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050 탄소 중립 목표로 한 환경 경영의 일환…AI IDC 오퍼레이터를 통한 IDC 전력 사용 효율화

[ESG 리뷰]
KT IDC센터의 실시간 온습도 모니터링 화면. 사진=이승재 기자
KT IDC센터의 실시간 온습도 모니터링 화면. 사진=이승재 기자
직원들이 KT IDC센터의 외부 온습도 센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직원들이 KT IDC센터의 외부 온습도 센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3월 30일 방문한 KT의 서울 목동 제2데이터센터 전력운용실에 들어가니 KT 전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실시간 전력량 모니터링 화면이 보였다. 이내 화면이 바뀌며 각 층별 현재 온도와 습도 수치가 나타났다. 실시간으로 서버실의 온습도가 조절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감이나 노하우를 통해 수기로 조절하던 항온·항습기의 설정 온도를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해 주는 ‘인공지능(AI) IDC 오퍼레이터’가 적용된 것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게 조절되는 운용실 곳곳에는 온습도에 까다로운 화초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KT 자체 조사 결과 AI IDC 오퍼레이터를 사용하면 기존 대비 에너지 절감률이 5~10%에 이른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 디지털 전환(DX)’ 현장이다. 이정웅 IDC운용부 전력운용실 대리는 “지난해 6~7월부터 한 층에만 AI IDC 오퍼레이터를 시범 적용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전체에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IDC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다. 쉽게 말해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동영상을 스트리밍할 때 데이터를 저장해 두는 곳이다. 서버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반도체 설비는 특히 온습도가 매우 중요하다. 서버가 쾌적하게 돌아갈 수 있는 최적의 온습도를 맞춰 줘야 한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에러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IDC에는 열을 식혀 주는 냉방이 필수다. 데이터센터가 통신 안정화에 꼭 필요한 국가 기간 시설이면서도 ‘에너지 먹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데이터센터의 효율을 설명하는 전력효율지수(PUE)는 전체 에너지를 정보기술(IT) 부하(IT 장비 전력량)로 나눈 값으로,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이 에너지 소비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AI IDC 오퍼레이터를 사용하면 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AI 빌딩 오퍼레이터로 에너지 감축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위아래로 빼곡히 쌓인 것 같은 거대한 모습의 서버가 보인다. 기계 설비로 만든 벽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독특한 것은 서버실 아래에 구멍이 숭숭 뚫린 통풍구가 있고 서버 위아래로 벽을 타고 외부 관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서버실용 항온·항습기가 냉수로 식힌 찬바람을 아래에 뚫린 서버실 통풍구를 통해 아래로 공급해 주고 서버가 돌아가면서 발생한 열은 서버 위쪽의 설비관에 모여 이를 다시 냉각수로 식히는 구조다. 이정웅 대리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공기 역학을 이용해 순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냉수를 만드는 냉동기를 식혀 주는 기기가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냉각탑이다. 옥상에 올라가 여러 개의 관으로 연결된 냉각탑도 볼 수 있었다. 냉각탑 측면에 외부 온도와 습도를 재는 온습도계와 센서가 있었는데 이 센서가 외부 온도를 파악해 실시간 온도 조절에 도움을 준다.

최적의 온습도를 알아서 조절해 주는 AI 빌딩 오퍼레이터는 KT 융합기술원에서 자체 개발했다. IDC 건물에 적용된 ‘AI IDC 오퍼레이터’는 기존에 만든 AI 빌딩 오퍼레이터를 IDC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솔루션이다. IDC 내 온습도 데이터를 AI가 수집·분석해 자동으로 시설을 제어한다. 수동으로 개별 장치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반 빌딩과 달리 IDC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력 자체를 온·오프하는 기능은 뺐다. AI 빌딩 오퍼레이터를 개발한 김영진 KT 융합기술원 책임은 “사람이 일일이 정하던 설정 온도 값을 AI가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미래 온습도를 예측해 사전에 설정 온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서버실의 온습도 센서와 외부 센서, 항온기 안의 센서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해 준다”고 말했다.

