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비 트렌드 파악해 제품 기획에 반영
MZ세대로만 이루어진 조직

핵심 소비층이자 기업의 구성원인 MZ세대가 기업을 이끌고 있다. ‘MZ세대는 MZ세대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을 기업도 체감한 것이다. 기업은 단순한 MZ세대와의 소통에 그치지 않고 MZ세대로만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을 만들거나 전체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노티드 우유’를 비롯한 여러 제품을 기획, 개발하는 GS리테일의 갓생기획팀.사진 제공=GS리테일
‘노티드 우유’를 비롯한 여러 제품을 기획, 개발하는 GS리테일의 갓생기획팀.사진 제공=GS리테일
MZ세대의 비전이 성과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MZ세대 직원 6명으로 이루어진 사내벤처 기업을 발굴했다. 실제로 사업화 결실도 보았다.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의 식품부문 사내벤초 1호 사업으로 선정된 ‘푸드업사이클링’이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론칭한 것이다.

익사이클은 익사이팅(Exciting)과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e)이 조합된 용어다. 가치있게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을 즐겁게 활용하겠다는 사업 비전이 담겼다.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담은 ‘익사이클 바삭칩’은 지난 5월 9일까지 와디즈에서 펀딩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실제 MZ세대 직원들이 각 직무의 최고 책임자를 맡아 사업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발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GS리테일은 MZ세대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 개발을 하는 애자일(Agile) 조직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갓생기획에는 팀장이 없다.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갓생기획을 통해 탄생한 제품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상품은 ‘노티드 우유’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의 협업을 통해 도넛에서 인기가 좋았던 맛을 우유에 활용했다. 노티드 우유 콜라보 제품은 한달만에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용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역시 MZ세대가 기획부터 마케팅 전 과정을 맡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큰 관심을 끌며 글로벌 완판 행진으로 성과도 입증됐다.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MZ세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 ‘MZ보드’를 만들어 회사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소비자 트렌드를 공유받고 있다.
홈플러스의 플러스 체인저가 젊은 행동 과제를 제시한다.사진 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의 플러스 체인저가 젊은 행동 과제를 제시한다.사진 제공=홈플러스
MZ세대 목소리 발굴

홈플러스 역시 최근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조직문화 변화를 예고했다. 재직기간 3년 이하, 평균 나이 27세인 젊은 직원 13명으로 이루어진 ‘플러스 체인저’는 매달 있는 정례회의에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행동 과제를 제안한다. ‘컬처 앰배서더’는 플러스 체인저가 제시한 과제의 실천과 계획 운영을 독려하는 조직이다. 각 본부를 대표한 젊은 매니저 20인으로 구성된 기아의 ‘기아 영 이노베이터’ 역시 같은 맥락이다.

MZ세대 목소리를 받아들여 아예 그룹·실·팀 단위 조직을 없앤 곳도 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위계가 반영된 조직체계가 불편하다는 MZ세대의 건의를 바탕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수평적 문화와 함께 사내 지정석 일부 폐지, 주 4일 근무제를 반영한 매주 셋째주 금요일 휴무일 지정 등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소비층을 겨냥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는 사내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은 같은 MZ세대라는 것은 이미 성과로도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