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플랫폼·웰니스·서스테이너빌리티, 미래 먹거리로…M&A와 인재 영입 박차
[스페셜 리포트=CJ 인사 혁신, 대변혁이 시작됐다]CJ가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사람’이다. CJ의 미래를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가 핵심이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사 제도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를 진행 중인 CJ의 인사 혁신과 그 의미를 짚어 봤다. CJ제일제당을 앞세워 ‘K-푸드’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는 CJ그룹은 올해 초 해외 사업을 보다 짜임새 있게 전개하기 위해 ‘식품성장추진실’을 별도로 신설했다. 그리고 호올스와 오레오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식품 기업 몬델리즈인터내셔널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한국계 미국인 박민석 씨를 영입해 조직을 이끌게 했다. 최근에는 미국 메타(구 페이스북)에서 머신 러닝 리더로 근무한 이치훈 씨도 CJ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CJ그룹이 올해 상반기 중 출범할 예정인 인공지능(AI)센터를 이끌 예정이다. CJ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형 혁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혁신과 조직 개편을 토대로 CJ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등 네 가지를 ‘4대 성장 엔진’으로 규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4대 성장 엔진 탑재를 위해 향후 3년간 무려 10조원을 투자한다.
2019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2조원을 투입해 미국의 냉동식품 기업인 슈완스를 인수한 뒤 한동안 잠잠했던 CJ 투자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가 4대 성장 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반드시 ‘제3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10조원 투자해 체질 개선
실제로 CJ는 이 회장의 주도 아래 굵직한 인수·합병(M&A)부터 임원직제 개편까지 발빠르게 추진하며 ‘미래’와 ‘인재’를 키워드로 대대적인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으로 모든 CJ 계열사들은 ‘컬처’와 ‘플랫폼’, ‘웰니스’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디지털 확장을 이어 갈 예정이다. 4대 성장 엔진의 마지막으로 내세운 ‘서스테이너빌리티’는 이 같은 사업 확장의 기본 철학이 된다. 공정·갑질 근절·상생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을 철저하게 지키며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4대 성장 엔진과 관련한 CJ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렇다. 우선 ‘컬처’는 CJ가 생산하는 모든 음악, 영상 콘텐츠, 식품,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는 것을 꿈꾼다.
특히 컬처라는 성장 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CJ ENM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은 장르별 특화 멀티 스튜디오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이를 위해 CJ ENM은 최근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다.
또 미국 최대 미디어 그룹 ‘바이아컴CB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할 준비가 한창이다.
전망도 밝아 보인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신드롬을 거듭 일으키고 있는 상황인 만큼 M&A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CJ ENM은 자사의 우수한 지삭재산(IP)에 글로벌 IP를 결합하며 동서양을 포괄하는 풍성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채비를 마친 셈이다.
CJ ENM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TVING)의 2023년 가입자 수 800만 명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을 넘어 아시아·미국 등 주요 국가에도 티빙을 론칭, 글로벌 K-콘텐츠의 열풍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식품 사업을 담당하는 CJ제일제당은 세계에서 한식 문화 열풍을 이어 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주력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중심으로 만두·치킨·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에 몬델리즈 출신의 박민석 씨를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CJ대한통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재탄생‘플랫폼’에서 성장 엔진 탑재는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CJ대한통운은 기존의 물류 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로봇과 AI 기반의 최첨단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블록체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혁신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도 내디뎠다. CJ대한통운은 최근 경기도 군포에서 ‘스마트 풀필먼트센터’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CJ대한통운의 첨단 물류 기술이 집약돼 있다는 설명이다. 무인 운반차(AGV), 자율주행 운송 로봇(AMR), 로봇 완충 포장기 등 다양한 물류 로봇을 도입해 이송·포장·분류 등 주요 풀필먼트 작업을 자동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3년까지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계속해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며 CJ대한통운은 한국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동반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밖에 CJ ENM 커머스 부문은 라이브 커머스 역량을 강화해 홈쇼핑을 넘어 버티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시킨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헬스앤드뷰티(H&B)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을 한국을 넘어 글로벌 K-뷰티 전문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웰니스’는 CJ제일제당의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차세대 치료제 중심의 ‘레드 바이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토털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
CJ는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말 해외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생산 기업인 바타비아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연이어 인수한 바 있다.
올해 들어 CJ는 천랩의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하고 레드바이오 전문 자회사로 공식 출범시켰다. 레드바이오 사업 중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경쟁력은 천랩에 집중시켜 신약 개발과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한편 바타비아를 통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서스테이너빌리티’ 구현을 위해 CJ는 공정과 상생이라는 경영 철학을 내재화하는 것을 넘어 친환경·신소재·미래 식량 등 혁신 기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신사업을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래 탄소 자원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 전용 생산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연내 완공해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한다. 비건 트렌드에 대비할 대체육·배양육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CJ 관계자는 “4대 성장 엔진 탑재를 위해 올해 계속해서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조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 M&A 가능성도 시사했다. CJ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도 자금을 투입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 성장 엔진에 집중해 3년 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 성장 엔진에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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