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아마존·DHL까지 추진하는 드론 배송…규제·비용 한계 넘어야

알파벳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업체 ‘윙’(Wing)이 미국 대도시에서 첫 상업용 무인 항공기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윙 홈페이지]
알파벳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업체 ‘윙’(Wing)이 미국 대도시에서 첫 상업용 무인 항공기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윙 홈페이지]
그야말로 배송 전쟁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주변에는 택배나 배달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고객에게 주문 받은 후 물류 창고나 매장에서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하는 소위 ‘라스트마일(last mile)’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배송 전쟁은 주로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지상 운송 수단을 통해 이뤄져 왔지만 앞으로는 지상보다 하늘에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지상 넘어 하늘까지 가속화되는 배송 전쟁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 업체 ‘윙(Wing)’이 4월 7일 미국 대도시에서 첫 상업용 무인 항공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배송은 윙의 미국 내 최대 고객인 월그린(Walgreens)의 텍사스 주 2개 타운 매장에서 진행됐는데 일반 의약품과 가정 필수품을 포함해 100개 품목이 서비스 대상이다.

배송 방식은 월그린 직원이 드론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 받은 후 공중 드론에서 내려온 줄에 배달 물품을 부착한 다음 윙 운영팀 조종사가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해 주문 물품을 고객의 목적지 23피트(7m) 상공에서 윈치케이블(winch cable) 시스템을 이용해 줄을 내려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드론은 시속 65마일(105km)로 최대 3.3파운드(1.5kg)의 물품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항 시간은 10분 미만이고 왕복 거리는 12마일(19km) 정도다. 드론의 길이는 약 4피트(1.2m), 날개 폭은 3피트(1m), 무게는 약 10파운드(4.5kg)로 알려져 있다. 윙은 현재 핀란드·호주·미국에서 운항하고 있고 하루 1000건 이상, 누적 배송 실적 20만 건(2022년 3월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네덜란드 해변에서 드론으로 배달된 도미노 피자.[EPA=연합뉴스]
2020년 네덜란드 해변에서 드론으로 배달된 도미노 피자.[EPA=연합뉴스]
아마존, 드론 배송에 2조 투자한 이유 이번 알파벳의 윙 서비스로 그동안 다소 지지부진하던 드론 배송 서비스가 점차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무인 항공기를 이용한 드론 배송은 주로 시범 테스트 단계로 진행돼 왔고 상업용 서비스라도 대도시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 소규모로 진행돼 왔다. 따라서 이번 알파벳의 윙 서비스가 가진 의미는 대도시까지 드론 배송 상용 서비스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알려졌듯이 무인 항공기인 드론을 통한 물품 배달은 윙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초로 드론을 통한 물류 배송을 테스트한 기업은 독일 운송 업체 ‘DHL’이다.

세계 최초로 미국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고 상업용 드론 배송을 한 회사는 호주의 작은 스타트업 ‘플러티(Flirtey)’다. 플러티는 2016년 12월 편의점 용품 업체 세븐일레븐과 함께 쿼드콥터(quadcopter)로 의약품 배달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드론 배송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업체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3년 발표한 드론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통해 주문 후 30분 내에 반경 16km 이내 고객의 집 문 앞까지 물품을 2019년 말까지 배송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만 20억 달러(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마존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수십 개의 혁신적인 물류 배송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종의 떠다니는 물류 창고인 ‘항공물류센터’는 지상이 아닌 하늘에 배달할 물품 상자를 실은 비행선을 띄워 드론으로 그때그때 주문 받은 물품을 가까운 거리에서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2017년에는 대도시에 주차 타워를 닮은 벌집형 드론 타워를 통해 드론의 이착륙을 원활하게 해 배송 서비스를 하는 ‘무인 항공기를 위한 다층 물류센터’ 특허도 낸 바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마존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의 실험 배송 실적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드론 배송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유통 업체 월마트는 자체 기술보다 드론 회사와 협력해 드론 배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20년 플라이트렉스와 협력해 생활 물품을, 드론 업체 ‘드론업(DroneUP)’과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배송하고 있다.

