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 총회…워런 버핏 CEO, 석유주에 베팅

[비즈니스 포커스]
코로나19가 잦아들자 세계 최대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가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열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골프 카트를 타고 주주총회가 열린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CHI헬스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잦아들자 세계 최대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가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열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골프 카트를 타고 주주총회가 열린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CHI헬스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2022년 연례 주주 총회가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를 뜨겁게 달궜다. 2019년 이후 벅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 총회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3년 만인 올해 다시 대면 주주 총회로 전환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열리는 벅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 총회는 ‘금융인들을 위한 우드스탁(Woodstock for Capitalists)’이라고 불린다.

하이라이트는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 등이 직접 참석하는 투자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이다. 4월 30일(현지 시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두 사람 외에도 에짓 제인 벅셔해서웨이 보험사업부문 부회장과 버핏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그렉 아벨 비보험사업부문 부회장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버핏 회장은 “찰리 멍거(98) 부회장과 자신의 나이(92)를 합하면 190세가 된다”는 농담으로 투자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이날 나온 버핏 회장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 봤다.

1.“최고의 투자 전략은 ‘장기 보유 투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타격은 버핏 회장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54억 달러(약6조8000억원)로 지난해(117억 달러)와 비교하면 53% 줄었다. 그럼에도 버핏 회장의 명성은 여전했다. 2021년 기준 벅셔해서웨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20.1%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0.5%를 웃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우리는 매수 타이밍을 잡기보다 좋은 종목을 사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buy and hold : 매수 후 보유)’ 전략이 전부다. 우리가 똑똑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장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버핏 회장은 향후의 주식 시장과 경제 흐름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는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식 시장도 경제도 어떻게 움직일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어 “물론 경제지를 많이 읽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비롯해 예언가들의 인터뷰가 너무 많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사람들의 말은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의 영향으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지만 이로 인해 최근에는 주식을 투자가 아닌 ‘도박’하듯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비판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관련해 버핏 회장은 “가상 자산은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며 여전히 회의적인 주장을 고수했다.

3. 1분기 대규모 주식 투자…그래도 ‘현금이 왕’

버핏 회장은 ‘현금왕’으로 불린다. 그만큼 현금을 많이 쌓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440억 달러(약 1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태도가 바뀌었다. 쌓여 있는 현금으로 대규모 주식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1분기에만 400억 달러(약 51조원) 이상을 주식 투자에 썼다. 그래도 현재 현금성 자산은 여전히 10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번에 버핏 회장이 새롭게 추가한 ‘투자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석유주가 가장 많다. 미국의 석유 회사인 쉐브론의 보유 주식을 지난해 45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259억 달러(약 32조원)까지 늘렸다. 이 밖에 국제 석유, 가스 탐사 업체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주식도 170억 달러(약 21조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400억 달러를 석유주 베팅에만 넣어 놓은 셈이다. 석유주 외에 현재 버핏 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여전히 애플(1590억 달러)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