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시 12억 대출 기준 은행별 최대 7100만원 차이
전세는 6억 기준 월 47만원 차이
은행을 찾는 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다. 물가 상승으로 얇아진 지갑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금리는 은행 문턱을 더욱 높게 느끼게 했다. 옆 창구에서 들리던 “금리 좀 낮추려고 하는데 카드를 만들거나 하는 우대 조건은 없나요”라고 묻던 한 직장인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맴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연 7%대를 바라보고 있다. 전세 대출 금리도 5%를 넘어 올해 중 6%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7%, 전세 대출 6% 시대를 살며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허덕이고 있는 이들을 위해 4대 은행의 대출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봤다. 30년 주담대, 가장 유리한 신한은행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원대다. 이를 기준으로 4대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봤다.
서울은 투기지역에 포함돼 매매가 9억원까지는 40%, 9억원을 넘어가는 금액에 대해선 20%만 대출이 가능하다. 9억원까지는 3억6000만원, 9억원을 넘어가는 3억원에 대해선 6000만원 등 총대출 금액은 4억2000만원이다.
대출 실행인은 은행별 최고 금리를 적용 받는 선으로 설정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변동·고정 금리 30년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으로 월평균 상환액과 총대출 이자, 총상환 금액을 파악했다.
4대 은행 30년 주택 담보 대출 변동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주택대출(아파트) 상품의 5월 최고 금리는 4.58%로 월평균 상환액은 214만8089원이다. 총대출 이자는 약 3억5300만원, 원금 4억2000만원을 포함한 총상환 금액은 7억7300만원이다.
하나은행의 하나변동금리 모기지론 상품의 5월 최고 금리는 5.35%다. 매달 평균 상환액은 234만5338원이다. 신한은행 대비 약 20만원 많다. 총대출 이자는 약 4억2400만원으로 총상환 금액은 8억4400만원 수준이다. 0.77%포인트 금리 차로 7100만원의 차이가 났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변동 상품은 4.68%로 월평균 상환액은 217만3233원이다. 총상환 금액은 7억8200만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우리아파트론 금리는 4.86%로 월평균 상환액 221만8852원, 총상환 금액은 약 8억원이다. 30년 주택 담보 대출 고정 금리도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 상품이 가장 낮은 금리를 기록했다. 5.19%로 월평균 상환액은 230만3672원, 총상환 금액은 약8억3000만원이다.
가장 높은 고정 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아파트론 고정 금리는 6.36%다. 월평균 상환액 261만6134원, 총상환 금액은 9억4100만원이다.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월평균 상환액은 31만원, 총상환 금액은 1억1100만원의 차이가 있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구입자금) 상품은 5.47%로 월평균 상환액은 237만6814원이다. 하나은행의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은 6.19%, 월평균 상환액은 256만9645원에 달했다. 전세 대출 한도 80%, 3월부터 정상화
전세 대출도 알아봤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6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보증금 6억원,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인 4억8000만원(80%)으로 4대 은행의 금리 및 월납부 이자 등을 파악했다. 지난해 축소됐던 전세 대출 한도는 올해 3월부터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이 80% 이내로 대출 한도를 복원하면서 KB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도 80%로 한도를 조정했다. 금리 방식은 10명 중 8명이 이용하는 변동 금리, 2년 만기 기준이다. 또 대출 금리 4억8000만원인 만큼 한도가 최대 5억원인 상품들을 선택했다.
4대 은행 중 전세 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전세론(서울보증) 상품의 5월 최고 금리는 4.00%로 매달 이자는 160만원이다.
반면 대출 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주담대 변동 금리와 마찬가지로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우량주택전세론 상품의 금리는 5.19%로 매달 이자 부담은 207만6000원이다. 1.19%포인트라는 금리 차이로 47만원의 매달 추가 부담 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대출(서울보증) 상품의 금리는 4.17%, 매달 이자는 166만8000원이다. KB국민은행의 KB플러스주택전세자금대출은 4.60%, 월이자는 184만원이다.
우리전세론의 기준금리는 1.72%, 가산 금리는 2.28%다. 하나은행의 우량주택전세론은 기준금리 1.88%, 가산 금리 3.31%다.
[돋보기] 4대 은행서도 금리 차이 있는 이유
자금 조달 여건이나 고객군이 비슷한 4대 은행에서도 대출 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은 금리 산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 금리를 합해서 산출된다. 하나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5월 기준금리는 1.88%, 가산 금리는 3.47%로 5.35%다. 신한은행은 기준금리 1.17%, 가산 금리는 3.41%로 총 4.58%다.
기준금리는 코픽스에 영향을 받는다. 주택 담보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데 크게 신규 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 신잔액 기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은행별로 어떤 기준을 택하느냐에 따라 기준금리에 차이가 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해당 월에 새로 취급한 수신 상품 금리와 금융채 발행 금리 등으로 산출된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새로 모집한 자금에 과거 자금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자금 조달 상품에 기타 예수금과 기타 차입금, 결제성 자금까지 포함해 계산된다.
가산 금리는 은행의 인건비와 전산 처리 비용 등 업무 원가와 법적 비용, 목표 이익률 등으로 산출된다. 은행 스스로 설정하는 금리다. 은행이 어떠한 기준과 가산 금리를 택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판단해야 한다. 발품을 팔거나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 올바른 선택을 해야 금리 차이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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