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경제]
“1달러 바꾸려면 120엔 내야”…안전 자산 엔화의 추락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안하다거나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늘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국제 정세가 불안하지만 엔화는 좀저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4월 6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46% 오른(엔화 가치 하락) 달러당 123.28엔을 기록했다. 1달러를 바꾸려면 123엔 이상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4월 들어 엔·달러 환율은 계속 120엔 이상을 기록하며 2015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엔화가 왜 힘을 못 쓰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첫째, 미국과 반대로 가는 통화 정책이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4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에만 7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정반대다.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달러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엔화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유가 급등이다. 일본 기업들은 에너지 수입 비율이 높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는 추세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무역 적자가 커지고 있는 것 역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 언급됐던 요인들은 단기적으로 2분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알려진 변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1분기에 비해 엔화의 약세 기울기는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