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만 달러 넘었던 비트코인 올해 3만 달러대로 급락…위험 자산과 연결성 강화

[스페셜 리포트]
 반 토막 난 비트코인, ‘디지털 금’ 맞나
암호화폐는 지난 2년간 주식과 함께 머니 무브의 양대 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 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해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채굴량에 한계가 있는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 최근에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과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의 방어 수단(인플레이션 헤지)으로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현재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약 8000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연말 이후 그야말로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과연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수록 몰려 들었던 자금이 빠져나가며 암호화폐 시장 또한 빠르게 식어 가는 중이다.

‘위험 자산’과 동질화되고 있는 암호화폐

2008년 등장한 비트코인 백서에서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을 두고 ‘완전히 인플레이션 없는’ 화폐라고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지만 비트코인은 2100만 개로 총발행량이 고정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금과 비트코인의 공통점이 여기에 있다. 채굴량에 한계가 있어 ‘희소성’이 커질수록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 기준 비트코인의 전체 채굴량은 1900만 개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총발행량의 90%가 발행된 만큼 현재 남아 있는 비트코인의 채굴량은 200만 개 미만이라는 얘기다. JP모간체이스가 비트코인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가상 자산 옹호론자들에게 금리 인상은 오히려 코인 투자의 ‘호재’다. 미국의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지난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발언은 주춤했던 코인으로 향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다시 재촉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자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는 더없이 냉랭하다. 지난해 7만 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22년에 들어서자마자 3만5000달러까지 고꾸라진 뒤 5월 4일 기준 3만8000달러(약 4800만원)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 빨라진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 1월 최근 2년간 비트코인 시세를 분석한 결과 미국 기술주와 원유·국채와 같은 주류 금융 자산과의 연결성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가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보다 전통적인 ‘위험 자산’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커진 암호화폐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 또한 경계심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는 한국의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투자자들이 맡긴 원화 예치금에서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한국 4대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은 6268억5000만원 규모였다. 이 금액은 1년여 만인 2021년 9월 기준 9조2035억원으로 무려 1368%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띠기 시작한 데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한국 4대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 또한 소폭 줄어든 모양새다. 2021년 말 기준 원화 예치금은 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월과 비교해 3개월 만에 17.1%(1조5960억원) 줄어들었다.

현재 비트코인 시장 가격이 보여주는 것은 암호화폐로의 머니 무브도 일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