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롯데칠성 주류와인사업부 와인직영점 점장
[유통업계 와인 전쟁, 와인MD에게 묻다] “맥주도 제쳤다.”최근 와인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홈술 문화로 와인이 수입주류의 대세로 부상하면서 유통업계는 홈술족을 잡기 위해 전국 각지에 와인 전문점을 개설하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MZ세대를 겨냥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공간 변화를 시도하거나 와이너리를 인수하며 와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와인수입 사업을 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28일 '오비노미오'란 와인 직영점을 첫 개점했다. ‘나의 와인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매장 전면에 통유리를 사용해 외부 보행자의 관심을 배가시켰다. 특히 시음 공간을 마련하거나 주변 레스토랑과 제휴해 콜키지 프리(개인이 가지고 온 주류를 개봉하거나 잔 따위를 무료로 제공) 서비스를 도입했다. 와인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박윤희 롯데칠성 주류와인사업부 와인직영점 점장은 “소주나 맥주처럼 와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류라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화 매장 '오비노미오'를 소개해 주신다면.
“고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 매장을 열려고 했습니다. 기존 와인 매장은 어두운 계열의 색채를 쓰거나 모던한 분위기가 많은데 좀 더 밝은 색채를 사용해 호기심을 끌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죠. 구성 역시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보통은 국가별로 배치하지만 레드·화이트·스파클링·내추럴 와인 등으로 구성했어요. 소주나 맥주처럼 와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류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죠.”
-방문 고객층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인근 거주자와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아요. 3040대 고객이 가장 많고 남녀 성비는 비슷합니다. 현재까지 잘 팔리는 와인 가격대는 3만~5만원대 수요가 가장 많아요.”
-오비노미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오비노미오는 와인 판매점에서 나아가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시음 공간이 따로 마련돼 오비노미오 회원에 한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죠. 인근 레스토랑 10여 곳과 협업해 콜키지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연계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와 페어링 와인을 추천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에요. 또한 원하는 와인이 매장에 비치돼 있지 않더라도 고객이 요청하면 마련해 줄 수 있어 기성 매장이지만 테일러 매장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은 어떤가요.
“기존에는 격식 있는 선물을 원하는 분들이 와인을 찾았어요. 고급 선물이다 보니 와인의 역사가 오래되거나 유명세가 있는 와인 위주로 추천했죠. 최근에는 자신이 즐기기 위해 와인을 찾는 분들이 늘었어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와인이 있나요’라거나 ‘접하기 쉬운 와인보다 특별한 와인을 구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죠. 레이블이 독특한 내추럴 와인(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고 어떤 것도 빼지 않은 천연 와인)이나 컬트 와인(소량 생산되는 고품질 와인)의 인기가 높은 편이에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와인 매출 신장률은 어떤가요.
“최근 와인 사업을 확장한 곳들과 달리 롯데칠성음료는 1997년부터 와인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미 기존의 시장점유율을 갖춘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성장보다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뤘습니다. 특히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결제하고 인근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픽업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 덕분에 와인 부문의 매출이 작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54.3% 성장했어요.”
-코로나19 사태는 왜 와인에 기회가 됐을까요.
“외식할 때는 아무래도 매장 쪽에서 회전율이 높은 소주나 맥주 위주로 판매되기 쉬운데 홈술족이 늘어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주종의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돌아간 거죠. 집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하다 보니 다양한 주종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주종에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소비 측면에서도 과거엔 주류 비용을 낮추고 안주 비용을 높였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안주 비용이 낮아지고 주류 비용이 높아진 면도 있어요.”
-그중에서도 왜 와인에 수요가 몰렸다고 보나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과시 욕구가 커졌잖아요. 수입·수제 맥주에서도 ‘나 이런 것까지 마셔봤어’ 하는 희소성에 뜬 제품들이 많았거든요. 우리 역시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소량 생산에도 특색을 가진 와이너리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컬트 와인 쪽으로 많이 접근하는데 조지아나 이스라엘처럼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와인 산지에서 많이 들여오고 있는 추세예요.”
-엔데믹 시대에도 와인 열풍은 계속될까요.
“솔직히 장담하기는 어려워요. 할 수 있는 대비는 다 해야겠지만 미래를 예견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예컨대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에 저녁이 있는 삶을 권장했지만 퇴근 문화나 회식 문화가 달라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것을 바꿨어요. 약 2년간 강제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면서 예전처럼 과음하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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