KT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7년(127만 6872tCO₂-eq) 대비 35%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자체 사옥 8곳과 외부 건물 2곳까지 AI 빌딩 오퍼레이터 적용 대상을 늘렸고 목동2데이터센터에 시범 적용된 AI IDC 오퍼레이터를 올해부터 전체 IDC에 모두 적용해 목동·분당·강남 IDC에서 소모 전력 1300만kWh를 절감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공랭식 항온기를 열교환 수랭식으로 개선하고 외기 냉방을 도입했다. 노후된 냉동기를 교체하고 항온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등기구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바꿨다. 2020년 11월 개관한 IDC 용산에는 설계 단계부터 냉수식 프리쿨링과 같은 에너지 절감 신기술을 총동원해 냉방용 전력비를 20% 이상 절감했다. 앞으로 신규 IDC 구축 설계 시 태양광 에너지, 수소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적용을 검토 중이다.

20년 이어 온 사회 공헌, 소리찾기

지난 4월 4일 서울 신촌의 세브란스병원 제중관의 ‘KT 꿈품교실’을 방문했다. 이 꿈품교실은 인공 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 장애 어린이들이 소리를 듣고 말하는 법을 배우며 재활하는 공간이다. KT가 세브란스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속 후원해 2012년 안과이비인후과병원에서부터 개소한 재활 공간은 2019년 이비인후과 건물 이전을 통해 현재 이곳에 옮겨 왔다. 소리찾기는 KT의 사회 공헌 사업 중 20년째 이어 온 사업이다. 재활 사업을 총괄하는 문영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 공간이 한정돼 검사실이나 진료실이 아닌 공간을 만들기 어려운데 KT와 신뢰가 두텁고 그동안 많은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문영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 박소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팀장, KT 고선경 ESG경영추진실 차장. 사진=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문영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 박소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팀장, KT 고선경 ESG경영추진실 차장. 사진=서범세 기자
현재 올 봄학기 꿈품교실에서 진행하는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는 35명 정도다. 꿈품교실은 봄·여름·가을·겨울 4학기로 나눠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분기별로 11여 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과목은 언어 치료·미술·음악·영어 등이다. 일대다 수업으로 영·유아부터 초등·중등·고등학생까지 비슷한 연령대로 묶어 과목별로 학기에 10회기 정도로 운영하며 언어 치료는 20회기를 운영한다. 20여 년간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아이들이 2만 명 정도에 이른다. KT는 2003년부터 청각 장애 어린이에게 수술비를 지원해 오다 수술받은 환자들이 막상 재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데 주목하고 청각 재활 프로그램 지원을 시작했다.

인공 와우 수술을 받은 뒤에는 재활이 필수다. 재활이 제대로 안 되면 수술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언어 치료는 2~3년간 반드시 받을 것을 권장한다. 박소라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팀장은 “소리를 전혀 못 듣다가 갑자기 듣게 되면 잡음처럼 들리는데 ‘아·어·오’ 등 음을 구별하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언어 치료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등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고 말하는 연습도 자연스레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꿈품교실은 일대일 치료가 주였던 재활 치료에 일대다 수업을 도입,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방식으로 바꿔 아이들의 사회성을 높여 주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대면으로 이뤄지던 재활 치료는 최근 몇 년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KT는 이를 비대면 교육으로 돌파했다. KT의 비대면 교육 플랫폼인 랜선에듀를 이용해 화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랜선에듀가 많은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박 팀장은 “랜선에듀는 주단위, 월단위, 연간 통계나 출석 관리, 인원 관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어 사용하기에 유용했다”고 말했다.

랜선에듀를 통해 만난 이다은(13) 양은 네 살 때 고도 난청 판정을 받은 뒤 인공 와우 수술을 받고 2012년 9월부터 개인 치료와 함께 재활을 시작해 KT 꿈품교실에서 지금까지 재활하고 있다. 이 양은 “재활 치료가 힘들긴 했지만 미술이나 체육 등 다양한 놀이도 하니 재밌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양은 귓속말이나 작은 소리로 말할 때는 잘 들리지 않지만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청각이나 발성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이 양은 “재활 과정은 잘 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라며 “친구들이 재활이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수술과 재활을 열심히 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꼭 들었으면 좋겠다”고 또렷하고 다부지게 말했다.

