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사전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사건·사고에 따른 충격 완화에 초점 맞춰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기업 임원이 미국으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라면이 익지 않았다고 승무원에게 폭행을 가해 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이다. 이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기업은 사과했고 해당 임원은 해고됐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분노를 유발하고 나쁜 감정이 형성돼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일련의 사건을 ‘명성 리스크’라고 말한다.

비도덕적 또는 범죄적 행위의 폭로, 제품 리콜, 서비스 불만, 산업 재해, 사회적 감수성 위반 등은 과거와 달리 이제 고객 관심의 한가운데에 있다.

일각에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삿거리를 찾는 온라인 미디어, 전 국민이 1개 이상은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언제 어느 곳에서나 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능 등이 명성 리스크를 키운다고 말한다. 알려질 수 없는 사건을 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성 리스크 관리의 본질이 아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알려지게 된 경로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명성 손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관점은 ‘브랜드’ 관리의 전통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광고 전략,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고객 관계 관리 등의 측면에서 명성 관리를 살피고 조직 내부의 위험 관리, 위기관리 차원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평상시 위험 요인을 진단, 평가하지 않게 되고 결국 명성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

명성 손실을 가져오는 사건·사고를 모두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건·사고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기업은 명성 손실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관리 활동 강화를 통해 줄일 수 있다.

명성 리스크 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기업 경영 방식은 전사적 위험 및 위기관리 체계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체계, 경영 운영적 전략, 경영진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의 통합이다. 기업마다 비즈니스 속성, 조직 구성 등이 달라 통합적 관점의 관리가 쉽지 않지만 최소한의 사전 준비라도 해야 한다.

먼저 기업은 명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주요 이해관계인 그룹, 고객, 공급자, 내부 구성원, 주주, 투자자, 미디어(기자), 일반 사람들이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신뢰와 기대 수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정도, 브랜드와 연결돼 있는 감성 수준, 실제 경영 방식과 브랜드의 일관성, 루머, 기업에 대한 인식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조직 문화에 대한 실제 내부 구성원의 인식, 임직원의 소셜 미디어 활용 문제, 준법·조직 윤리 관리 체계 등이 약점 요인에 포함된다. 약점 요인을 파악하면 관리의 우선순위와 일정한 지표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은 명성 리스크 대응 기준의 취약점을 살피는 것이다. 내부의 대응 프로세스와 의사 결정의 약점을 진단하는 단계다. 리스크 요인을 명성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대응 절차와 주체, 위기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 등을 가상 훈련을 통해 테스트하고 각 대응 과정의 장애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명성의 약점 요인과 대응 과정의 취약성을 파악하는 것은 사전 준비 단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명성 리스크가 생기기 전에 리더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기업 이미지 광고가 아닌 바로 이 같은 사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