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 과장, 2019년 개정된 법률 해설과 인사 · 노무에 대한 베트남 정부 답변까지
한국은 베트남에 세계에서 둘째로 많이 투자한 나라다. 진출 기업은 9000여 개, 고용한 노동자만 1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지 고용노동법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업들의 애로 사항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2022 베트남 최신 노동법령’을 번역한 이재국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 건설용역하도급개선 과장은 2019년 베트남 주대한민국대사관에 부임해 2022년 2월까지 노동고용관(이하 노무관)으로 일했다.
이 과장은 시행착오를 겪는 한국 기업을 위해 지난해 12월 ‘2022 베트남 최신 노동법령’을 펴냈다. 책은 2019년 11월 전면 개정된 법령은 물론 기업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사·노무 관련 한국 기업의 주요 질문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답변까지 담았다.
그는 베트남 현지의 한국 기업이 노동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컨대 코로나19 격리 기간 중 임금과 무급 휴직을 임의로 정해 낭패를 겪는 것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노동법상 코로나19 격리 기간 중 14일은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고 14일 이후부터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격리 기간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해 노사 분규를 초래하거나 베트남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과장에게 베트남 노동 시장과 관련된 조언을 들어봤다. 베트남 노동법 전면 개정 이후 변화가 있나요.
“노동법 개정을 통해 베트남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복수 노조 설립 허용’과 ‘정년퇴직 기준 연령 상향’, ‘최저임금 6% 인상’이 대표적이죠. 복수 노조는 노동자들의 노조 선택 자유를 넓히고 노사 관계를 선진화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결정입니다. 정년퇴직의 기준 연령이 여성은 55세에서 60세로, 남성은 60세에서 62세로 높아졌어요. 올 하반기부터는 최저임금이 6% 인상됩니다. 베트남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동결해 왔는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판단,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반영했습니다. 배우자의 출산 휴가 도입과 6세 미만의 아이가 있는 노동자에게 보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베트남 가족 변화 및 양성 평등 인식 강화에 따른 복지 개선에도 주안을 두고 있어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나요.
“노동조합을 설립하도록 허용하고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현행법상 노동자는 월급의 2%를 노동조합 지원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지원금은 기업의 편의 시설과 경조사비 등 직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 내 노동조합이 없으면 상급 노조(지역·산업 노조)에 지원금이 돌아가요. 단위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득입니다. 베트남 노동조합의 간부는 자신들을 ‘브리지(다리)’라고 소개해요. 노동조합이 고용주와 노동자를 이어 주는 다리라는 의미죠. 한국은 수직적 문화가 강한 편이지만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 영향으로 서구 문화와 유교 문화의 경계에 있습니다. 수직적 문화와 수평적 문화가 혼재하는 ‘사선 문화’라고도 해요. 고용주가 온정주의에 기반한 리더십을 갖고 직원과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노동법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지 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은 임금과 환경면에서 베트남 전체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호적인 기대만으로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전국 63개 시·성을 4개 지역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인프라가 부족한 곳인 데다 구인난을 겪을 수 있죠. 베트남에 진출할 예정인 기업이라면 노사발전재단이나 KOTRA에서 진행하는 베트남 투자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주베트남 대사관에 문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윤제나 한경무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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