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다오’에 대한 관심 고조…실험적이지만 잠재력 보유

[테크 트렌드]
‘다오’, 기업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테크트렌드]
얼마 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시티다오(CityDAO)라고 불리는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다룬 바 있다. 시티다오는 2021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 주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근처에서 일단의 암호화폐 애호가들이 도시 건설을 위해 단행한 실험적 프로젝트다.

특이한 점은 이 도시에는 공식적인 리더, 즉 시장(市長)이 없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디스코드를 통해 조직되고 모든 중요한 안건은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5000명의 참가자가 4개월 동안 활동하며 40에이커(16만1874㎡)의 땅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은 것은 이것이 모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소프트웨어로 이뤄지는 다오(DAO :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에 기반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다오

다오라는 용어는 원래 2013년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 백서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초기에 DAC(Decentralized Autonomous Corporations)라고 불렸던 다오는 2016년 만들어진 ‘더 다오(The DAO)’가 최초의 다오로 알려져 있다.

다오는 말그대로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을 뜻한다. 상하 조직 개념 없이 공통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해진 규약(protocol)에 의해 투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공정한 보상을 받는 구조를 가진다. 이런 측면에서 다오는 블록체인 기반의 거대한 자판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자판기처럼 사람의 개입 없이 프로그램된 규칙에 의해 자동적으로 업무가 수행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의된 규약에 따라 의사 결정이 일어난다는 측면에서 다오는 인공지능(AI)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과 유사하다. 다만 AI는 궁극적으로 완전히 자율적이지만 다오는 참여자 간 규약에 대한 합의를 위해 인간의 참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오는 또한 공동 목표를 갖고 자금을 조달해 조직을 만들고 경제 활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협동조합과 유사하다. 하지만 규정과 규칙이 문서가 아닌 스마트 계약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차이가 있다. 다오를 코드(code) 안의 커뮤니티라고 정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다오가 진정한 의미에서 탈중앙화 분산화된 자율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이 없으면 다오가 갖는 특성인 분산성·투명성·무신뢰성(trustless)·안정성·영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오를 지원하는 가장 적합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계약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합의한 계약에 의해 운영되며 이 계약에 의해 주어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오는 현재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고 있다. 우선 자산을 거래하고 빌려 주는 서비스 정책을 관리하는 프로토콜 다오가 있다. 탈중앙화된 방식의 분산형 토큰 거래소인 유니스와프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벤처 투자를 하는 투자 다오도 있다. 누구나 자금 운용 방식, 투자 전략, 투자 대상에 대해 제안할 수 있는 넵튠이나 개인의 자유로운 자산 운용을 목표로 한 탈중앙 금융 라리 캐피털 다오가 대표적이다. 미국 헌법 초판 인쇄본 입찰에 참여한 컨스티튜션 다오도 이 범주에 속한다.

요즘 부상하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으로 디지털 아트를 수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유형인 수집가 다오도 있다. 큐레이터·기업가·예술가·변호사·금융 전문가 등이 예술품을 스마트 계약을 통해 수집하고 가치를 올리는 지문 다오가 그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재를 모으는 메타팩토리 다오 같은 서비스 다오도 있다. 이 밖에 소셜 커뮤니티·미디어·자선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오 등을 포함해 대략 180개 이상의 다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다오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투자적 측면에서 보는 관점과 조직 측면에서 보는 관점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다오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자 플랫폼이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경영 구조나 이사회 없이 벤처캐피털 형태로 운영되며 자금 조달은 클라우드 소싱으로 하고 자동화된 집단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주로 자금 위험 감소와 운영 안정성을 위한 디파이(DeFi)로 알려진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인 유니스와프·신세티스·컴파운드가 해당된다.

또 다른 관점은 기업 조직 운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다오를 코인이나 토큰 등 투자적 관점이 아닌 프로젝트나 조직을 운영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이다. 이때 다오는 스마트 계약 기반의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분산화된 자율 조직이다. 기업이 현존하는 금융 시스템에 기반해 법적 계약을 통해 조직되고 운영되는 반면 다오는 스마트 계약에 입력된(encoded) 규칙과 함께 이더리움과 같은 개방형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실행되는 조직이다.

웹 3.0 시대, 미래 조직으로서의 다오의 과제

그렇다면 스마트 계약을 통해 협업하고 함께 의사 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보다 공정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방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다오가 현재의 기업 조직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다오가 기업보다 더 민주적이고 접근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미래 또는 조직의 미래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다오는 수직적인 기업 구조보다 수평적인 것이 특징인 민주화된 인터넷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집중화된 권한을 분산해 소수 이익 집단의 이익보다 전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웹 3.0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이런 가치는 결국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에서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라는 개념이 희박한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에서의 정형화돼 있고 계층화돼 있는 조직 운영이나 의사 결정과는 다르게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같은 글로벌 투자회사도 다오가 언젠가는 기존 회사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다오가 풀어야 할 숙제도 산재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오의 법적 지위다. 다오는 현재 대부분의 국가나 지역에서 법적 실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다오가 법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직원 고용, 건물 임대, 보험 가입, 투자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법적인 문제는 조금씩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다오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2021년 7월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첫 다오 기업에 대해 법적 지위 인정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최초의 다오 법인인 아메리칸 크립토페드 다오가 유한책임회사(LLC)로 인정됐다. 이어 2022년 2월 한국 기업 엘리시아 다오가 미국에서 둘째 법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다오에 법적 지위를 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022년 2월 마셜제도는 국가 차원에서 다오를 법인으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가 됐고 최근 호주에서도 일단의 변호사들이 다오를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호주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향후 다오가 법으로 허가된다면 기업의 이사회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의 환상에 사로잡혀 관련된 위험이나 높은 거래 수수료 등의 리스크를 알지 못하는 순진한 투자자들에게 큰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다. 실제로 다오는 2016년 초 토큰을 발행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모았으나 해커의 공격으로 전체 자산의 3분의 1이 사라진 ‘더 다오’사건으로 암울한 시기를 맞은 적도 있다.

주식을 많이 가진 대주주가 회사 운영에 많은 권한을 갖듯이 다오에서 토큰을 많이 보유한 소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렘 코닝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컨스티튜션 다오 참여자 상위 1%가 전체 토큰의 66%를 보유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의사 결정 조정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다오가 집단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무래도 의사 결정이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오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완벽하지 않은 실험적인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기존 회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특정 목적을 가지는 프로젝트나 투자 조직·커뮤니티·스타트업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기업 조직 또는 운영 방식으로서의 다오에 대한 잠재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향후 다오가 기업이나 일반 조직의 자원 할당, 운영 형태나 의사 결정 방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지 기대해 보자.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