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빅스텝 실시로 위축된 투심 기지개…우량주, 배당주, 리오프닝주로 대비

[스페셜리포트] 역머니 무브-주식
미국 중앙은행(Fed)이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높아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높아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5월에 팔아라(Sell in May).’

주식 시장엔 이 같은 유명한 격언이 있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새해의 기대감과 1분기 실적 발표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5월부터 9월까지는 별다른 주가 상승 요인이 없기 때문에 5월에 주식을 팔고 10월쯤 매수를 시작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주가 상승 시기에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락다운 조치를 비롯한 펀더멘털 불안 요인들이 더해지며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위축된 분위기는 5월 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2년의 5월을 이렇게 말한다. ‘5월에 유지하라(Stay in May).’
[역머니 무브-주식] “Sell in May? Stay in May!”
불확실성 덜어…주식 시장 재선호“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번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파월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은 예상했던 변수로 시장은 보고 있다. 오히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요인이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 예상한 0.75%포인트의 대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상승폭을 키웠다. 파월 의장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바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FOMC)가 열리기 전전주 토요일부터 통화 정책에 관해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침묵 기간’이 진행되며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Fed발 공포에 국내외 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 증시에서 올 들어서만 기관이 13조0389억원어치, 외인이 9조61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21조84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가를 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시가 출렁이자 지난 2년간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으로 향했던 시중 자금이 예·적금 등 안전 자산으로 옮겨 가는 ‘역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자산의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빼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FOMC는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고점이 점차 확인되면서 ‘5월에 팔아라(Sell in may)’는 증시 격언과 달리 주식 시장은 낙폭의 되돌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에도 피난처가 있을까. 주식 투자자의 피난처를 정리했다.
[역머니 무브-주식] “Sell in May? Stay in May!”
①우량주 방어

첫째 피난처는 ‘우량주’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수는 위축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반등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2022년 1분기와 연간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을 추천했다.

실제 올 1분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훈풍을 탔다. 5월 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188개 기업 중 104개 기업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를 웃돗았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홀딩스·LG전자·기아·SK이노베이션·LG화학·HD현대·삼성물산·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매출 기준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톱10에 자리했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과 달리 주가는 반대로 흘러내렸다. 올 들어(1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톱10 기업 중 LG전자(-16.30%), LG화학(-15.93%), SK이노베이션(-15.09%), 삼성전자(-13.79%), 현대차(-12.20%), 삼성물산(-2.94%) 등 6개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둔화,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유튜브 ‘슈퍼(Super) K-슈퍼개미 김정환’을 운영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멘토로 불리는 ‘슈퍼개미’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 중에서 실적 대비 저평가 상태에 있는 종목을 매수해 장기적으로 들고 가는 것이 안전한 시기”라고 말했다.

②배당주 방어

또 다른 피난처는 ‘배당주’다. 인플레이션 구간에서 ‘배당’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올라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배당 수익률 5%짜리 주식은 장기 금리 10bp(1bp=0.01%포인트) 상승 시 주가는 2% 하락하지만 배당 수익률이 1%에 불과한 주식은 10%대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배당 수익률의 기여도는 금리 여부와 상관없이 견조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까지 5회 이상 연속해 중간 배당을 실시했던 기업들의 코스피 대비 상대 수익률을 살펴보면 시장을 넘어선 유의미한 초과 성과가 확인된다”며 “금리 변동성 확대가 커지는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실효성 높은 투자 대안은 고배당주”라고 말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또한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주식의 비율을 높인다면 배당이 무시하지 못할 투자처가 된다”며 “이번 조정장에서 한국 투자자들도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듯이 배당주에 관심을 늘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③리오프닝주 방어

마지막 피난처는 코로나19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따른 리오프닝주(경기 재개 수혜주)다. 5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는 완전 해제를 앞두고 있다. 명동에는 다시 외국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FOMC를 기회로 매매할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외치는 것은 조금 성급해 보인다”며 “당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주가가 낮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리오프닝 종목군이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종목은 이미 한 차례 상승기를 겪은 화장품·유통·의류 등이다.

다만 리오프닝주는 단기에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위드 코로나’ 종목군이 좋지만 2분기 정도로 한정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작년 강세를 보였던 인터넷·2차전지 관련 종목군들은 여전히 우상향 방향으로 좀 더 긴 안목으로 2~3년을 내다보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새로운 종목에 투자하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며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은 “덜 빠지는 것도 사실은 마이너스”라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현금 비율을 높이되 중·장기적으로 유망 종목의 비율을 조금씩 높이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mini 인터뷰] ‘슈퍼 개미’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
“증시 이미 바닥, 매수 타이밍”
개미 투자자는 불안하다. 지난 2년의 ‘불장’에 주식 시장에서 부의 기회를 엿봤지만 2022년 증시는 그야말로 맵다. 혹자는 기회의 장이라고 했지만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불안한 개미 투자자를 위해 개미들의 주식 멘토로 불리는 슈퍼 개미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에게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해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슈퍼 개미’다. 김 대표는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며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돼 있는 종목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인가요.
“인플레이션 우려가 피크아웃되려던 찰나 예기치 못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장기화되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죠. 2분기 말에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해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 와 있다고 봅니다.”

-더 바닥이 올까요.
“증시는 이미 바닥이죠. 여기서 추가적 하락이 온다면 ‘패닉’에 빠질 겁니다. 미국의 나스닥은 고점 대비 24% 정도, 한국 코스피는 20% 정도 빠졌어요. 앞으로 하락장이 온다고 해도 나스닥은 2~3%포인트, 코스피지수도 2600선은 지켜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매수’에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까요.”

-투자 전략 어떻게 취해야 합니까.
“순환매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괜히 이곳저곳 따라가다 보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장이에요. 지금은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중 실적 대비 저가 종목을 매수해 장기적으로 들고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의 성장에 물음표 시각도 있습니다.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을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들의 머니 무브로 한국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결국 주가는 실적에 수렴합니다. ‘기아’는 벌써 바닥에서 20% 올라왔어요. 현대차와 삼성전자도 반등의 모습이 보이고 있죠. 하반기 시장 환경이 좋아질 것을 예상하면 저가에 있는 기업들을 지금 매수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봅니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요.
“한국의 ‘서학개미들’을 보면 홀짝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요. 특히 암호화폐 매매에서 좀 단련된 사람들이 미국 증시가 우상향하니까 밸류에이션을 계산하지 않고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이번에 미국의 넷플릭스나 엔비디아와 같은 기술주들이 고점 대비 약 40% 정도 빠졌잖아요. 결국은 한국 서학개미들이 미국의 주식을 고점에 산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지금은 고평가된 미국 증시에 투자하기보다 저평가된 안전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역머니 무브 시기에 주식은 안전한 피난처인가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아요. 현재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중립 금리를 2.5%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0.5%인 것을 감안할 때 빅스텝·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거의 2%까지 올라옵니다. 중립 금리를 2.5%로 본다면 2.25% 정도부터는 현금을 많이 만들어야 할 시기입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길 바랄 뿐입니다.”

-현재 투자자들이 주의할 것이 있나요.
“지금은 플랫폼 관련주나 메타버스 관련주, 테마주와 같은 초성장주에 투자하기보다 가치주의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실적이 저평가된 기업들, 배당주 등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 가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밸류에이션 대비 굉장히 저평가된 종목들을 모아 투자하면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