄탄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신중한 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씨티은행 후원으로 공동 개최된 세 번째 행사로, 손성환 WWF코리아 이사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홍윤희 WWF 코리아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산업계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여해 글로벌 국제 기후 위기와 한국의 리더십, 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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