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무실‧현장 오가는 혼합형 근무의 효율 높아
정부도 기업간·산업간 양극화 대책 마련할 때

[경제 돋보기]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마스크 쓰기는 우리 국민의 일상이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며 온라인 재택 수업으로 캠퍼스는 한산했고 그렇게 재택 수업으로 시작된 20학번은 캠퍼스에서의 추억도 없이 어느덧 3학년이 됐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캠퍼스도 활기를 찾고 학생들도 대면 수업과 함께 대학 축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대학가 상인들도 점차 북적이는 대학 상권에서 오랜만의 환한 얼굴로 손님맞이하느라 바빠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그동안 재택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얼마나 환영할까. 교수나 학생들은 엔데믹(주기적 유행)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상당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됐던 2020년 봄학기만 하더라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교사나 학생들이 서로 익숙지 않아 수업의 비효율성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상황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고 활용하기에 따라 대면 수업에 비해 효율적인 면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재택 수업의 장점 못지않게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특히 2030세대 직원들의 재택근무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재택근무 도입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업 측에서는 대면에 따른 공간 확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직원들에게 재택근무가 복지로 인식돼 복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의 고생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근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건물 소유나 임차 비용이 증가하면서 공유 경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던 차에 재택근무제 도입은 기업 경영의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거주 임금 노동자 300명과 전국 사업체 인사 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7일에 걸쳐 이뤄진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와 기업 모두 재택근무 시행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는 출퇴근 부담 경감과 충분한 수면‧휴식, 기업은 직원 업무 만족도가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가장 주된 이유라고 응답했다. 재택근무 시행 이후 생산성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노동자와 기업 모두 재택근무를 지속하기를 희망하지만 기업은 다소 축소해 운영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근무 형태는 주 3회 재택근무와 주 2회 사무실‧현장 근무를 혼합한 유형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엔데믹에서도 재택근무를 일상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다가오는 7월부터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직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이 원하면 재택근무를 계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노동 환경을 중시하는 2030세대 직원의 비율이 높은 네이버와 같은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산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간을 두고 점차 산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은 이러한 재택근무 기업 문화 확산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러한 기업 문화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러한 기업 문화의 변화는 재택근무 트렌드에 대응력을 갖춘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경쟁력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책 마련에 대해 정부도 정책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자들이나 기업 모두에 장점도 많지만 국가적으로도 출퇴근의 교통 혼잡이 줄어들면서 교통 유발 비용 감소와 환경 오염 감소, 효율성 증대와 복지 증대 등의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에 의한 협업의 어려움이나 소통의 문제 등이 발생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소비 행태의 변화도 크게 발생하게 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엔데믹으로 가는 지금에도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재택근무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경쟁력 증대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재택근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기업 간, 산업 간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지금부터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자리 잡은 재택근무,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