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 기술로 가상 선박 운항 시나리오 그대로 재연
엔진·자율운항·전기 추진·원격 관제 등 첨단기술 검증
해상 시운전 기간 단축, 최대 30%까지 비용 절감

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트윈 선박 플랫폼(HiDTS) 소개 이미지.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트윈 선박 플랫폼(HiDTS) 소개 이미지.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도 운항할 수 있는 자율운항 선박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디지털트윈 기술로 가상공간에서 자율운항 여객선을 시운전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한국조선해양은 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계열사인 아비커스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자사 시뮬레이션 검증시설 ‘힐스(HILS)’에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 울산시(울산정보산업진흥원)와 함께 건조 중인 스마트여객선의 가상 시운전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시운전에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 개발한 기관·항해 통합 시운전 기술(HiDTS-VCS)이 적용됐다. 디지털트윈 기술이란 컴퓨터상 가상세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번 시운전에 성공한 선박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과 전기추진, 액화 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엔진,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여객선이다.
‘선원 없는 자율운항 선박시대 온다’…현대重그룹 가상 시운전 성공
한국조선해양은 시연회에서 스마트여객선의 엔진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시운전을 진행하고 가상의 해상 환경 하에 출항부터 항해, 고속 운항, 접안 등 실제 선박의 운항 시나리오를 그대로 재연해 선박의 안정성을 검증했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시운전은 실제 시운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의 조건에서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해상에서 이뤄지는 시운전 기간을 줄여 비용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월 세계 최초로 LNG운반선에 대한 가상 시운전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에는 엔진 시스템과 연료공급 시스템, 전력·제어 시스템 등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시운전이 진행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시뮬레이션 검증 시설(HILS)을 개소했다. 2021년 12월 노르웨이선급협회(DNV)로부터 디지털트윈 모델에 대한 모델 적합성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2월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디지털트윈레디 승인을 획득하는 등 가상 시운전에 대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가상 시운전 시연회를 통해 기존 선박 기관 점검에 머물렀던 단계를 넘어 자율운항 등 항해의 안전성을 함께 점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한 선박용 첨단 기술을 지속 개발해 가상 시운전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