세계 최대 드론 배송 업체 집라인(Zipline)과도 협력하고 있다. 월마트가 갖고 있는 장점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5000여 개의 매장과 이들 매장에서 미국 소비자의 대부분이 16km 이내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드론 배송 업체 집라인은 주로 아프리카 지역 특히 르완다와 가나에서 의료 제품을 배송한다. 집라인은 44파운드(20kg) 항공기를 초당 시속 60마일(97km)로 가속하는 전기모터를 가진 드론을 운영한다. 집라인은 배송할 물품을 종이 낙하산에 매달고 지정된 장소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배송한다. DaaS에 대한 기대와 한계가 공존하는 드론 배송
원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드론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은 2013년 12월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드론 배달은 고객이 원하는 물품을 더 편리하고 더 빨리 더 안전하게 전달해 주는 서비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환경 오염, 교통, 충돌 및 소음을 제거하고 이산화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추세에도 부응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농업·광업·보안·미디어 등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서비스로서의 드론(DaaS : Drone as a Service)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드론 배송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드론 배송이 기존 배달 수송보다 저렴하고 신속하며 기존 운송 시스템이 도달할 수 없는 재난 지역이나 오지에도 배송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집라인은 드론을 통해 르완다와 가나의 오지에 의료 용품을 배달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드론이 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배달 시간을 4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론 배송이 갖는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론 배송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의약품이나 일부 생활용품 배송 중심의 소규모 실험에 사용되고 있고 운영 지역도 규모가 작은 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지역은 호주의 로건(Logan)으로 브리즈번 교외에서 총 5만 건 이상의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드론 배송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드론 배송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지역 운영 허가와 상업용 드론 운영 허가를 연방항공국(FAA)에서 받아야 한다. 아마존도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20년 FAA에서 드론 배송 사업 승인을 어렵게 받은 바 있다.

특히 미국은 보안과 안전 우려로 다른 나라에 비해 드론 비행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왔다. 예를 들어 2016년 제정돼 2019년 개정된 시야선(Visual Line of Sight) 법안은 드론 조종사로 하여금 드론이 50피트(16m) 아래에서 비행하더라도 항상 시야를 확보하도록 했다.

물론 이 규정은 2021년 인간 조종사나 감독관이 없어도 자동화된 무인 항공기 운영을 승인한 비가시권(BVLOS : Beyond Visual Line of Sight) 항공 규칙에 따라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탐지·회피(DAA) 기능을 갖춘 스카우트 시스템(scout system)이라는 드론 기술을 활용한 미국의 아메리카로보틱스(America Robotics)가 이 규칙을 적용받은 최초의 드론 회사다.

이 밖에 55파운드(25kg) 이하 비행 관련 규제 등 드론의 무게나 속도, 비행 고도, 적재 용량 등 규제가 까다롭다. 미국 규제 기관은 배달 드론이 늘어나면 미국 상공에서 비행기 충돌 등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FAA 규정은 5파운드(2.3kg)의 작은 드론이 아니라 대형 항공기를 기준으로 만든 규정이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고층 빌딩이 많거나 착륙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드론을 건물 옥상에 착륙시킬 수 있지만 여전히 물건을 고객이 직접 받기에는 불편하다. 한 가지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이착륙이 필요 없는 방식이다. 윙은 아마존의 배달 드론과 달리 물품을 내리기 위해 착륙할 필요가 없다. 윙의 배달 드론은 목적지에 날아가 23피트(7m) 높이로 내려간 다음 밧줄로 물품을 담은 패키지를 내려 지면에 놓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비용 문제다. 드론 배송 옹호론자의 주장과 달리 드론의 대당 가격과 배송 비용은 기존 배송 서비스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5년 자사 드론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가 패키지당 63달러(7700원)를 부과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아마존 프라임 에어에서 사용하는 드론의 대당 제작 비용이 약 14만6000달러(1억8000만원)이고 향후 비용을 절반 줄여도 6만 달러(73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알파벳 윙의 대도시 지역 서비스 개시로 그동안 다소 소강 상태였던 드론을 이용한 무인 항공 배송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향후 주거용 배송을 넘어 대도시 고층 빌딩 사이로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게 될지 기대해 본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