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가져올 상반된 미래…“생산은 하지만 소비가 없다”

[스페셜 리포트-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축소 사회’가 시작됐다. 인구 감소는 당초 예상보다 일찍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생산가능인구는 50년 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축소 사회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대부분이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구 절벽에 대응할 생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늘 함께한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의 노동력을 흡수하는 이민 쟁탈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 절벽에 성큼 다가온 ‘축소 사회’… 50년 후 생산가능인구 반 토막
AI·로봇,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아이, 로봇’에는 자아를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 지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도 갖췄다. 이 로봇은 인간이 정한 ‘법칙’에 따라 인류가 해야 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보조한다. 영화에선 몇몇 로봇이 인류에 반항하지만 그전까지는 AI와 로봇을 통해 인류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축소 사회가 한국보다 먼저 시작된 국가들은 로봇 산업의 발전으로 인간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하더라도 자동·기계화 기술의 발전이 인구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 아래 로봇 연구에 매진하는 중이다.

특히 고령화가 한참 전부터 시작된 선진국들은 자동화와 관련된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에서 활동하는 산업 로봇은 301만5000유닛(unit)으로 2010년 대비 3배 정도 증가했다. 연평균 새로 설치되는 로봇도 급증해 2020년에는 38만4000유닛이 설치됐다.

유토피아적 관점에서 볼 때 로봇은 장점만 갖고 있다. 사람보다 정확하고 생산성이 높다. 24시간 전기만으로 일하니 임금 협상이나 복리 후생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없다. 산업재해·복리비용도 이론적으로는 ‘제로’다. 기업들은 기술 발전으로 생산 라인에 늘어나는 로봇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은 로봇을 통해 인류가 행복을 얻는 세계를 ‘로보토피아’라고 부른다.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도 봤다.

반면 로봇이 인류의 자리를 위협해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것이란 시각도 있다. 로봇으로 인한 종말을 뜻하는 ‘로보칼립스’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더 뛰어나고 많은 로봇이 등장하면 소외받는 이들이 나올 것이란 예상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지난해 설문 조사를 보면 2030세대의 83%는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줄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로봇 1대가 추가될 때마다 고용 인력이 5.6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2035년까지 노동 인구의 49%를 AI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만큼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다수 나온다는 얘기다.

또 로봇은 생산할 수는 있지만 소비할 수는 없어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로봇이 생산하고 인류가 소비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류가 ‘생산-소비’를 모두 진행했던 때와 비교하면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로봇이 사람 대신 생산할 수는 있지만 소비는 불가능하다”며 “소비를 하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고 소득은 일자리에서 나온다. 즉,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면 시장 생태계가 제대로 순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구 절벽에 성큼 다가온 ‘축소 사회’… 50년 후 생산가능인구 반 토막
세계 각국의 인구 눈치 싸움

인구는 국가의 생산성과 직결되며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다. 인구 감소는 곧 인구 고령화 문제와 맞물리며 경제 성장 위축과 연금 고갈, 가족 구조의 쇠퇴 등 여러 경제·사회적 문제를 동반한다.

세계 각국은 인구 절벽에 따른 축소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마치 헤드헌터가 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의 인구를 빼오기 위한 ‘눈치 싸움’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인구 절벽이 본격화되자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으로 경제 성장을 유지해 왔다.

과거 ‘아메리칸 드림’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으로 이주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 한국 이민자들도 많다. 당시 이민은 저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이민자는 곧 저임금 노동자’라는 생각은 구식이 됐다. 우수 인재를 모시기 위해 국가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많다. ‘이민 쟁탈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에 공헌할 수 있고 1인당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데려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해 국적을 주고 ‘국빈’ 대우를 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국가에서 외화를 벌어들여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구 절벽에 대한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수면 아래에서 많은 국가들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세계에서 이민을 택한 인구는 2억8100만 명이다. 20년 전의 1.6배다. 노동력의 이동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도 인구 절벽으로 인한 축소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정부는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고령층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 기준 3737만9000명이다. 50년 후인 2070년에는 1736만8000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청년층에 대한 결혼·출산 인센티브를 늘리고 노후 소득 보장에 충분하지 않은 공적 연금을 보완하는 등 국민연금 제도 개선도 검토할 방침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