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10 리포트 중 5개가 반도체 관련…자동차·식료품 보고서도 ‘조회 수 UP’
지금 글로벌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반도체 기업의 주가 흐름이다. 대형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1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나스닥의 반도체 업종 시가 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 하락한 219.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기준 한 주 동안 20% 가까이 하락했다. 엔비디아뿐만이 아니다. 한 주 동안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 상위 20개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모두 떨어졌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2위 업체인 인피니언은 10.3%,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회사인 TEL은 10.2% 급락했다. 퀄컴(-7%), AMD(-6.7%), 미디어텍(-6.7%), 브로드컴(-6.4%), 마이크론(-5.3%)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글로벌 반도체 기업이자 한국의 ‘대장주’ 삼성전자도 하락세다. 4월 12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0원(1.33%) 떨어진 6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다. 이 종가는 2020년 11월 30일 6만6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5개월 전으로 주가가 돌아갔다.
이 때문일까. 이번 주 에프앤가이드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10개의 리포트 중 5개가 반도체 관련 리포트였다. 주목할 포인트는 시가 총액 5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반도체 부품 회사를 다룬 리포트가 조회 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최근 대형주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중소형주 찾기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쓴 ‘ISC-실적이 좋다’가 주인공이다.
반도체 투자는 ‘소부장’ 투자가 트렌드
2005년 설립된 ISC는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이다. ISC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프로웰 지분 취득 때문이다. ISC는 4월 6일 프로웰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97.9%, 취득가는 79억원이다. 프로웰은 솔브레인홀딩스 자회사로 반도체·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핀과 소켓을 생산, 판매한다. 프로웰의 주력 제품은 포고핀이다. 포고핀은 두 개의 뾰족한 끝이 있는 실린더 형태의 스프링 핀이다. 회로를 포고핀 양 끝에 두고 압력을 가하면 포고핀의 끝이 눌리면서 회로가 연결되는 식으로 사용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에서 포고핀은 마지막 검사를 위해 꼭 필요한 테스트 소켓을 만드는 데 쓰인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검사 과정에서 정상인지, 불량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이다.
테스트 소켓은 전극 접촉 방식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된다. 포고핀 소켓과 실리콘 러버 소켓이다. 포고핀을 쓴 테스트 소켓은 40여 년간 쓰인 가장 대중적인 반도체 검사 부품이다. 반면 실리콘 러버 소켓은 ISC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제품으로 포고핀에 비해 부가 가치가 높다.
김 애널리스트는 “ISC의 기존 포고핀 매출 비율은 20% 내외로 추정된다”며 “프로웰 인수로 해당 사업부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규모의 경제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ISC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90.5% 증가한 398억원, 125억원으로 추정했다.
조회 수 5위는 최도연·남궁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펴낸 ‘반도체 및 관련 장비-더 강해진 체력’이 차지했다. 최·남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종의 상승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버 수요가 견조하고 반도체 공급 회복이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다만 최도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소부장 업체들에 더 관심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한금투는 주성엔지니어링·피에스케이·에스티아이를 중소형주 중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이 기업들은 신규 장비, 시장점유율 상승, 중국 시장 확장 등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또 한솔케미칼·솔브레인·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소재 업체들에도 관심을 가질 시기로 판단했다. “한국 소부장 업체들은 사이클과 무관하게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구조적인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9위를 차지한 ‘이그전α-톱다운 측면의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생각과 예측’ 리포트는 투자 전략 관점에서 반도체 투자를 분석한 리포트다. 이은택·박유안·이혜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지부진한 반도체 주식 가격 흐름에 대해 세 가지 포인트로 분석했다. 첫째, 반도체 업종의 영업 이익률은 경기 사이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둘째, 애널리스트들의 영업 이익률 추정치는 30% 정도 되는데 경기 사이클이 둔화될 때는 대부분 이익률이 꺾인다. 그러므로 현재의 이익률 추정치는 과대 추정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반도체 주식 매수·매도 타이밍은 경기 사이클을 봐야 한다. 여름까지는 경기 사이클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반도체 주가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것인지, 아닌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쉽게 말해 KB증권의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주식의 흐름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가 실적 상승 이끌 것
반도체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업종을 분석한 리포트 역시 눈에 띈다. 조회 수 4위 ‘자동차-1Q22 프리뷰 : 결론을 내릴 시점(유지웅·남주신 다올투자증권 애너리스트)’과 조회 수 10위 ‘ 식료품-전례 없는 엥겔지수 상승, 식품 소비 양극화 수혜는?(심은주·권우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등이다.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종의 이익은 올해 2분기에도 탄탄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 자동차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은 5.5배에 불과해 투자를 늘릴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올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 기아의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이 예상된다. 기존의 전망치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심은주 애널리스트는 ‘엥겔지수(가계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투자 포인트를 찾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때문에 한국의 엥겔지수는 2019년 11.5%에서 2021년 12.9%로 상승했다. 밥상 물가 상승은 ‘식품 소비 양극화’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했다는 뜻이다. 심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확실한 CJ제일제당의 시장 장악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제일제당을 업종 내 최선호 투자주로 꼽았다.
또 조만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 주류 업체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올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0%. 28.4%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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