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쿼터백그룹의 장두영 CEO, 심현수 CIO

[인터뷰]
쿼터백그룹의 장두영 CEO(왼)과 심현수 CIO. 사진=서범세 기자
쿼터백그룹의 장두영 CEO(왼)과 심현수 CIO. 사진=서범세 기자
‘개미’들의 한숨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 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니 투자의 방향도 헷갈린다. 이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금융 시장을 분석해 투자자의 자산을 운용해 준다. ‘감정’이라는 한계를 덜어 낼 수 있으니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일까. 2015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쿼터백그룹(이하 쿼터백)의 장두영 최고경영자(CEO)와 심현수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 답을 들어봤다.

-한국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소개된 지 7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로보어드바이저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장두영: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면 ‘AI를 활용한 투자’ 정도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만 ‘AI를 활용한 투자’라는 설명에는 일반적인 이해보다 보다 광범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보통 자산 운용사라고 하면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이와 비교해 쿼터백은 단순히 상품 개발과 운용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종합적인 자산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PB들이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 관리 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죠.”

- 객관적인 수치나 통계에 기반한 알고리즘 투자는 월가를 비롯한 금융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의 하나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와 어떻게 다른가요.

심현수: “데이터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퀀트 투자는 결정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와 ‘목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퀀트 투자는 상품을 공급하는 쪽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죠. 이와 비교해 로보어드바이저가 앞으로 오를 종목만 정확하게 골라 투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분명 아닙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AI를 투자에 활용함으로써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어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 준다는 의미에서 PB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본 겁니다. 이 과정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특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포트폴리오 제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자산 관리의 대중화’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들이 다양하게 시도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더욱 주목 받는 이유가 있나요.

장두영: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습니다. 금융 서비스의 비대면 규제가 점차 완화되다 보니 온라인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고 보다 다양해졌죠. 여기에 최근 ‘마이데이터’가 시행된 것도 영향이 컸습니다.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처방과 진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예를 들어 은퇴 설계가 필요한 고객이라면 이는 단순히 어떤 투자 상품 하나를 잘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자산 관리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실제로 개인 고객들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등에서도 이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쿼터백만의 강점은 뭔가요.

심현수: “쿼터백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이라고 늘 자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떻게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로벌 주요 자산들에 대해 쿼터백이 어떻게 투자 신호를 읽고 있는지 등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고객들과 소통해 왔어요.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블로그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고객들과 공유하고 있죠. 사실 한국의 자산 운용사는 물론 글로벌 자산 운용사 가운데서도 고객들에게 이와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업체는 드물거든요. 때로는 장이 힘들 때 다른 곳보다 떨어지는 성과를 낼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우리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래야 고객들 또한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 로보어드바이저는 특히 지금처럼 금융 시장이 출렁일 때 ‘방어’에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심현수: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는 ‘리밸런싱(운용하고 있는 자산 비율의 재조정) 효과’ 만으로도 장기적으로 방어 전략에 유리한 특징을 갖는 것은 맞습니다. 사실 고객은 인생 전반에 걸쳐 초장기적으로 자산 관리를 지속해야 하니까 자산을 나눠 투자하는 거잖아요.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와 같은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 손실 폭을 줄여야 나중에 상승장이 올 때 그 궤도를 잘 따라갈 수 있어요. 둘째로는 ‘알고리즘 효과’ 또한 중요합니다. 흔히 잘 알려진 자산 배분 전략은 금융 시장을 사계절의 흐름에 맞추는 정적 배분 전략이에요. 물론 우리 또한 이를 활용하고 있죠. 여기에 더해 쿼터백은 장기간 전문 기관투자가의 검증을 받는 ‘투자 시그널’을 활용해 동적 배분 전략도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됐을 때 주식 시장이 폭락했죠. 당시 쿼터백은 그해 8월부터 주식 비율을 점차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로이터가 집계한 바로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11월부터 주식의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는데 쿼터백이 이보다 3개월 빨랐던 겁니다. 당연히 수익률도 좋았죠.”

-AI를 활용한 투자에도 시장의 잘못된 ‘편견’에 영향을 받은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심현수: “쿼터백 또한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할 때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신호를 잘못 읽고 ‘과잉 확신’에 의해 특정 자산에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처럼 AI 또한 마찬가지 오류가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특히 AI를 활용한 투자는 이와 같은 자산 쏠림 현상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모델의 과체적화(주어진 샘플 데이터에만 지나치게 성과가 좋은 모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쉽게 말해 실험실에서만 성과가 잘 나오는 거죠. 기본적으로 ‘이익의 극대화’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이와 같은 오류를 막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익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짜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 종목, 특정 자산군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쉬우니까요. 이 때문에 쿼터백은 단순히 ‘이익의 극대화’라는 관점보다 ‘위험 관리’를 앞세워 투자 전략을 뜯어보고 조정하고 있습니다.”

-장두영 CEO는 평소 “신뢰는 자동화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두영: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로서 우리는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고객들에게 ‘AI이기 때문에’ 혹은 ‘AI가 알아서 다 하니까’라고 말한다고 우리를 믿어줄까요. 금융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겁니다. 특히 ‘투자’는 고객들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잖아요. 신뢰하지 못하는 자산 운용사에 어떻게 소중한 자산을 맡기겠어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력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증명해야겠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겠죠. 그런데 수익률은 사실 투자 알고리즘 100여 개 가운데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을 다 빼고 좋은 것만 보여준다면 ‘높은 수익률’처럼 포장할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종합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우리 목표에도 맞지 않아요.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지금 우리는 고객들과 ‘신뢰’를 쌓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신뢰가 쌓일 때까지 적어도 과대 광고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어요. 투자 알고리즘 하나를 고민할 때도 실제로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우직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검증하고 고객들에게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