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 상승률 LG전자 뛰어넘어…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변신

[비즈니스 포커스]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사진=한국경제신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사진=한국경제신문)
산업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희비는 엇갈려 왔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 내 계열사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LG그룹은 가장 극명하게 변화를 보여준다. 그동안 ‘K뷰티’의 흐름을 타고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LG생활건강,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전까지는 LG화학)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LG이노텍과 LG CNS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선전은 숫자에서 확인된다. 양 사는 지난해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장 부품 사업이 호조를 이뤘고 모든 산업군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양 사의 임금 상승률은 LG그룹의 맏형인 LG전자를 앞질렀다. LG CNS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10%로 정해졌다. 신입 사원의 초봉은 지난해보다 400만원 오른 5000만원. LG이노텍 또한 올해 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10%로 확정했다. LG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 8.2%를 뛰어넘었다.
‘후자의 질주’, 존재감 커진 LG이노텍·LG CNS

양 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 달성

LG이노텍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LG이노텍의 연간 매출은 14조9456억원으로 56.5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2642억원으로 85.64% 늘었다.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LG이노텍의 주요 사업부는 광학솔루션·기판소재사업·전장부품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LG이노텍을 떠받친 것은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이었다. 스마트폰용 멀티플 카메라 모듈, 3D 센싱 모듈 등 고성능 카메라 모듈 신제품의 공급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대동소이해진 시점에서 고성능 카메라는 판매량을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를 이루는 모듈의 단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은 쑥쑥 성장했다. 이와 함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13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은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했다.

종합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인 LG CNS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 4조원을 최초로 돌파했다. 2021년 LG CNS의 매출은 4조14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늘었다. 영업이익은 3286억원으로 33.5% 증가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이 LG CNS의 주 업무다. 그간 LG CNS는 클라우드·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에 대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 팬데믹 시대를 만나 이러한 투자는 비로소 결실을 봤다. 동시에 LG CNS는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도 외연을 확장했다.

LG CNS는 지난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마이데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일반 고객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 ‘하루조각’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도 선보였다. 국가 신분증인 운전면허증을 모바일로 전환해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면서 영업·제조·구매·인사 등 모든 비즈니스 영역의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 ‘싱글렉스’를 출시했다.

자율주행 시대 ‘키 플레이어’ 될 LG이노텍

모바일 부품과 디지털 전환. 양 사의 주 업무는 LG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양 사의 존재감이 그간 LG생활건강·LG에너지솔루션보다 희미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다. 양 사는 LG전자에 기대는 비율을 빠른 속도로 낮춰 나가고 있다.

2021년 기준 LG이노텍의 계열사 간 비율은 6.8%로 과거 두 자릿수에서 크게 낮췄다. 내부 거래가 줄어든 것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영향도 물론 있다. 하지만 LG이노텍이 보유한 기술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은 기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그간 LG그룹의 IT 서비스 전환을 도맡으면서 소위 ‘일감 몰아 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LG CNS는 기술력 강화를 통해 외부 일감의 비율을 높였다.

향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G CNS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AI 기술에 대한 투자에 나선다. 4월 26일 LG CNS는 ‘언어 AI 랩(LAB)’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언어 AI 랩’은 사람의 말과 문자를 이해하는 AI를 연구해 AI고객센터와 챗봇 등의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이다. 고객사에 제공하는 AI컨택센터(AICC)와 챗봇 등의 기술을 고도화한다. 지난해 LG CNS는 우리은행의 AI컨택센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AI 사업 강화를 위해 LG CNS는 연구소와 사업 조직에 약 800명의 AI·데이터 전문 인력을 포진시켰다.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전 산업 분야를 총망라하는 ‘AI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가속화한다. 또 연구 성과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AI 디스커버리’를 가동해 고객과 6주간 함께 지내며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AI 적용 포인트와 신규 AI 사업을 발굴한다.

그간 광학솔루션의 선전이 돋보였던 LG이노텍에서 기대를 모으는 사업부는 전장 사업 부품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이 머지않았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KB증권은 LG이노텍이 자율주행차의 대표 부품인 카메라·레이더 등을 20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와 사물 간 5세대 이동통신(5G) 시스템인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보유해 광학 기술과 통신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전장 부품 업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장을 준비 중인 LG CNS는 기업 가치를 최대한으로 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와 스마트 물류 등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