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태펀드 그린 뉴딜 분야 운용사로 선정된 안다아시아벤처스의 조용준 대표

[인터뷰]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무명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명가로 이끈 애널리스트의 전설이 벤처 투자업계에 입성했다. 한국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으로 통하는 조용준(57)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의 얘기다.

조 대표는 증권사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1994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조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자동차·조선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으로 지내는 동안 존재감 없던 리서치센터를 톱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에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는 2019년 하반기 조사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4회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하며 리서치 명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투자를 떠난 조 대표는 그해 10월 안다아시아벤처스를 설립했다. 벤처 투자가로서의 첫 도전은 꽤나 성공적이다. 안다아시아벤처스는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한국모태펀드의 그린 뉴딜 분야 공모에서 운용사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평균 연간 성장률이 35%에 달하는 e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했다. 자동차 베스트 애널리스트, 베스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한국의 차량 제조업체와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e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은 한국 밴처 생태계의 대전환이 될 것”이라며 “안다아시아벤처스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벤처 투자의 산실 강남의 테헤란로에서 5월 2일 조 대표를 만났다.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자본 시장에서 벤처 투자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지난 27년간 증권업에 몸담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적 변화를 직면했어요. 전기차만큼 확실한 성장은 없다고 생각했죠. 이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에도,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대표님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사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시대적 주문에 발 빠른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전통 제조업체가 갑자기 디지털 회사가 되기는 어렵잖아요. 사업을 전환할 때 가장 빠른 방법은 벤처기업을 인수하거나 벤처기업과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거죠. 벤처기업도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통 강호와의 협업이 밸류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둘을 연결하면 한국 벤처 생태계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동차 애널리스트로서, 최장수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서 자동차·기계·중공업 분야의 상장사 제조업체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제가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겠다고 봤어요. 물론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죠. 그래서 정보기술(IT)과 4차 산업혁명 전반에 전문화된 투자 운용 인력으로 대표 펀드매니저와 전문 운용 인력을 영입했습니다. 특히 대표 펀드매니저인 장우용 본부장은 신영증권 센터장 시절에 센터장과 애널리스트로 만난 사이입니다. 저보다 먼저 벤처 투자업계에 발을 들였어요. 14년 이상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했고 기업금융(IB) 분야까지 아우르는 고급 인재와 함께하기 위해 열심히 ‘꼬셨’습니다. 제안을 수락한 데 감사할 따름이에요.”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무엇입니까.

“단적인 예가 있어요. 과거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엔진’과 ‘디자인’에서 나왔어요. 나머지는 부품 업체에 하청을 맡겼죠. 엔진 기술자와 자동차 디자이너가 주축이죠. 생산 파트 고위직 임원이 엔진사업부 출신인 시절이에요.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내연기관을 개발하는 엔진개발센터를 없애는 대신 이 조직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명칭을 바꾸고 배터리개발센터도 신설했어요. 엔진을 만드는 곳이 자동차 회사였는데 엔진개발센터가 없어진 겁니다. 엄청난 변화죠.”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됐습니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한국모태펀드의 그린 뉴딜 분야 운용사로 선정됐어요. 현재 ‘스마트안다-오텍케리어그린뉴딜펀드’란 조합명으로 오텍캐리어·오텍캐리어냉장·현대공업·PHA·SJM홀딩스·대창스틸·웹케시아이앤씨·제이월드 등 출자자들과 추가 멘토 출자 기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결성액 250억원+알파 규모예요.”

-어떤 기업에 투자합니까.

“전도유망한 e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에요. 안다아시아벤처스에서 매주 1~2회 기업 설명회(IR)를 진행하며 후보를 가려내고 있어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도 유망한 스타트업을 추천할 예정이에요.”

-펀드 수익률 전망은 어떻습니까.

“벤처 생태계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펀드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겠죠. 모태펀드의 운용 기간은 8년입니다. 1~2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8년이란 장기 투자의 시각에서 전기차만큼 확실한 성장은 없다고 봤어요.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2022년 2월 누적 기준으로 중국 20.9%, 유럽 17.1%, 미국 6.5%, 한국 4.6%로 평균적으로 약 8%의 수준입니다. 2030년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약 30%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8% 시장에서 약 4배 정도의 성장이죠.

모태펀드의 운용 기간이 8년이니 결론적으로 4배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거예요. 쉽게 말해 시장 규모가 4배 늘어난다는 것은 펀드도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죠.”

-위험성은 없을까요.

“벤처 투자는 대박 아니면 쪽박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모빌리티 벤처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합니다. 약 300억원 규모로 4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중 어떤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지만 어떤 기업은 도산한 기업의 몫 그 이상으로 성장하겠죠. 이 때문에 전기차 보급률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다아시아벤처스의 강점은 뭔가요.

“업력은 짧지만 구성원 모두 자본 시장에 전문성을 갖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리서치에 기반한 탄탄한 투자를 할 수 있죠. 여기에 상장사 제조업체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멘토 협업체를 구성해 스타트업 밸류업에 특화된 벤처캐피털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특히 오텍캐리어·PHA·SJM홀딩스·대창스틸 등 e모빌리티 분야 최고의 선배 기업들이 든든한 멘토가 돼 줄 예정이에요.”

-향후 계획이 궁급합니다.

“e모빌리티 벤처기업 멘토협의체 발족식이 6월 21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립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협의체에서는 한 달에 두 개의 벤처기업이 IR을 할 거예요. 이 기업들은 청년창업사관학교나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추천하거나 안다아시아벤처스에서 직접 발굴한 기업이 될 겁니다. 일단 많은 벤처 스타트업을 만나는 게 우선 과제가 될 것 같아요.

또 이번 모태펀드 운용사 선정을 계기로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도할 멘토협의체를 계속 주도적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4분기나 내년엔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많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설득해 e모빌리티 매칭 펀드를 출시하는 게 목표예요. 부품 업체의 사업 전환이란 측면에서도,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죠.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