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증시·코인으로 몰리던 머니 무브, 스톱 or 고?
2020년은 ‘동학개미운동’의 원년이다. 코로나19 상륙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내던지는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받아 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코스피지수는 14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2019년 12월 기준 약 27조원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2020년 3월 43조원으로 치솟았고 2020년 12월 65조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2020년 3월 19일 기준 1457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 곡선을 달리더니 이듬해 1월 7일 코스피 3000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2021년 9월 3200을 돌파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빚투(빚 내서 투자)’와 같은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자)’를 위한 재테크 유튜브 채널들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머니 무브’의 시작이다.

머니 무브는 한국에서 은행이나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투자자들은 더없이 좋은 시절을 보냈다. 주식 시장은 물론 코인부터 부동산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올랐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은 해외로도 확장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 증권 보관 금액은 2019년 436억 달러에서 2021년 1005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9년 12월 6635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시세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시작과 함께 불붙기 시작하더니 2020년 12월 2만9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1년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6만900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2021년 9월 기준 한국 4대 암호화폐거래소의 고객 예치금만 60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각국 정부가 금리를 끌어내리고 돈을 푼 유동성 파티였다. 화려한 시간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은 다른 자산 가격의 하락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자들에게는 한동안 ‘인내의 시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남녀의 사랑과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현명하게 잘 선택했다면 헤어질 이유가 없다.’ 주식 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투자 격언이다. 좋은 기업을 보유했다면 비관이 넘치는 위기의 시기에도 ‘시간은 늘 당신의 편’이 될 것이란 의미다. 지난 2년간 열정으로 뜨거워졌던 투자자들 또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머니 무브’를 멈출 것인가, 지속할 것인가…. 재테크 빙하기에도 ‘시간을 당신의 편으로’ 만들어 줄 투자처를 찾아 나설 때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