매년 진행하는 꿈품교실 졸업식과 홈커밍데이에는 청각 장애 아이들이 꿈품교실을 통해 용기를 갖게 된 감동적 사연이 소개된다. 문영주 사회복지사는 “듣고 말하기 어려워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가 꿈품교실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고 박 팀장은 “꿈품교실에 참여하며 미술 재능을 키워 미술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고선경 KT ESG경영추진실 차장은 “수술과 재활을 통해 아이들이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번 경이롭다”며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성공 사례를 더욱 늘리기 위해 캄보디아와 제주대병원에 청각 장애 어린이 인공 와우 수술과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2호, 3호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무성 KT ESG경영추진실장
“디지코와 ESG는 같은 길이죠”
AI 활용해 에너지 효율 높이는 ‘그린 DX’
김무성 실장은 25년간 KT에서만 근무한 KT맨이다. 마케팅과 HR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ESG경영추진실장을 맡아 KT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이끌고 있다.

- 최근 디지코 전환과 함께 ESG 경영을 선언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뜻하는 디지코 전환과 ESG는 가는 방향성이 같다고 본다. 즉 ‘KT 비전=디지코=ESG’다. 우리의 비전은 사람을 도와주는 따뜻한 혁신 기술이고 그것이 바로 ESG다. 최근 KT는 기존 통신사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KT의 운동장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ABC)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스튜디오지니 등 미디어 콘텐츠 강화와 K뱅크를 통한 금융 확장 및 클라우드도 분사해 출범했다. 디지코로 전환하며 7년 반 만에 주가가 최고치로 올라 시가 총액 10조 클럽을 넘보고 있고 최근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속가능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ESG 경영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규제를 맞춰 착한 기업이 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개선해 가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키우고 지속 성장하는 것이다. 보다 긍정적 영향력이 주주·직원·고객에게 가도록 하는 디지코 전환이 ESG 지향점과 동일하다고 본다.”

- KT가 ESG 경영에서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ABC 기술을 통한 차별화된 사회 공헌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각 장애인 개발자가 이미지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AI 비전을 개발했듯이 KT도 사람을 돕는 AI 개발을 목표로 AI 케어 로봇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는 진정성과 꾸준함이다. 15년 동안 해 온 장기 사회 공헌이 4개나 된다. 우선 사랑의봉사단에 임직원들이 참여한 것이 22년 됐다. 청각 장애인들의 인공 와우 수술과 재활을 돕는 소리찾기 사회 공헌도 20년이다. 정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협력사와 중소기업의 인재 육성에 동참한 지도 20년째이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정보기술(IT) 서포터즈도 15년이다. 사회 공헌 백서를 보니 기업의 사회 공헌이 평균적으로 7.7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긴 편이다. 꾸준함이 통하는 가치의 시대에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는 노사 공동으로 ESG 경영을 하고 있다. 노사 공동 사회적책임(CUSR)과 노사공동나눔협의체(UCC) 등을 선언했다. 경쟁사 우위는 이 3가지라고 생각한다.”

- 최근 필환경 경영을 선언했다.

“KT가 전국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타사에 없는 광케이블도 갖고 있다 보니 환경과 안전을 관리하는 데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KT가 134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지난 4년 동안 18만 톤을 절감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설비 투자를 늘리는 와중에 달성한 감축치여서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가는 기업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온실가스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ABC 기술을 활용한 그린 디지털 전환(DX) 솔루션을 추진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AI 빌딩 오퍼레이터다. 또 전 사옥에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을 확인하는 온실가스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는 자체 사옥을 갖고 있는 그룹사에도 구축할 예정이다.”

- 사회 분야에도 기술을 활용한 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인데 랜선야학과 에이블스쿨이 대표적이다. 랜선야학은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학생과 중학생을 1 대 3으로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시교육청과 시작했다가 전국 교육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이블스쿨은 전공을 불문한 청년들에게 AI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해 AI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화문 지역의 기업·기관과 광화문원팀을 만들어 소상공인 지원 사업과 다회용 컵 활용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세종원팀과 강원도원팀도 생겼다. 장기 사회 공헌으로 소리찾기 사업과 IT 서포터즈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지배 구조와 관련해서는 주주 환원 정책으로 배당을 작년 대비 41% 늘렸고 전자투표제도 도입했다. 이사회 11명 중 사외이사가 8명일 정도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79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