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3.84가 맞나?…동원산업의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 합병 비율 논란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작은 고추(소액 주주)는 이제 맵다.’

1000만 주주 시대다. 덩치를 불린 소액 주주의 권익도 이젠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동원참치’로 잘 알려진 동원그룹도 논란 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동원산업의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치는 데 그룹의 핵심인 동원산업(상장사)의 가치는 낮게 평가하고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이 많을수록 합병 후 동원산업의 주식을 더 많이 받는 셈이다. 결국 승계 문제가 연상된다는 지적이다.

소액 주주만 이 합병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관투자가와 전문가들도 합병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준 시가로 평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형성돼 있는 주가는 시장이 평가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이 회사, 모든 국민이 ‘참치=동원’으로 알 정도로 굴지의 회사다. 창업자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원양 어선 선원에서 출발해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하고 대기업으로 키워 냈다. 1982년 한국 최초로 출시된 참치캔은 40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60억캔 넘게 판매됐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10바퀴를 넘게 돌 수 있는 양이다. 동시에 금융투자업 중심의 한국금융지주를 만들어 냈다. 2004년 그룹과 분리도 깔끔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장남인 김남구(현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 씨에게 금융 계열사를 떼어줌으로써 금산 분리 이슈까지 해소했다. 김 명예회장은 대기업 창업자 중 드물게 한국 사회에서 안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합병 발표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순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 68.27%를 보유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24.5%)과 특수 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오너 일가가 차지하는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99.56%에 달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 지분 62.72%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총발행 주식 수의 20%(약 75만7500주)를 약 7000여 명의 소액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쟁점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이다. 자본 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상장사는 원칙적으로 기준 시가를 적용하게 돼 있다. 정확한 시행령은 ‘주권상장법인의 경우에는 제1호의 가격(기준 시가). 다만 제1호의 가격이 자산 가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자산 가치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 흐름을 반영한 기준 시가를 적용해 주당 합병가액을 24만8961원으로 산정했다. 동원산업의 가치는 9156억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주당 순자산 가치인 38만2140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합병 후 소멸되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2조2247억원(주당 19만1130원 적용)으로 평가했다. 매출액 2조8020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인 동원산업의 회사 가치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원산업도 할 말은 있다. 법적으로 보면 기준 시가로 합병 시 가액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용되는 자산 가치는 장부상 금액으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기준 시가와 차이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시가 기준 산정)과 차이가 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합병은 자산 가치 기준으로, 주식 매수는 시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동원산업의 기준 시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추진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동원 측의 설명이다. 동원산업의 5개년 평균 주가는 25만원, 3년 평균 주가는 23만원 선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1년은 24만원 정도다. 합병 비율 계산 시 기준 주가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액 주주들은 자산 가치보다 낮은 합병 비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 대 5 액면 분할을 적용한 합병 비율은 1 대3.84다.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동원산업 3.84주를 받는 구조다. 이 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김 부회장이 합병 후 동원산업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 소액 주주들을 자극했다.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 비율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블래쉬자산운용은 “공시한 비율대로 합병하면 김재철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 넘게 증가해 1400억원 이상 이익을 보는 반면 동원산업 일반 주주의 지분율은 4.5% 감소해 12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동원그룹의 대응도 문제였다. 문제가 제기된 최초의 시점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세기 넘게 한국의 수산업계를 선도한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 이슈를 계기로 이런 흐름을 외면할지, 민첩하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