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 간 기여도에 따른 수익 배분 기준 · 발명품의 권리 관계 등 미리 협의해야
[지식재산권 산책]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기업·학교·연구소는 독자적인 연구·개발(R&D)만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진입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다.그런데 공동 연구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공동 연구 계약 당사자들은 공동 연구 결과의 귀속이나 실시, 개량 발명에 대한 취급 및 수익 배분 등의 권리관계에 대한 사항을 잘못 이해하는 일이 빈번하다.
또 자신들에게 필수적인 내용을 계약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공동 연구 종료 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거나 첨예한 시각차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연구의 목적과 당사자의 역할을 정하고 공동 연구 결과, 특히 특허 받을 권리의 귀속을 정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권리의 귀속을 결정할 때 핵심 아이디어를 구상한 주체와 연구 관여 정도 등 기여도를 고려해 일방의 기여도가 월등히 높다면 공동 연구 결과를 일방의 단독 소유로 정하기도 한다.
다만 일반적인 공동 연구 계약에서는 특허 받을 권리를 공유로 정하는 것이 보다 보편적이고 이때 기여도를 고려해 지분 비율을 달리 정하기도 한다.
공동 연구 결과에 따라 특허권을 공유할 때 각 공유자는 특허의 지분 비율에 따라서만 특허권을 사용하고 지분 비율에 따른 이익만을 향유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보자. A가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연구 자금을 제공하고 주요 연구를 수행하기로 한 반면 B는 부수적인 연구만 수행하기로 했다. A와 B는 기여도를 고려해 특허 받은 권리를 99 대 1의 지분 비율로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그렇다면 이때 B는 자신의 지분 비율인 1%에 상응하는 만큼만 해당 특허를 이용해야 하고 B가 특허 전부를 이용해 이익을 향유했다면 A는 B에게 이익금의 99%에 대한 반환을 요청할 수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특허권의 객체인 기술은 소유권 객체인 물건과 달리 1인의 실시가 다른 공유자의 실시를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으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공유자 1인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도 특허를 실시할 수 있다(특허법 제99조 제3항).
그리고 이런 실시에 대한 이익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예시에서 특허권에 대해 1%의 지분을 보유한 B는 특허 전부를 실시할 수 있고 B는 A에게 실시에 따른 이익금을 반환할 의무도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당사자들은 공동 연구 계약 체결 시 특허 받을 권리의 귀속뿐만 아니라 특허 실시의 주체와 특허 실시에 의한 수익 배분까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자기 실시가 어려운 당사자는 자신의 기여도를 고려해 다른 공유자의 실시에 따른 수익 배분 여부, 기준과 방법에 대해 미리 협의해 계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한편 특허권이 공유라면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지분을 양도하거나 실시권을 허락할 수 없다(특허법 제99조 제2항·제4항).
이는 공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특허권의 지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규정이다.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제삼자에 대해 특허권 양도 및 실시권의 허락을 통한 이익 향유를 목적으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공유자 1인이 합의된 실시료 이상의 이익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지분 양도, 실시권 허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이유 없는 부동의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의 동의 간주 조항 혹은 상대방의 동의권을 사전에 배제하는 조항을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밖에 당사자들은 분쟁 방지를 위해 공동 연구 계약 시 개량 발명에 대한 권리관계, 계약이 해지된다면 당시까지 형성된 연구 결과물의 귀속 등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소모적인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협의하고 이를 의도한 바에 따라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각 당사자는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려고 한다면 공동 연구 계약 체결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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