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메일 응대, 승용차 상석 자리 배치…회사에서 알아야 할 비즈니스 매너 Q&A

[비즈니스 포커스]

“이래도, 제가 꼰대인가요?”
“내가 꼰댄가.” 김 모 과장은 오늘도 넋두리 중이다. 신입 직원들과 함께 대화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그 ‘꼰대가 나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다. 메일을 보낼 때도, 전화를 받을 때도 심지어 인사할 때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순간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신입 이 모 사원도 할말은 있다. 학교만 다니다 처음 들어온 회사. 일거수일투족이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비즈니스 매너는 아무도 알려준 바 없다. 회사 전화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상사와 차를 탈 때는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부모님도 선생님도 알려주지 않았다. 눈치코치로 헤쳐 나가는 중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예의인지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제가 꼰대인가요”를 묻는 글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매너’와 ‘꼰대’를 놓고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오늘도 꼰대와 매너 사이에서 고민하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1995년 삼성전자에서 ‘국제 매너 강의’를 시작으로 25년간 한국의 주요 대기업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해 온 국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 이정민 컨설턴트를 통해 ‘꼰대’ 상담을 진행했다. 이제 당신의 비즈니스 매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Q. 10년 차 직장인 A(39·남)입니다. 후임에게 인사했는데 그냥 앉아서 ‘네’ 하더라고요. 보통 일어나 인사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이런 저, 꼰대인가요.

A. 상황에 따라 꼰대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네요. 윗사람에게 일어나 인사하는 것이 기본 예의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직장 문화와 상황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고 앉아서 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아침 첫 출근 인사라면 윗사람에게 일어나 혹은 일어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인사하는 것이 더 정중한 인사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서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선임 정도의 사이에서 인사를 무시하지 않고 응했다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예의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때 후임이 선임의 얼굴을 바라보고 목례를 하며 “안녕하십니까” 혹은 “네”라고 답을 했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 밝은 표정으로 눈을 바라봤다면 더 바람직하죠. 그런데 만약 목례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건 분명히 예의가 없는 것이 맞습니다.

Q. 지난 3월 입사한 B(25·여)입니다.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오면 심장부터 두근거립니다. 최근엔 저도 모르게 ‘여보세요’라고 했다가 직장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 후 전화 공포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A. 비대면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신입 사원에게 종종 생기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전화 응대 표현이나 예절을 익혀 두면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전화를 받으면 우선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천천히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연습부터 해 보세요. 상대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면 “실례지만 누구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 보면 됩니다. 긴장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못 알아 들었을 때도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어 보면 되니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전화가 아니라면 “담당자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거나 “담당자가 지금 부재 중입니다. 메모 남기시겠습니까”라고 하면 됩니다. 메모를 할 때는 수신 시각, 발신자, 회신 번호, 전달한 메시지 내용, 수신자를 적어 전해 주면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자기 회사 측 직원에 대해 극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가령 “담당자 분께서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들어오시면 전화 드리시도록 하겠습니다”란 표현 대신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들어오면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해야겠지요. 전화를 종료할 때는 건 쪽에서 먼저 끊은 다음 끊는 것이 원칙이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정도까지는 센 후 끊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Q. 8년 차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C(36·여)입니다. 최근 새로 온 직원에게 메일을 받았는데, 인사나 자기 소개 없이 바로 ‘○○까지 제출해 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회신을 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 소속 ○○입니다’가 기본 아닐까요. 이런 저, 꼰대인가요.

