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5G·AI 융합 시대 맞아 첨단 기술 기반 ESG 강화

[스페셜 리포트-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SK ICT 연합 비전을 발표하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SK ICT 연합 비전을 발표하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사진=SK텔레콤 제공
SK그룹은 디지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핵심 키워드로 삼고 비즈니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SK스퀘어·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3사를 묶은 ‘SK 정보통신기술(ICT) 연합’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독립적인 영역이었던 반도체·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 산업이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3사 연합을 출범시켜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높이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1조원 이상의 글로벌 투자 자본을 공동으로 조성해 전략적 투자를 기반으로 ICT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고 미래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해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을 발굴해 SK ICT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3사는 반도체·5G·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 드문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SK스퀘어의 혁신 투자 △SK텔레콤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미래 혁신 기술을 지렛대 삼아 공동 사업을 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를 발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SAPEON)’의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SK텔레콤은 5G와 AI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사피온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모델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미래 ICT 서비스가 AI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세상을 의미하는 ‘아이버스(AI와 Universe의 합성어)’가 될 것으로 보고 T우주·이프랜드·AI 에이전트 등 3대 서비스를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스마트폰에 이어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 디바이스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자율주행차·로봇에 진화된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를 더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과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ESG를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ESG 경영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자신의 경영 화두인 ‘글로벌 스토리’를 통해 ESG 경영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2021년 12월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 참석해 ESG를 기반으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야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환경 문제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SG 분야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가 만든 투자 전문 기업 총수를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혁신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ESG 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텔레콤은 KT·LG유플러스와 함께 ESG 경영 확산을 목표로 하는 ‘ESG 펀드’를 공동 조성해 경계를 넘어선 ESG 경영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카카오와 협력해 ESG·AI·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해당 분야 기술 등 주요 자산을 사회와 나누는 데 뜻을 같이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ICT업계 최초로 ESG 공동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는 청각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개선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인 ‘코액터스’와 디지털 문서의 점자 자동 변환 기술을 선보인 ‘센시’, 유아·초등학생 대상 메타버스 기반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블러스’ 등 3사에 총 30억원을 투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