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

[스페셜 리포트 - MZ세대 인스타 성지 : 춘천 감자밭]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춘천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 중 하나로 감자빵을 파는 춘천 감자밭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감자밭은 1991년생인 이미소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대표 제품은 감자와 똑같이 생긴 감자빵이다. 춘천 감자밭에는 감자빵을 먹기 위해 연간 60만 명이 방문한다.

이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품종의 국내산 감자를 적절히 배합해 감자빵을 개발했다. 상품은 감자빵 한 가지지만 오리지널·카레·토마토·마늘·불닭맛 등 새로운 맛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감자빵의 매장은 춘천 감자밭과 경기 의왕 더밭 2개뿐이지만, 2021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640만 개에 달한다. 춘천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로 인기를 끌면서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 대표가 감자빵으로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전화였다.

“올해 수확한 감자를 전부 묻어야 할 것 같아. 네가 와서 한번 팔아봐라.”
감자빵과 똑같이 생긴 시그니처 캐릭터는 이미소 대표의 남편 최동녘 공동대표의 누나가 디자인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감자빵과 똑같이 생긴 시그니처 캐릭터는 이미소 대표의 남편 최동녘 공동대표의 누나가 디자인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아버지의 감자를 지키기 위해 26살에 귀촌

“처음부터 감자 종자에 대한 원대한 꿈을 안고 춘천에 온 것은 아니었어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옥탑방 생활이더라도 서울 라이프를 무척 즐기며 살고 있었는데 첫 직장인 정보기술(IT) 회사에서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으로 월세와 공과금, 학자금 대출까지 갚으려니 답이 없었어요. 때마침 감자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해 춘천행을 결심했죠.”

이 대표는 아버지의 감자 농사를 돕기 위해 귀촌했다. 스물여섯 살 때였다. 감자 농사로 1년에 3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이 대표는 눈앞에 산처럼 쌓인 감자를 보고 “팔지도 못할 감자를 왜 이렇게 많이 키웠느냐”며 부친을 잠시 원망하기도 했다.

결국 안 되면 접자는 마음으로 감자 농사를 돕기 시작했다. 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알게 됐고 1차 작물을 생산하는 농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확한 감자를 가공해 2차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자 농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부가 가치를 끌어올리는 21세기형 농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자본도 경험도 부족했던 이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듯 감자를 활용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유튜브에 접속해 레시피대로 따라서 빵을 만들었어요. 여러 종류의 빵에 감자를 넣어 보며 수백 가지 방법을 시도했죠. 2년 동안 닭갈비 감자파이, 감자 치아바타, 감자 단팥빵 등을 만들면서 감자 본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남편(최동녘 공동 대표)과 아버지도 감자 본연에 집중해 보자고 조언했어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감자빵을 개발할 수 있었어요.”

이 대표는 쌀가루와 감자 전분을 이용해 쫀득쫀득한 인절미 같은 반죽을 만들어 으깬 감자로 속을 가득 채웠다. 겉 부분은 콩가루와 흑임자 가루를 묻혀 감자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했다.

감자빵은 처음엔 하루 50개도 팔지 못했다. 고객들이 감자빵을 손가락으로 찔러 보며 “이거 감자 아냐, 너무 맛없어 보인다”고 핀잔을 놓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났고 두 달이 지나자 감자빵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감자빵 인증 샷과 후기들이 올라오며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농산물을 주재료로 한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감자빵은 안에 든 내용물의 절반 이상이 감자, 전체 중 30%가 감자로 이뤄져 있어요. 본연에 집중했기 때문에 고객들도 감자빵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자빵 캐릭터와 굿즈로 꾸며진 경기 의왕시 더밭 타임빌라스점 전경. 사진=김기남 기자
감자빵 캐릭터와 굿즈로 꾸며진 경기 의왕시 더밭 타임빌라스점 전경. 사진=김기남 기자
골칫덩이 감자, 본질에 집중하자 길이 보였다

이 대표는 부친의 감자를 지키기 위해 스물여섯 살에 서울의 삶을 포기하고 춘천에 와 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골칫덩이 감자로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책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를 지난해 말 출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어릴 적 공부도 잘 못했고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아스퍼거증후군 진단도 받았다”며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면서 많이 주목받았지만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0.01%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책을 쓴 이유는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올해 말에는 후속 작도 준비 중이다. 그는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가 농업회사법인 밭의 창업 스토리였다면 후속 작은 조직 문화에 대한 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김미경의 ‘드림 온’, 김수영의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의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등 책들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저는 어릴 때 턱이 많이 나와 따돌림을 받은 경험도 있었고 ADHD도 있는데 이런 저만의 이야기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엄청난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책을 읽었을 때 베스트 셀러였는데도 별로 와닿지 않았던 반면 뜻밖의 책을 통해 제 인생이 변한 경험이 있는데 제 책을 통해서도 누군가가 도움을 받았으면 해요.”

이 대표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감자빵 사업을 통해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감자빵의 인기로 생산 물량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 감자 농가에서 감자를 수급하고 있다. 밭의 감자 소비량은 2020년 150톤에서 2021년 1500톤으로 10배 증가했다. 올해 예상되는 감자 소비량은 2000톤에 달한다.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품종의 국내산 감자를 적절히 배합해 감자빵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감자빵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품종의 국내산 감자를 적절히 배합해 감자빵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감자빵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농민이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직접 판매하게 되면 거기에서 가격 경쟁이 붙어요. 우리는 100% 계약 재배하기 때문에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있어요. 계약 재배를 통해 농사가 잘됐든 안 됐든 우리가 전량 수매하죠. 농가는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우리는 안정적으로 모든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계약 재배하는 다른 대기업보다 우리가 최소 10%, 최대 30%까지 감자 값을 더 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농가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죠. 늘 농민의 시각에서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거예요.”

이 대표는 올해 본질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양구 사과밭과 강릉 콩밭을 오픈할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 각 지역이 갖고 있는 테마에 맞춰 매장을 여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감자빵은 지난해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국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에서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감자빵이 심사 기준에서 외국인 심사를 통과했고 자체 테스트에서도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밭’을, 필리핀에서 ‘바나나밭’ 등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와 맞는 파트너와 협업하거나 직접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그 이후 계획도 물었다.

“감자빵은 본질을 추구하는 브랜드예요.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도 감자 품종을 럼퍼 한 종에만 의지하다가 초래됐듯이 다양성이 결여된 것은 늘 후퇴하고 약해진다고 생각해요. 감자빵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알리고 싶고 다양성을 대표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