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의 헬스케어 스타트업② 김준철 라이프시맨틱스 최고혁신책임자
[스페셜 리포트] 코로나19 사태는 비대면 진료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기업은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중 하나가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콜(Dr. Call)’을 서비스하는 라이프시맨틱스다.라이프시맨틱스는 2020년 민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 허가를 받은 한국의 첫 비대면 의료 플랫폼이다. 김준철 라이프시맨틱스 최고혁신책임자(CINO)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경험한 이들은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원격 진료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 원격 진료를 허용할 것이냐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이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느냐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간 쌓아 온 라이프시맨틱스의 기술력과 실효성이 입증되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 CINO는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콜의 성장이 코로나19란 계기 외에도 서비스의 뛰어난 경쟁력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닥터콜은 한국의 비대면 의료 플랫폼 중 가장 많은 200여 곳의 병·의원과 계약을 체결한 서비스다. 닥터콜은 특히 비대면 의료 플랫폼 중 유일하게 상급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전화·화상 진료부터 처방전 발급, 약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혈압·혈당·체온 등 환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전문 의료진의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 솔루션 제공 업체 대부분이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하지만 라이프시맨틱스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 기술, 디지털 치료제, 비대면 진료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시맨틱스가 다른 회사에 비해 더 크게 성장한 이유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셀프 재택 치료가 활성화되자 닥터콜의 실적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월 이용자 수는 전달보다 70% 이상 증가했고 앱 다운로드 수와 총 진료 건수도 각각 167%, 113% 늘었다.
김 CINO는 닥터콜의 성장이 의료 마이데이터에 기반이 있다고 본다. 이 회사는 10년 전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를 구축했는데 이를 활용해 비대면 의료 서비스인 닥터콜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의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금융 데이터와 달리 의료 데이터는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라이프시맨틱스는 10년 전부터 라이프레코드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죠.”
한국에서 첫 원격 진료의 가능성을 연 기업이지만 엔데믹을 앞두고 불안감도 있다. 김 CINO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의료 주권’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성장시킬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내 응급실 상황을 인도 의사가 모니터링하거나 다른 나라 환자들의 정보를 의료 선진국이 들여다보는 식의 원격 진료가 이미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이 문제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국 의료 주권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국은 의료 데이터 영역에서 잘 짜여진 건강보험에 따라 경쟁력 있는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요. 또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 진료 역량, 전문 의사 보유 수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에 비해 보다 큰 차원에서 원격 진료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원격진료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오진 가능성도 오히려 법제화가 되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오진을 예방할 수 있다. 김 CINO는 현재 한국에서는 원격진료뿐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도 금지되어 있어 원격진료와 원격 모니터링, 처방을 아우르는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병 치료를 넘어 예방하는 수준까지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향후 시장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라이프레코드를 활용해 닥터콜뿐만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인 ‘레드필 숨튼’, 인공지능(AI) 질환 예측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인 ‘하이’ 등 선도적인 디지털 헬스 서비스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서비스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 이를 통해 한국이 의료 부문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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