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수층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엷다. 고교 야구팀은 100개 안팎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고교 야구 대회로 기록된 올해 이마트배 고교 야구 대회에는 88개 팀이 참여했다. 반면 일본 최대 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에는 매년 4000여 개 팀이 참여한다. 그만큼 프로야구 구단이 데려올 수 있는 선수도 적다.
선수 시장이 작은 만큼 각 구단은 쓸 만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가격을 써야만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2019년 1억5065만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0년 1억4448만원, 2021년 1억2273만원으로 줄었다. 고액 연봉 선수의 은퇴와 김광현·양현종 선수 등이 해외에 진출한 영향이다. 흑자 구단이 몇 개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이들이 돌아오며 1억5259만원으로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연봉 상승의 일등 공신은 SSG다. 신입·외국인 선수, 인센티브 등을 제외한 SSG 소속 54명의 평균 연봉은 2억7044만원, 선수단 총액은 146억4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55%나 늘었다.
선수의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한화로 9052만원이다. 선수단 총액은 47억720만원이다. 한화는 평균 연봉 1억원이 안 되는 유일한 구단이다. “프로 스포츠는 돈이 말한다”는 얘기가 있다. SSG는 연봉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22년 시즌 개막부터 4월 13일까지 10연승을 달리며 무패 행진 중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해 정규 시즌 5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리그 초반 개인 성적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올해 연봉 인상률 1위는 SSG의 외야수 한유섬 선수다. 연봉 24억원을 받아 지난해(1억8000만원)보다 1233.3% 올랐다. 사상 최고 기록이다. 다년 계약하고 올해 많이 받는 방식을 택한 영향이다.
한유섬 선수는 연봉 상승의 이유를 설명이나 하듯이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점·장타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출루율·타율은 3위에 랭크돼 있다. 시즌 초반 SSG 돌풍의 주역이다.
반면 선수 연봉이 꼴찌인 한화는 성적도 밑바닥이다. 지난해와 변함이 없다. 구단은 사기 진작 차원에서 13.2%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SSG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낮은 연봉이다.
한 프로 스포츠팀 관계자는 “프로선수도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 기세나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며 “어떤 선수는 경기장에서 본인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선수를 상대할 때 평소보다 좋은 기록을 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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