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A한국협회 심포지엄..."사업보고서 수준으로 공시돼야"

"ESG 정보 측정가능성 높이기 위해 ESG 공시 필요"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신뢰성 있는 ESG 정보의 측정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ESG 공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ESG 정보 공시가 사업보고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1년에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규범에 맞게 전자화되어 공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4일 CFA한국협회가 비대면으로 개최한 제6회 ESG 심포지엄 'ESG 기업공시 의무화와 발전 방향'에서 박천웅 CFA한국협회 회장은 "ESG가 기업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아직 ESG팩터들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ESG 정보의 활성화는 측정가능성에 달려 있으며, 이를 통해 기회와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노트 연사로 나선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ESG 공시의무화 동향과 우리나라의 대응과제'라는 제목으로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경우 모든 경로에서 ESG 성과와 기업가치간 상관성이 높게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ESG 성과가 높은 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유에 대해 이 연구원은 "유틸리티나 에너지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 리스크가 큰 곳이 ESG에 먼저 대응하는데, 상대적으로 이 쪽은 전통사업 분야이므로 성장성이 박하게 평가받는 산업적 특성이 있으며, ESG로 인해 펀더멘털이 개선되지만 실질적인 재무성과의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측정 기간이 짧은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업 ESG 공시의 경우 기업가치 관련성이 떨어지는 정보가 공시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동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다만 공시 의무를 부과했을 때 틀에 박힌 듯한 책임회피성 공시들이 이뤄진다면 의미가 없으므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뢰도 높고 가치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공시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전무는 기업 입장에서 ESG공시의 수용 필요성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오 전무는 "기업이 ESG 공시를 규제로 보고 회피하거나 늦게 도입하는 전략을 취하기 쉬운데, ESG 공시에 대한 수용 및 참여가 필요하다"며 "ESG 공시 의무는 기업의 ESG경영에 도움이 되는 규제이며, 앞으로 ESG 생태계에서 기업의 중복보고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무는 국내 기업에 △ESG를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전환하고 △사내 ESG정보가 효과적으로 집적되는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ESG 연결공시를 활성화하며 △내부 인원의 학습역량을 강화하고 △기후공시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을 전달했다.

이어 모닝스타의 정승혜 상무는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은행 등 CFA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ESG 설문조사 결과 ESG 공시 의무화 찬성률이 80%에 달했다며 투자자들의 ESG 정보에 대한 니즈가 크다고 강조했다. 의무화 반대 이유의 경우 △기준 불분명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 △기업 부담 가중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취약 등이 꼽혔다. 정 상무는 "ESG 정보 공개 기준의 불분명을 지적한 이들이 많아 기준 확립이 중요하다"며 " 제3자 검증의 경우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검증기관의 선호도는 ESG전문기관, 회계법인, 비영리법인의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론 패널로 나선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 팀장은 ESG 투자의 어려움 세 가지로 △데이터 부족 △데이터의 비전자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지표 대응 미흡 등을 꼽았다. 그는 "데이터가 단순히 부족하기보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보와 실제 데이터의 괴리가 있는데, 국가와 공시 차원에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속가능보고서의 경우 사업보고서처럼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 및 데이터 신뢰성의 문제가 발생하며, 글로벌 지표에서 국내기업이 아직도 대응이 늦어 MCSI의 경우 최하위 두 단계에 65%가 몰려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준에 맞춘 지배구조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팀장은 "앞으로 지속가능보고서가 사업보고서와 동일한 수준으로 1년에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중요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화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상무는 더욱 나은 ESG평가를 위해 하고 있는 노력으로 △지배구조 평가체계 구축 △환경 부문에 대한 개선 등을 꼽았다. 오 상무는 "국내기업의 지배구조 디스카운트에 대해 지배구조와 관련된 평가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아진 데 비해 데이터 예측도가 낮아 지표에 넣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공시의무화가 된다면 더 양질의 데이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봉현 거래소 ESG 팀장은 "ESG 정보를 원스톱으로 볼 수 있는 ESG포털을 론칭한 것은 ESG정보에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고,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며 "가능하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췌한 내용을 다운로드해 볼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모바일로도 개발해 가시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2025년부터 의무공시인데 기업에 부담이 덜 되는 방향으로 공시의무화가 확정되도록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상호 연구원은 "제3자 검증의 경우 검증주체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보고기준과 검증기준"이라며 "우선적으로 보고기준이 확립되고 검증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주체들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 없이도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민감한 정보의 경우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