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호’ 부동산, 머니 무브에도 굳건한 최우선 재테크 수단
[스페셜 리포트]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머니 무브의 핵심은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은 여전히 재테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집과 땅은 최대·최고의 투자처다. 2020년 기준 개인 투자자의 1인당 평균 주식 보유 금액은 7245만원이다. 반면 같은 시기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4억원, 서울은 10억원을 넘었다. 가계 자산에서 주택 등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2%에 이르렀다. 여전히 부동산은 한국인들의 ‘최애’ 재테크 상품이다.A(34) 씨와 B(35) 씨는 대학 동기다.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빌라(전세 8000만원)에서 절반씩 전셋값을 분담해 2019년 말까지 함께 살았다. 2020년부터 결혼 등의 이유로 따로 살기 시작했다.
각자의 거주지로 옮길 당시 A 씨와 B 씨의 보유 자금은 7000만원으로 같다. A 씨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을 받아 서울 노원에 33㎡(10평)대의 아파트를 2억원에 장만했다. B 씨는 1금융권의 전세 자금 대출로 1억3000만원을 빌려 서울 영등포의 66㎡(20평)대의 빌라(전세 2억원)로 거주지를 옮겼다.
2년여가 지난 현재 둘의 자산 현황은 어떨까. A 씨는 얼마 전 결혼하면서 보다 큰 평수에 살기 위해 5억원에 집을 팔았다. 2년 전 집을 살 당시 HF에서 빌린 1억3000만원을 상환하고 초기 자금이던 7000만원을 빼면 3억원을 벌었다.
반면 B 씨는 이사 후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급여를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수익은커녕 손해만 봤다.
A 씨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B 씨는 올해 초 다른 전셋집으로 거주지를 옮겼는데 2년 새 오른 전셋값으로 더 작은 평수의 빌라로 이사해야 했다. 식구는 1명 늘었는데 집은 작아졌다. 또 보유 자금 역시 2년 전과 같은 7000만원뿐이다.
A 씨와 B 씨의 차이는 주택 구입과 임대라는 다른 선택뿐이었다. 하지만 A 씨는 3억원을 벌었지만 B 씨는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더욱이 B 씨는 주식 투자로 손해도 봤다. 부동산 시장, 다시 기지개 켤까
부동산은 여전히 국민의 제1 투자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집값이 급등했던 2020~2021년과 비교해 현재는 시장이 다소 시들한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 분기(1.8%)보다 낮은 0.14%의 상승률을 보였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분기 28만 가구에서 올해 1분기 13만8000가구로 줄었다. 50.6% 줄었다. 2019~2021년 1분기 평균 거래량인 25만 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거래 절벽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거래 절벽의 원인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매수자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시장에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의 최근 아파트 거래량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대선이 있던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01건으로 지난해 10월(2197건)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2월 809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600여 건 늘었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거래량은 5776건으로 지난해 10월의 7892건 이후 5개월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속도를 내겠다고 공약한 1기 신도시의 거래량이 기존보다 많이 늘었다.
분당이 있는 성남시의 3월 아파트 거래량은 258건이다. 2월(108건)보다 신고 건수가 138.9% 늘었다. 일산이 포함된 고양시의 3월 거래량은 538건으로 2월보다 96.4%, 평촌이 있는 안양시는 170건으로 95.4%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10만 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해 주거 안정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에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금리 인상에도 집값 오르는 미국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과 부동산 침체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 주택 구입 수요가 얼어붙고 시장 침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한국 역시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택했다.
미국도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5%대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22일 기준 3.27%였던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올해 4월 27일 5.37%가 됐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올해 3월 팔린 기존 주택의 중위 가격이 지난해 3월 대비 15% 오른 37만5300달러(약 4억7300만원)라고 발표했다.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질로’는 향후 1년간 미국 주택 가격이 14.9% 오를 것이라고 봤다. 질로의 예측대로 집값이 오르면 1년 후에는 43만1595달러(약 5억4400만원)가 된다.
금리 인상에도 미국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집을 사려는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금리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비슷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차이는 대출 금리 인상에 주택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상승세지만 한국은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만연한 공급 부족으로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집값 상승률 둔화는 일시적 국면”이라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라는 하락 요인이 맞물려 혼란스러운 장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지난해 만큼의 상승률은 아니지만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인터뷰]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GH) 사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동산 공약,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시기를 두고 말이 많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30년 이상 노후된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빠르게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실현이 어렵다고 말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은 윤석열 캠프에서 신도시 관련 부동산 공약을 입안한 인물이다. 그에게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시기와 필요 과제, 세부 계획 등에 관해 들어봤다.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에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5개 도시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1기 신도시가 들어섰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모두 넘었다. 재건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모가 가장 큰 분당은 9만8000가구가 재건축 대상이다.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이 재건축 기간 동안 이주해 살아야 할 곳이 있어야 한다. 관련 법안 통과와 함께 이 문제의 해결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1기 신도시의 집값이 폭등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재건축 대상자들은 공사 기간에도 해당 지역에 계속 살기를 원한다. 부족한 주택 공급량에 수요가 몰리게 되는 만큼 이주 지역을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 기간에 1기 신도시에 사는 것이 어렵다면 대안이 있나.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3기 신도시가 1기 신도시의 이주 지역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산은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고양 창릉이 가능하다. 다만 3기 신도시의 용적률 등을 개선해야 1기 신도시 재건축도 가능하다. 현재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인데 250%로 높여야 1기 신도시 이주민이 거주할 공간이 만들 수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끝나 이들이 3기 신도시를 떠난다면 빈 주택을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윤석열 당선인의 재임 기간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끝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재건축도 공사 기간을 포함해 3~4년이 걸린다. 윤석열 정부가 기반을 닦아 놓으면 다음 정부에서 입주가 가능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관심이 크다. 재건축을 위한 토양은 재임 기간에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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