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위에 선경직물 일군 최종건의 꿈... SK 재계 2위 등극
1953년 10월 최종건이라는 20대 젊은이가 전쟁폐허 위에 선경직물을 창업했다. 흔히 말하는 옷감을 만드는 회사였다. 당시 종업원의 60여명이었다. 고 최종건 회장의 조카인 최태원 회장 대에 이르러 재계 2위로 도약한 SK그룹의 시작이었다.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역에 따르면 삼성이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SK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2위에 올랐다. 5대그룹 순위가 변동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롯데가 5위권 안에 진입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SK그룹의 자산 총액은 2021년 23조9529억원에서 2022년 29조1968억원으로 22% 규모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그룹은 24조6084억원에서 25조7845억원으로 4% 대 성장에 그쳤다. 공정위는 SK 성장의 이유로 반도체 매출 증가, 물적분할에 따른 신규설립, 석유사업 성장 등을 들었다.

실제로 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눈부실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12조1557억원의 매출과 2조85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영업이익은 116% 늘어 '최태원 매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신규 계열사 확장도 활발했다.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021년 148개에서 올해 186개로 38개 늘었다. SK는 30대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가진 기업집단으로 집계됐으며 카카오가 136개로 뒤를 이었다.

SK그룹은 매출액 증가 순위에서도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45.4조원 매출이 늘 때 SK는 29.7조원, 현대자동차는 29조원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많이 증가한 기업집단 역시 삼성, SK, HMM 순으로 집계돼 SK가 현대자동차에 앞섰다.

이번 발표에서 SK그룹의 약진과 더불어 괄목한만한 성과를 낸 기업 집단은 해운, IT 등 코로나 수혜업종이다. 지난해 18위를 기록했던 카카오는 16위에 오른 두산을 밀어내고 15위가 됐다. 한편 지난해 47위였던 중흥건설은 단숨에 27계단을 뛰어올라 20대 기업에 포함됐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