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재무제표와 연계한 지속 가능성 정보 공시

[ESG 리뷰]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는 에마뉘엘 파베르. 사진=IFRS재단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는 에마뉘엘 파베르. 사진=IFRS재단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에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3월 31일 국제 지속 가능성 공시를 위한 기준서인 IFRS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공개 초안은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시협의체(TCFD)의 권고안에 따라 지배 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목표 관련 정보 공시에 중점을 두면서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의 산업 분류에 따른 지표를 통합해 마련됐다.

2가지 공개 초안 중 일반 요구 사항(IFRS S1 General Requirements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유의적인 지속 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재무 정보 공시를 위한 전반적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기후 관련 공시(IFRS S2 Climate-related Disclosures)는 기업이 노출된 기후 관련 재무 정보에 특정한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재무제표와의 연계성 제시

이번 공개 초안을 살펴보면 다음 4가지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속 가능성 사안에 포함될 수 있는 정보의 포괄성을 고려하면 중대성(materiality)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ISSB의 중대성에 대한 평가는 일반 목적 재무 보고 주요 이용자(투자자)의 투자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재무 정보 제공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공시 기준은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지속 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를 기업이 공시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의 제공은 부차적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반 요구 사항 공개 초안은 지속 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와 재무제표 정보 간 연계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사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높은 생산 시설의 폐쇄를 결정하게 되면 이러한 결정의 재무적 정보(내용 연수 변경 및 손상차손 인식)와 함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지역 사회에서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최종안이 확정되고 한국에서 IFRS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의 의무 적용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투자자 외 소비자·종업원·지역 사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정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공시 관련 요구 사항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반 요구 사항 공개 초안은 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의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공개 초안은 가치 사슬을 ‘기업의 사업 모형과 기업이 운영되는 외부 환경과 관련한 모든 활동, 자원 및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사슬의 정의는 거래 관계인 협력 업체로 정의하는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안에 비해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중대성에 대한 평가를 고려하면 기업의 가치 사슬과 관련한 재무 정보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공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프 1·2·3 온실가스 공시 요구

셋째, 기후 관련 공개 초안은 산업 및 사업 모형에 관계없이 기업이 스코프(scope) 1·2·3 온실가스 배출 총량 및 배출량 집약도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기업은 연결 실체(지배 기업과 종속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와 별도로 관계 기업과 공동 기업 등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일반 요구 사항 공개 초안에서는 공시된 정보의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을 강조하는 반면 기후 관련 공개 초안에서는 온실가스 공시의 검증에 대한 별도의 요구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안한 기후 관련 공시 규정안에서 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인증을 요구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사항으로 여겨진다. 한편 기업이 공시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외의 산업 전반 지표는 전환 위험 및 물리적 위험에 취약한 활동 또는 자산의 금액과 비율, 기후 관련 기회에 부합하는 활동 또는 자산의 금액과 비율, 기후 관련 사항과 관련한 경영진 보수의 비율 등이 있다.

넷째, 기후 관련 공개 초안은 산업 전반 지표와 함께 SASB 기준을 활용한 산업 기반 지표가 포함된다. 산업 기반 공시에 포함된 공시 주제는 산업별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와 관련되고 각 공시 주제와 연관된 지표들이 도출돼 있다. 제시된 사례는 자동차 산업 내 기업의 공시 주제로 ‘연비 및 사용 단계 배출’에 대해 언급됐고 공시 주제와 관련한 지표로 ’기업 차량의 연비’·’무공해 차량 매출액’이 제시됐다. 공개 초안 부록 B에는 68개 산업 기반 공시 요구 사항이 별도로 규정돼 있다.

다만 SASB 기준에서 변경된 사항으로 은행 등의 금융산업에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 및 촉진 배출량(financial and facilitated emissions)에 대한 지표 요구 사항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는 대기업·중소기업을 포함한 거래 고객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게 돼 중소기업을 포함한 탄소 배출 기업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 기업은 기업 가치 평가를 위해 재무제표에 보고된 정보보다 광범위한 재무 정보를 필요로 하는 투자자, 가치 사슬과 관련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거래 상대 기업, 지속 가능성 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인 정책 당국 등을 고려한 지속 가능성 관련 공시 체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IFRS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추가적 지속 가능성 기준 제정 우선순위를 포함해 공개 초안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때다. 또한 지속 가능성 공시를 위한 자본 시장 기준과 다중 이해관계인 기준을 연결하고자 하는 ISSB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간 협업 진행 상황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1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동반경영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