A. 비즈니스 메일은 기본적으로 발송자의 소속과 이름을 적어야 합니다. 또한 정해진 시간 안에 보내야 하고 제목은 한눈에 알아보게 쓰고 본문은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오탈자 없이 작성하고 첨부 파일은 파일명을 보면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형식상의 매너를 갖추는 것도 추천합니다. e메일을 확인하면 바로 답장을 보내거나 메일을 확인했다는 답장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늦은 밤이나 새벽, 주말 아침에는 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참조는 직급 순서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사나 윗사람에게는 ‘검토 바랍니다’ 대신 ‘검토 부탁드립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검토 바랍니다’는 지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끝인사에는 ‘배상’, ‘드림’, ‘올림’ 중 선택해서 적되 나이나 직급 차가 많이 나면 ‘드림’보다는 ‘배상’이나 ‘올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메일 작성법) ①도입부에 상대의 이름과 직급을 적는다. ②간단한 인사말을 쓰고 본문을 시작한다. ③본문을 짧게 요점을 정리해 쓴다. ④발신자명·회사·부서명·연락처·주소 등의 정보가 있는지 확인한다. ⑤첨부 파일은 상대가 내용을 알 수 있게 파일명을 작성한다. ⑥파일이 첨부됐는지 확인 후 메일을 발송한다.

Q. 1년 차 홍보팀 소속 D(29·남)입니다. 상사와 동행한 식사 자리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와 명함을 주고받았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상사가 명함을 주고받을 때도 매너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무얼 잘못했나요.

A. 흔히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주는 명함이든 받는 명함이든 소중하게 매너 있게 다뤄야 한다는 뜻입니다. 명함을 건넬 때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명함을 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기본적으로 일어서 주고받으며 허리 위쪽에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건넵니다. 명함은 상대방이 글씨를 보기 좋은 방향으로 건네야 합니다. 동시에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오른손으로 명함을 주고 왼손으로 명함을 받습니다. 이때 상대가 윗사람이라면 자기 명함이 상대의 명함보다 약간 낮게 해서 건넵니다. 받은 후 오른손으로 옮겨 두 손으로 받쳐 공손히 다룹니다. 명함을 받았을 때는 잠시 명함의 내용을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관심의 표현입니다. 식사 중 식탁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명함을 건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여행사에 근무 중인 팀장 E(42·여)입니다. 출장 차 팀원 둘과 함께 자가용을 타게 됐습니다. 그런데 팀원 모두가 뒷자리에 떡하니 앉더군요. 순간 황당해서 ‘택시탔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저, 꼰대인가요.

자가 운전이라면 운전자의 옆 좌석이 1번 상석이고 운전자와 대각선으로 뒷좌석이 2번, 운전자 뒷자리가 3번으로 순서가 정해집니다. 간혹 ‘대각선 뒷자리가 무조건 상석’이라고 잘못 알고 있어 뒷자리 말석에 앉아야 하는 사원이 상사가 운전하는 옆자리 1번 상석에 먼저 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자가 운전자 옆자리가 상석인 것을 모르는 상사도 있습니다. 이런 상사는 부하 직원이 앞문을 열어 앞자리를 권하면 그 직원이 예의 없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이에 대비해 상사가 앞자리에 먼저 탄 후 뒷자리에 타는 것이 안전합니다. 혹은 상석을 잘 모르는 상사가 자가 운전자의 대각선 뒷좌석에 먼저 앉았다면 그 상사에게 ‘저는 어디로 탈까요’라고 물어보고 타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때로는 그 상사가 자기 옆자리에 타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택시를 타거나 운전사가 있을 때는 운전자와 대각선으로 뒷좌석이 1번 상석, 그 옆자리가 2번, 운전사 옆이 말석이 됩니다.

Q. 비즈니스 매너 꼭 지켜야 할 예절인가요.

A. 매너에 관한 글을 읽는 직장인 중에는 “아, 이런 예절도 있었구나. 앞으로는 더 신경 써야겠다”라고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요즘 시대에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하며 그 글을 쓴 사람을 시대에 뒤지거나 꼰대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말이 다 맞습니다. 매너라는 것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 장소, 상대방의 나이, 성별, 시대, 직장의 문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내용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직장 예절은 부족한 것보다는 잘 갖추는 것이 직장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래도, 제가 꼰대인가요?”


1995년 삼성전자에서 ‘국제 매너 강의’를 시작으로 25년 넘게 국내 주요 대기업과 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국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이자 해외 비즈니스 컨설턴트이다. 현재 구독자 약 6만여 명을 보유한 ‘매너도서관’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매너 레벨 올리기'란 책을 내며 “그래서 매너가 대체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독자의 물음에 속시원하게 답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