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건물·미술품 지분 구매한 뒤 되팔아 쏠쏠한 수익…신종 투자처로 각광

[스페셜 리포트]
카사가 최근 매각한 역삼 한국기술센터. 투자자들을 모아 84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93억원에 되팔아 1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  사진=카사 제공
카사가 최근 매각한 역삼 한국기술센터. 투자자들을 모아 84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93억원에 되팔아 1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 사진=카사 제공
고가의 예술품 투자가 주식에 비해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치가 오른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오늘 산 부동산이 제일 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이런 재테크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목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술품이나 건물 투자는 고액 자산가들만이 할 수 있는 ‘부자들만의 재테크’라고 불렸다.

이제는 달라졌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를 앞세운 ‘조각 투자’ 상품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조각 투자는 고가의 자산이나 현물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 한잔 값으로도 비싼 예술품이나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런 조각 투자는 주식과 코인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서울옥션블루가 지난해 말 한국의 주요 미술품 조각 투자 업체 5곳의 판매액을 합산한 결과 거래액이 500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두 배 넘게 늘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술품뿐만이 아니다. 건물을 비롯해 음원 저작권과 한우·와인·시계 등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도 다양해졌다. 많은 이들이 조각 투자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냈다는 입소문이 나며 계속해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다. 다만 조각 투자 시장이 가열되자 최근 금융 당국이 규제의 칼날을 뽑아 들기 시작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안전성과 수익성 부각‘열풍’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조각 투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종 재테크’로 각광받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투자자들을 모으는 방식은 이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나 상품을 직접 매입한 뒤 주식처럼 여러 개로 쪼개 판매한다. 그리고 원래 매입했던 것보다 상품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이후 가치가 상승하면 이를 되팔아 투자자들이 소유한 지분만큼 차익을 배분해 준다. 관련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챙겨 이익을 낸다.

조각 투자의 최대 강점은 다른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칫하면 투자 금액을 전부 날릴 수 있다.

기업이 상장 폐지되는 경우가 그렇다. 기업 내부에서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하거나 실적이 계속 좋지 않은 경우 등이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조각 투자는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금 손실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 조각 투자 플랫폼 대표는 “조각 투자라는 상품 자체가 건물이나 예술품 등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현물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망하지 않고서야 이런 현물의 값어치가 주식처럼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둘째는 ‘수익성’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조각 투자로 쏠쏠한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대표적 음원 저작권 조각 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8%에 가까운 수익률을 안겨 줬다. 뮤직카우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부동산과 건물 지분 투자 플랫폼 ‘카사’에 투자한 이들도 1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카사는 단돈 5000원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꿈을 열어 주는 조각 투자 플랫폼이다. 특정 건물이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오면 해당 건물은 수십만 개의 디지털수익증권(DABS : 댑스)으로 나눠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5000원에 1댑스를 구매할 수 있다. 건물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투자자들이 보유한 댑스의 가격도 높아져 수익이 창출된다. 또 3개월에 한 번씩 하는 배당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카사는 현재까지 총 5건의 건물을 상장했는데 최근 이 가운데 한 개의 건물(역삼 한국기술센터)을 매각해 수익 분배를 마쳤다. 이 건물은 카사가 지난해 9월 투자자들을 모아 약 84억5000만원에 매입한 것이다. 최근 93억원에 되팔아 1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

카사 관계자는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에 따른 최종 수익률은 10.16%(비용 차감 후, 세전)에 달했다”며 “3개월마다 진행한 배당까지 모두 합치면 투자자들은 20%에 가까운 이득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뮤직카우 증권 인정으로 ‘주의’ 목소리도한국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소투’도 투자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초 처음 론칭한 소투는 앤디 워홀·모네와 이우환·박서보 화가와 같은 한국의 현대 미술 거장들까지 다양한 유명 작가의 작품을 조각 투자 상품으로 선보여 왔다.

소투 또한 직접 매입한 상품을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판매해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작품의 지분 1조각을 1000원으로 설정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투에 투자한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6.86%로 집계됐다.

천경자 화가의 ‘여인의 초상’에 투자한 이들은 211%의 수익을 거두며 대박이 나기도 했다.

명품·예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인 ‘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 어려운 것이 롤렉스 시계다. 이 같은 희소성 때문에 매장가 1000만원대인 롤렉스 시계가 웃돈이 붙어 2000만원 넘게 리셀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눈여겨본 끝에 론칭한 서비스가 피스다. 지난해 롤렉스 시계 조각 투자 상품을 세 차례 출시해 최근 매각했는데 모두 평균 수익률이 30%를 웃돌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안전성과 뛰어난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특히 최근 들어 조각 투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각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결국 금융 당국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얼마 전 금융 당국은 음악 저작권 조각 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뮤직카우는 그동안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영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게 됐다. 또 그동안 증권신고서나 소액 공모 서류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모두 불법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이 됐다.

현재 금융 당국은 뮤직카우 측에 10월까지 사업 구조 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조치가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조각 투자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합법인지 여부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자칫 자사 상품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게 되면 뮤직카우처럼 자본시장법을 위배한 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조각투자, 부자들만 하던 재테크 문턱 낮추며 열풍 일으켜
단 일찌감치 혁신 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아 운영 중인 업체들은 예외다. 자본시장법상 부동산 신탁 계약에 의한 수익 증권 발행 근거 규정이 없지만 이를 허용하고 투자 중개업 및 거래소 인허가를 받지 않고도 증권 거래 중개가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받은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요 조각 투자 업체 중에서는 앞서 소개한 카사를 비롯해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소유와 펀블 등이 혁신 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은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혁신 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영업 정지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투자자들이 조각 투자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