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조직의 관심사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동료들에게 ‘겸손한 도움’ 주는 게 첫째
[경영 전략]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이 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본래 터를 잡고 있었던 사람을 내쫓거나 해를 입힌다는 뜻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표현인 것은 분명하다. 비슷한 속담으로 ‘굴러온 돌한테 발등 다친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그렇다면 조직의 관점에서 ‘굴러온 돌’은 누구일까. 새로 우리 조직에 들어온 ‘경력 입사자’다. ‘이직’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직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굴러온 돌’을 바라보듯 여전히 낯설다.
그래서 이직자들은 ‘기존에 박혀 있던 구성원들과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하며 지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직자의 관점에서 ‘박힌 돌’들과 관계 맺기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새 조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새로운 조직의 구성원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조급해진다. 자신에게 던져진 기대 어린 시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어진다. 좀 무리해서라도 능력을 어필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관계 형성’에서도 나타나곤 한다.
자신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드는 게 당연하다. 기존 구성원들 중엔 이미 끈끈한 관계가 맺어진 그룹도 있고 성향이 비슷한 동료 집단도 만들어져 있다. 이직자들은 이런 그룹에 균열을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지만 ‘나’를 내려놓는 것이다. 자신의 매력을 보여줘 사람들을 끌어오려고 하기보다 그들 속에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동요를 들었다.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이라는 노래다. 가사를 풀어 쓰면 이렇다.
“첫 번째로 인사하기, 두 번째는 친구 얘기 들어주기, 세 번째엔 진심으로 맞장구치기, 그다음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어떤가. 자기가 할 말을 하기보다 자기 얘기를 충분히 듣고 맞장구쳐 주며 다가오는 친구를 쉽사리 거부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자신을 앞세우지 마라. 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필하려고 하기 전에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듣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저 동료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호응해 주고 즐거운 이야기에 함께 웃고 힘든 일을 말하면 같이 슬퍼해 주는 ‘듣기’가 필요하다.
이 동요에서 정말 인상적인 구절은 이 부분이었다. “친구가 되는 제일 멋진 방법은 마음으로 들어주기.”
듣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이 동요가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을 해 주는 동료가 자기 옆에 나타난다면 참 고마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굴러온 돌’로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다면 먼저 ‘마음’으로 듣는 것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이렇게 개인적으로 가까워져도 뭔가 아쉽다. 혹은 새로운 조직이 ‘관계’보다 ‘업무’로만 엮인 곳일 수도 있다. 거기에서 괜히 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조직 내 관계 맺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업무적 관계’다. 일에 대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편안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본인이 전 직장에서 알고 있었던 새로운 방법론을 알려주는 것이다.
기존 회사에선 누구나 일상적으로 해 오는 방식이 새로운 조직에선 ‘신선한’ 방법일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제시하는 것 등이 그 예시다.
협조적 동료가 되려는 노력 필요그런데 이것은 본인의 역량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둘째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직원들이 쉽사리 나서지 않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지원해 그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기존 멤버들은 일상적으로 해 오던 일이 있기 때문에 신규 업무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동료들과 ‘업무적’으로 긍정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 조직의 업무가 루틴하게 돌아가 딱히 새로운 업무가 없다면 어떨까.
이럴 때 셋째 방법, ‘자발적’으로 나서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성과(KPI) 달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초반의 관계 맺기에 이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협조적 동료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보자.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자신의 ‘선한’ 의도만 갖고 무작정 도와주는 게 항상 좋은 결과를 맺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도움 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력직 직원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쟁 상대가 또 생겼다는 불안함도 함께 갖는다.
만약 기대보다 긴장감을 더 크게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도와주겠다고 나선다면 어떨까. ‘왜 갑자기 나타나 내 일을 뺏으려고 하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거나 신규 프로젝트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하면 ‘뭘 안다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일까’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팁이 있다. 하나는 ‘겸손’한 도움이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업무 지원을 해 줄 때의 레토릭, 표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다 보면 기존 구성원들은 원래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할 때는 기존 방식 등에 대한 ‘인정’이 먼저다. “아마 이런 목적에서 그렇게 일을 해 온 것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듣는 사람들이 공격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
둘째 팁은 조직 구성원들의 특성을 미리 알고 그 사람에게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도움을 필요로 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은 누구인지, 본인만의 영역이 강해 섣불리 다가가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구성원은 누군지 등을 파악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조직 내 ‘슈퍼 커넥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조직의 리더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슈퍼 커넥터가 누군지는 어떻게 알아볼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이직자에게 가장 먼저 혹은 가장 자주 다가와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그 존재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넓히려는 것에 아주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슈퍼 커넥터’를 통해 구성원들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 보자.
속담으로 시작했으니 속담으로 마무리한다. 이직자는 좋으나 싫으나 ‘굴러온 돌’이다. 그래서 ‘회사 하나 옮겼을 뿐’인데 참 신경 쓸 것도 많다. 하지만 그게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구르는 돌’은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을 추구하는 존재일 수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 갈 모든 이직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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